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카는 무릎에 놓여 있던 상자 모양의 바구니를 자랑스럽게 들어 올렸다. 열 살짜리 소녀가 커다란 바구니를 들어 올리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흐뭇해서, 루시아나와 휴버트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멜로디 선배가 있었으면 빈손으로 끝났겠지만......."
바구니를 다시 무릎 위에 올려놓은 마이카는 눈꼬리를 내리며 웃었다. 차 안에 있는 사람은 마부석에 있는 다이랄을 제외하면 멜로디의 마법의 존재를 아는 사람뿐이다. 부담 없이 이야기할 수 있어 조금은 편했던 마이카였다.
"그럼 각자 마을에 도착하면 각자 맡은 일을 열심히 하자."
휴버트의 말에 제각기 승낙의 대답을 했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모른다. 마차 안에서 채웠던 의욕이 멋지게 허공에 날아가 버릴 거라는 사실을.
그루주 마을에 도착하자 마차는 촌장의 집으로 향했다. 역시나 소식을 듣고 왔는지, 집 앞에는 촌장과 키라가 루시아나 일행을 반갑게 맞아하였다.
"어서 오세요, 휴버트 님, 루시아나 님."
"마중 고맙다, 촌장. 어젯밤에 보고한 채소밭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휴버트가 그렇게 말하자, 촌장과 키라는 서로를 힐끗힐끗 쳐다보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지? 무슨 새로운 문제라도?"
어제와 오늘 사이에 뭔가 큰 변화가 생긴 것일까? 다소 불안한 마음으로 휴버트가 물었지만, 촌장 역시 당황한 듯했다.
"...... 다시 말해, 마을 곳곳의 채소에서 반점이 사라졌다고?"
"예, 그렇습니다."
루시아나 일행이 어제 확인했던 채소밭으로 향하는 길에 마을 촌장에게서 설명을 듣는 휴버트. 그 옆에서 루시아나가 키라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오늘 아침에 어제보다 변화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밭을 보러 갔는데, 어제 분명히 있었던 반점이 모든 채소에서 사라져 버렸어요."
"전부? 그럼 그 밭뿐만 아니라 다른 밭도?"
"네, 조금 전에 모든 밭을 둘러봤는데, 모든 곳의 얼룩이 완전히 사라져 있었어요."
루시아나 일행은 채소밭에 도착했다. 어제 힘들어하던 밭의 주민들은 기쁜 표정으로 밭을 가꾸는 데 열중하고 있다. 어제의 우울한 분위기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확실히 얼룩이 보이지 않네."
"휴버트 님, 저희는 결코 거짓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아하하, 알고 있어 촌장. 다른 마을에서도 보고가 들어왔고, 루시아나도 보았었으니 착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애초에 멜로디가 맛을 보았으니까 틀림없어."
"어라, 그러고 보니 오늘은 멜로디 씨는 안 계시네요."
"...... 그래. 오늘 컨디션이 안 좋아서 쉬고 있어요."
"어머나, 혹시 그 토마토 때문에?"
"아직 잘 모르겠어. 열이 좀 있어서 쉬고 있는 중이야."
"음~"
각자 대화를 나누는 동안, 휴버트는 채소밭 앞에서 생각에 잠겼다. 발생 원인도 알 수 없는데 왜 갑자기 반점이 사라졌는지도 알 수 없다. 반점을 직접 보지 못한 휴버트의 입장에서는 마치 귀신에 홀린 듯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사태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 모양이다.
"휴버트 님, 보고할 것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만."
"또 뭐가 있어?"
"예, 그것이, 밀밭에 관한 일입니다."
"밀에 무슨 일이 있었어? 가뜩이나 수확 전망이 좋지 않은데......."
"아뇨, 그게 아니라 ...... 역시 이것도 직접 보시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 싶은데요."
설명하기 곤란한 촌장의 모습에, 휴버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번엔 무슨 일이란 말인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밀밭으로 향하던 휴버트는 깜짝 놀라며 절규하게 된다.
"............"
"마음은 이해합니다, 휴버트 님"
"어때요, 루시아나 님?"
"...... 대단해."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루시아나도 깜짝 놀랐다. 밀밭의 모습이 어제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풍작의 밀밭에 루시아나 일행은 압도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건, 무슨 일이지?"
휴버트는 어리둥절해하며 물었지만, 촌장도 답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안타깝게도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 아침 평소처럼 밀밭을 보러 갔더니 이미 이렇게 되어 있었거든요."
바람에 흔들리는 굵고 큰 보리 이삭이 한가득 펼쳐져 있다. 어제까지만 해도 확실히 발육이 좋지 않아 올해 수확이 위태로웠는데, 이제는 다음 달 수확을 기다리지 않고 지금 당장 수확해도 문제없을 정도로 잘 자란 밀이 밭을 가득 채우고 있다.
휴버트는 촌장과 함께 밭으로 들어가 밀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기 시작했다. 멀리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휴버트의 표정에서 기쁨의 기운이 넘쳐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건, 대단해 ...... 하룻밤 사이에 보리가 어떻게 이렇게 빨리 자랄 수 있어?"
"저도 이유를 모르겠어요. 하지만 마치 어제까지 쌓여있던 성장이 한꺼번에 일어난 것처럼 보이는 풍경에 압도당할 뿐이랍니다."
"그래 ......"
이곳도 채소밭과 마찬가지로 작황이 좋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없고, 급성장한 이유도 알 수 없다. 모르는 게 많지만 이대로라면 그루주 마을의 수확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걱정거리가 하나 줄어들자 루시아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 키라에게서 그 말을 듣기 전까지는.
"정말 대단해요. 마치 그림책에 나오는 대마법사의 기적을 본 것 같았어요."
""뭐?""
루시아나와 마이카가 입을 모아 키라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