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하. 멜로디, 뭘 사과할 필요가 있겠어. 솔직히 오늘 밤 잠자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지금껏 깜빡 잊고 있었을 정도였는데. 고마워할지언정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감사합니다."
멜로디는 빙그레 웃었다.
멍.
"...... 숙부님. 이봐요, 숙부님. 정말 괜찮은 거 맞지? 믿어도 되지?"
"괜, 괜찮아, 루시아나. 이제 단순한 조건반사 같은 거니까. 내가 좋아하는 건 멜로디가 아닌 그 사람이니까."
이런 대화를 나누면서, 멜로디의 상황을 파악한 휴버트는 앞으로의 대응을 이야기했다.
"좋아, 그럼 형님, 저택에 관해서는 추후에 보고서를 보낼 테니 그에 따라 대응해 줘."
"그래, 알겠다."
"음~, 우리 메이드들은 아직 자고 있네. 그렇다면 루시아나. 그럼 루시아나, 임시 숙소의 저택에 관해서는 다시 이야기해 보자. [처음부터 여기 있었는데 뭔가 문제라도?] 이걸로 나와 네가 함께 밀어붙여 보자. 괜찮지?"
"그럼 다들 납득할 수 있을까요?"
"말했잖아, 밀어붙인다고. 우리의 연기력이 좋다면 통할 거야. 힘내보자!"
"알겠습니다."
"이제 멜로디만 남았어.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해 줬는데도 미안한데, 잔해들을 다시 원래대로 쌓아놓을 수 있을까?
"물론 가능하지만, 어째서요?"
"임시숙소에 관해서는 처음부터 여기 있었다며 대충 넘어갈 생각이지만, 역시 이 짧은 시간에 정리정돈된 잔해더미는 변명하기 힘들어. 어차피 형님에게 보고를 해야만 하니, 대응이 결정될 때까지 원상태를 유지하는 편이 좀 더 편할 것 같아."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아, 하지만 회수한 사용 가능한 도구와 영지 운영 자료는 남겨 주실 수 있을까. 특히 영지 자료가 없으면 나중에 문제가 될 것 같아서. 그 부분에 대해서도 '열심히 모았습니다'로 밀어붙이도록 할 테니."
너무 과감한 대응에 멜로디는 잠시 눈을 깜빡였지만, 이내 미소 지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 늘어나라, 한순간의 손 [아룬가레라마-레・미레]!"
염력의 보이지 않는 팔이 조심스럽게 쌓인 목재 등을 들어 올렸다. 그 수는 대략 수천 개. 그 팔을 눈으로 볼 수 있다면, 멜로디 천수관음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천 개의 팔을 멀티태스킹으로 조작하는 멜로디. 마치 처음부터 설계도가 있었던 것처럼, 순식간에 방금 전에 본 것과 매우 흡사한 잔해더미가 쌓여간다. 조심스럽고 빠르게 진행되는 그것은 거의 소리도 내지 않아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잠들어 있는 메이드의 의식에 전혀 방해가 되지 않는다.
"...... 하하하. 확실히 이건 숨겨두는 게 좋은 힘인 것 같아."
"이제부터는 본인이 얼마나 신경을 써주느냐가 관건이지."
"뭐, 그쪽도 우수하니까 괜찮을 것 같긴 하지만..."
루틀버그 가문의 세 사람은 놀라움과 동시에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멜로디의 작업을 바라보았다.
◆◆◆
잠시 후 휴즈는 '환대의 문'을 타고 왕도로 돌아갔다. 잔해 정리도 끝나서, 멜로디 일행은 저택터에서 회수한 쓸만한 도구와 영지 운영 자료를 임시숙소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가장 먼저 돌아온 것은 다이랄이었다.
"헥, 헥, 휴버트 님 ...... 두고 가지, 말아주십쇼......"
"늦었어, 다이랄. 조금만 더 빨리 오지 그랬어."
무릎에 손을 대고는 헉헉거리며 숨을 가쁘게 몰아쉬는 다이랄. 휴버트를 전혀 따라잡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력 질주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모습이다.
"헥, 헥, 그런 건 금방 해결될, 문제가 아니잖습니까 ...... 저건 뭐지요?"
아직 숨이 가쁜 다이랄의 시야 끝에 무언가가 보였다. 물론 그것은 멜로디의 임시숙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