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 22 화 키라의 말(1)
    2023년 08월 06일 22시 44분 2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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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7일. 루시아나의 생일 아침, 루리아가 깨워준 루시아나는, 루시아가 들려준 내용을 듣고 무심코 건네받았던 찻잔을 떨어뜨릴 뻔했다.



    "멜로디가 병가!? 정말이야?"



    "네, 아가씨. 어제처럼 배웅하러 왔지만 도중에 비틀거리며 쓰러졌고, 열도 조금 있는 것 같아서 오늘은 쉬도록 했습니다. 다행히 인원이 평소보다 많은 편이라서 그렇게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아서요."



    "그, 그래요 ...... 혹시 어제 먹은 토마토 때문이 아닐까!?"



    "아직은 복통이나 구토 증상은 없으니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그럼 한 번 병문안하러 ......"



    "당분간은 자제해 주세요. 감기일 가능성도 있고, 무엇보다 지금은 잠을 자고 있어요. 조금 주저했지만 침대에 눕히자 금방 잠이 들었으니까요."



    "...... 알았어."



     루시아나는 건네받은 찻잔을 입에 대는 것도 잊은 채 한동안 창밖을 바라보았다.

     멜로디를 대신해 루리아에게 몸치장을 부탁하고서, 루시아나 일행은 마차에 올라탔다. 이번 멤버는 루시아나와 휴버트, 호위로는 다이랄과 류크, 루시아나의 시중으로 마이카가 동행한다.



    "그럼 라이언, 저택은 맡길게."



    "알겠습니다. 잘 다녀오십시오."



    "루리아, 멜로디를 부탁해."



    "네, 일하다가 짬짬이 볼게요. 안심하세요."



     라이언과 루리아의 배웅을 받으며 루시아나 일행은 출발했다. 이번의 마부는 다이랄이 대신해 줄 것 같다. 차 안에는 휴버트와 류크, 맞은편에 루시아나와 마이카가 앉았다.



    "그건 그렇고 멜로디 선배가 병가라니 놀랍네요, 아가씨."



    "그래, 정말이야. 왕도에서는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는데......."



     창문 너머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는 루시아나. 연이은 재난으로 정신적으로 많이 지친 것 같다. 우선 집이 무너진 시점에서 충격을 받아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 오늘은 눈이 올지도 모른다."



    "눈? 지금은 여름이야, 루크. 무슨 뜻이야?"



     창문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류크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루시아나. 마이카는 "아, 그렇구나"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창의 비가 내릴지도 모른다는 거구나. 요컨대, 아주 드문 날이라는 뜻이에요, 아가씨."



    "멜로디가 몸이 아픈 게 그렇게 흔치 않은 일이냐?"



    "그래, 숙부님. 멜로디는 보통 쉬는 날에도 취미로 자발적으로 메이드 일을 마음대로 해서 우리한테 혼날 정도로 아주 활기찬 아이야. 열이 나서 쓰러진 건 처음이거든."



    "저는 아직 알게 된 지 얼마 안 됐지만, 멜로디 선배는 몸이 아파서 메이드를 쉬거나 실수할 것 같은 이미지는 없잖아요?"



    "그, 그렇구나. 휴가에도 일했다고?"



    "그래. 그냥 쉬는 것보다는 메이드 일을 하는 게 몸도 마음도 상쾌해진다고 호언장담하면서, 우리 눈을 피해 몰래 메이드 일을 하는 그런 아이야."



    "남의 눈을 피해 일을 쉰다는 얘기는 자주 듣지만, 고용주 몰래 성실하게 일한다니 이해가 안 되는 아이인데 ......"



    "멜로디는 그만큼 메이드를 좋아해. 그래서 건강관리에 신경을 썼었는데......."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말이죠. 역시 어제의 토마토가 문제였던 걸까요?"

    "그레일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았지만."



     루시아나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오늘 아침의 그레일. 루크에게서 아침밥을 받고 배가 부르자 바로 바구니로 직행하는 우리 집의 똥개 ...... 루시아나는 깜짝 놀랐다.



    (이런, 나도 참.... 귀여운 그레일을 똥개라고 하다니 ......)



     떠오르는 그레일의 모습.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그레일. 열심히 먹이를 먹는 식탐쟁이 그레일. 사실 고양이가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낮에 잘 자는 그레일.



    "...... 똥개의 요소밖에 없잖아."



     결론, 귀엽긴 하지만 그레일은 역시 똥개였습니다. 마왕의 위엄이여, 안녕히.



    "무슨 말씀하셨어요, 아가씨?"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신경 쓰지 마."



     그레일로서는 매우 원치 않는 결론이 루시아나의 머릿속에서 완성됐지만, 이 자리에서는 상관없는 일이다.

     대화가 끊기고 차 안에 침묵이 흐르자, 휴버트가 입을 열었다.



    "다시 한번 오늘 일정을 확인하자. 지금부터 우리는 세 개의 마을을 모두 돌아다니며 현황을 점검할 것이다. 먼저 동쪽의 그루주 마을, 북쪽의 테논 마을, 마지막으로 남서쪽의 다낭 마을까지 하루 만에 영지를 한 바퀴 도는 형태다. 모든 마을의 채소밭과 밀밭을 확인하고, 촌장 이하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앞으로의 대응을 고민한다. 하루 종일 일하게 되겠지. 루시아나, 일단 확인하겠지만 오늘 하루 종일 같이 가도 괜찮겠지?"



    "그래, 숙부님. 그럴 생각이야."



    "하지만 오늘은 네 생일이야. 축하해 줄 시간이 없어서 미안하지만, 저택에서 편히 쉬어도 괜찮은데."



     걱정하는 듯한 휴버트의 말에, 루시아나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대답했다.



    "신경이 쓰여서 생일 기분으로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나도 영지를 위해 무언가 하고 싶은걸. 이대로 같이 일하게 해 줘, 숙부님."



    "...... 그래. 알았어, 잘 부탁할게. 그럼 루시아나는 오늘 하루 종일 따라오게 되었으니 마이카는 루시아나를 돌봐주고, 류크는 루시아나를 호위하는 일을 잘 부탁할게."



    "...... 알겠습니다."



    "맡겨만 주세요! 점심 식사도 루리아 씨가 준비해 주셨으니 걱정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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