"아가씨의 미소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메이드인 제가 마을 한 두 개쯤 구해줄 수 있는 거예요."
상냥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루시아나의 귀를 감싼다. 루시아나는 멜로디의 옷을 눈물로 적시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참았다.
겨우 마음이 가라앉은 루시아나는 멜로디를 떼어놓고 빙긋이 웃었다.
"실은, 마을을 돌아다니는 일이 일찍 끝났기 때문에 지금 루리아가 내 생일 축하 저녁을 만들어주고 있는 중이야. 멜로디도 몸 상태가 회복되었다면 함께해 줄 거지?"
"네, 물론이에요. 아, 그럼 오늘 사과도 겸해서 당장 도와주러 가야."
"당연히 안 되지. 당신은 오늘 하루 메이드를 쉬는 날이라고요."
"그, 그런, 아가씨."
"그것뿐인가 세상에, 내일도 하루 종일 쉬는 날입니다~!"
"네? 네에에에에에에에에에?"
루시아나의 황당한 소식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멜로디. 당황하는 그녀에게, 루시아나는 빙그레 웃는다.
"이건 나한테 비밀로 쓰러지는 짓을 한 벌이랍니다. 마을을 구해준 건 고맙지만, 자신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메이드에게는 벌로서 하루 동안 메이드 일을 쉬도록 하겠어요."
"그런, 아가씨! 제발 그것만은 용서해 주세요!"
"다들 갑자기 네가 쓰러져서 걱정했다구. 이미 루리아에게 제안하고 숙부님한테도 허락을 받았으니 어쩔 수 없어. 포기해, 후후후."
"그런~"
어깨를 떨구는 멜로디를 보고, 루시아나는 장난에 성공한 요정 같은 미소를 지었다.
"멜로디, 내일은 오랜만의 휴일을 마음껏 즐기렴!"
루시아나의 즐거운 목소리가 대저택에 울려 퍼졌다. 루틀버그 가문은 이래야지. 분명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
"멜로디, 이게 무슨 일이야?"
8월 8일 아침. 멜로디의 방에서 루시아나는 화를 내고 있었다.
"음, 저기....... ......"
우뚝 서 있는 루시아나의 앞에서 무릎 꿇고 있는 멜로디. 그녀는 메이드복 차림이었다. 오늘 멜로디는 루시아나의 명령으로 휴무다. 그런데도 메이드복 차림이다.
"틀렸어요, 루시아나 아가씨. 역시 없어요."
열린 옷장 뒤에서 얼굴을 내미는 마이카. 그 표정에는 당혹감과 실망감이 묻어난다.
루시아나는 분노와 슬픔, 그리고 역시나 실망감을 담은 큰 한숨을 내쉬며 멜로디를 노려보았다.
"...... 멜로디, 왜 옷장에 메이드 옷만 걸려 있는 거야!"
"으아아아아, 죄송합니다~!"
멜로디는, 이번 여행에 사복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 의미는 .......
"이번 여행에서 휴가를 안 갈 생각이었던 거지!"
"죄, 죄송합니다!"
"부정하지 않네요, 멜로디 선배 ......"
이동 시간을 포함해 약 3주 남짓한 루시아나의 귀향. 멜로디는 쉬지 않고 메이드 업무를 즐길 생각이었다. 그래서 사복을 가져가겠다는 생각은 전혀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다.
"맨날 말했잖아, 멜로디! 휴일은 제대로 쉬라고!"
"멜로디 선배, 윗사람이 제대로 쉬지 않으면 아랫사람이 쉬기 힘들어요."
"으으, 죄송합니다 ......"
바닥에 주저앉은 멜로디를 보며, 루시아나와 마이카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전, 루시아나는 마이카를 데리고 멜로디의 방으로 왔다. 아침 식사 시간인데도 멜로디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마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았을까 걱정하며 마이카와 둘이서 찾아갔더니, 메이드복 차림으로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는 멜로디가 그들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멜로디, 오늘은 쉬는 날이라고 했잖아. 그런 옷차림을 해도 안 돼."
"네, 그건 알고 있는데요....... ......"
"그럼 얼른 사복으로 갈아입고 ...... 설마. 마이카, 잠깐 저기 옷장 좀 열어봐."
"네~"
"아, 마이카, 안 돼!"
이런 과정을 통해 멜로디가 사복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일단 지금은 그 옷차림으로 괜찮아. 이제 아침 식사 시간이니까."
"옷에 대해서는 식사 후에 다시 생각해요, 멜로디 선배!"
"...... 네, 알겠습니다."
고개를 숙인 멜로디를 이끌고, 루시아나 일행은 식당으로 향했다.
아침 식사를 마친 세 사람은 다시 멜로디의 방으로 향했다. 멜로디의 옷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다행히 멜로디 선배는 옷을 만드는 마법이 있어서 어떻게든 될 것 같으니 다행이네요."
"그래. 일단 메이드복 한 벌을 해체해서 새로운 옷을 만들어 보자."
"아가씨, 그건 악마의 소행이에요! 용서받지 못할 큰 죄라고요!
"멜로디 선배, 얼마나 메이드복을 신성시하는 건가요."
"자업자득이야, 멜로디. 네가 제대로 사복을 준비했더라면 메이드복은 죽지 않았어. 네 경솔한 행동이 메이드복을 죽인 거야!"
"그, 그런 ...... 제 탓에. 아아, 나는 무슨 짓을 ......"
"...... 나, 무슨 꽁트를 보고 있는 걸까요?"
멜로디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루시아나. 무릎을 꿇고는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한탄하는 멜로디. 둘 다 진심이라는 것을 알지만, 말하지 않을 수 없었던 마이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