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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나의 방을 나온 멜로디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메이드복에서 옷을 갈아입지 않고, 방을 어둡게 한 채 침대에 앉아 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달빛만이 그녀의 모습을 비추고 있다.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멜로디는 낮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때 나는 그 반점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그 반점을 손가락으로 문지르자, 마치 유리공예품처럼 산산조각이 났다.
"그건, 뭐였을까?"
지금 생각나는 것은 멜로디의 마력일 것이다. 자신은 그다지 자각이 없지만, 멜로디의 마력, 마법은 보통과 다르다고 한다.
자신과 다른 사람의 차이는 그 외에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럼, 내 마력을 쓰면 그 반점을 없앨 수 있다는......?)
가능성은 있다. 시도해봐야 한다.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내일이라도 루시아나와 휴버트와 상의해야 할까? 그렇게 생각하던 멜로디는 고개를 저었다.
(이것으로 잘 안 되면 기뻐하게 된다. 그럴 수 없다)
방금 전에 보았던 루시아나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밝게 행동하고 있었지만, 매우 힘들어 보였었다. 희망을 줄 만큼만 줘놓고서, 역시 불가능했습니다라고는 입이 찢어져도 말할 수 없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확인해 볼 수밖에 없잖아! 정말 내 마력으로 그 반점을 없앨 수 있는지, 지금 당장 마을에 가서 검증해 보자!)
결심한 멜로디의 행동은 빨랐다. 창문을 열고서 마법의 주문을 시전 한다.
"내 몸을 숨겨라 [토라스파렌자]. 내게 비상의 날개를 [아-리탄젤로]."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게 된 멜로디는 창문을 통해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별빛이 가득한 하늘 아래, 메이드복 차림의 소녀가 날아다닌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본 멜로디는 매우 곤혹스러워했다.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많은 이들이 잠에 드는 시간. 그것은 동시에 모든 불빛이 사라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멜로디는 하늘에서 동쪽의 그루주 마을로 가려고 했지만, 방향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출입구'로 전이하는 방법도 있지만, 멜로디는 루시아나에게 약속했다. 자신의 마법을 숨기겠다고. 밤길을 걷는 마을 주민은 없을 것 같지만,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투명해져서 하늘에서 가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멜로디는 생각했다. 하지만 시야가 깜깜해져 가야 할 길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루체'를 사용해도 자기 주변만 비추기 때문에 의미가 없어. 그렇다고 스포트라이트처럼 강한 빛을 만들면 투명화된 의미가 없고, 어떻게 해야 한담?)
광원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어두운 밤에 시야를 확보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한 것이 바로 류크였다.
(분명 류크는 눈동자에 마력을 모아 동체시력을 높일 수 있었을 거야. 그렇다면 비슷한 방법으로 밤눈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기억을 잃은 류크는 뷰크 시절에 익힌 마법 기술도 당연히 잊어버렸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감각은 기억하고 있었던 지, 마력을 무기에 입히거나 육체를 강화하는 것은 금방 할 수 있게 되었다. 여행 중에도 시력을 강화해 주변을 경계하면서 마부 일을 하였다.
멜로디는 두 눈을 감고 마력을 쏟아부었다.
(암시용 고글처럼 녹색으로 보이는 느낌이 아닌, 어둠을 어둠으로 인식한 채 세상을 올바르게 보는 눈을)
그리고 멜로디는 눈을 떴다.
(와, 보인다!)
마법은 성공하여, 멜로디는 어둠을 분별하는 눈을 갖게 되었다.
(그루주 마을로!)
하늘이 가득 찬 하늘 아래, 멜로디는 동쪽 하늘로 날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