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 15 화 분위기를 못 읽는 남자(1)
    2023년 08월 03일 18시 58분 5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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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루시아나? 그, 그럴 리가 없잖아.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건데?"



     루시아나는 얼마 전 슈에게 보여줬던 냉소적인 표정으로 휴버트를 쳐다보고 있다.



    "...... 그래. 믿고 있어, 숙부님."



     휴버트의 어깨에서 루시아나의 손이 떨어진다. 키 차이가 꽤 나는데 용케도 한다.



    "괜찮아. 그 ...... 멜로디가 그, 내 첫사랑을 조금 닮아서 놀랐던 것뿐이고."



     휴버트의 말에, 다른 사람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란다.



    "휴버트, 너 그런 상대가 있었나? 처음 듣는 얘기인데."



    "그건 형님한테는 말하지 않았으니까. 아니,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어."



    "숙부님, 그런 상대가 있었다면 소개해 주셨으면 좋았잖아요."



    "아니, 불가능해. 그 사람, 내가 만났을 때는 이미 임신한 상태라서..."



    "'......'"



     말문이 막힌 루시아나와 휴즈. 첫사랑의 상대가 유부녀 ...... 어? 이거 들어도 되는 이야기야?

     휴버트는 무언가 생각난 듯 먼 곳을 바라보았다.



    "남편과 헤어지고, 친정에도 의지할 수 없어서 혼자 아이를 키우려고 했다는데, 그, 좋아하게 되어버렸거든. 아하하."



    "그 분과는 어떻게 됐어?"



     루시아나의 질문에 휴버트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실 그녀는 임신 중인데도 불구하고 왕도를 떠나 여행을 하고 있었는데, 그러던 도중 몸이 아픈 것을 내가 발견했어. 한동안 동쪽의 그루주 마을에서 살게 하고 아이도 낳아서, 그 후 1년 정도 지났을 때였나. 더욱 왕도에서 멀리 떨어진 서쪽으로 이주하겠다고 하면서 마을을 떠나버렸지."



    "그 분과는 잘 안 되었던 거구나. 아쉬워."



    "음~ 루시아나. 마음은 알겠지만 좀 어렵겠구나. 그 소녀, 마을에 살았던 것을 보면 평민이었을 거 아니냐? 게다가 아이를 낳았다면 과연 부모님께서 결혼을 허락하셨을지."



    "아니, 어차피 불가능했다고. 남편과 헤어져도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던 것 같고, 그녀는 여전히 남편을 사랑하고 있었던 것 같으니까. ...... 그, 체류 중에 구혼을 해봤는데, 살짝 거절당했거든. 하하하."



    "'......'"



     또다시 다음 말이 나오지 않는 두 사람. 완전히 첫사랑에 설레는 남자가 눈앞에 있다. 휴버트는 수줍은 듯이 웃음을 터뜨리더니 멜로디에게 다정한 눈빛을 보낸다.



    "...... 너의 미소가 이상하게도 그 사람을 닮은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넋이 나가버린 거야. 미안, 멜로디."



    "아뇨. 신경 쓰지 마세요."



     멜로디는 빙그레 웃는다. 휴버트는 눈을 가늘게 뜨며 멜로디를 바라보았다.



    (그녀도, 셀레나도 저렇게 웃는 딸이었다. 지금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



     휴버트는 모른다. 눈앞에 있는 것이 그 셀레나의 딸이고, 그 셀레나는 이미 이 세상을 덧없이 떠나버렸다는 것을.

     그리고 멜로디 역시 알지 못한다. 휴버트의 첫사랑의 상대가 셀레나라는 사실도, 자신이 태어난 곳이 이 루틀버그 백작령이라는 사실도.

     멜로디가 언제쯤 깨닫게 될지, 그것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 .......

     미묘한 분위기가 조성된 자리에서, 휴즈는 헛기침을 했다.



    "일단 내가 여기 있는 이유부터 설명해 볼까."



    "아, 그러고 보니 형님은 왜 여깄어? 루시아나와 거의 같은 시간에 영지로 돌아왔다는 건, 바로 출발했다는 뜻이겠지? 설마 왕도에서 무슨 일이라도 있었다던가?"



    "아니, 실은......."



     그리고 휴즈 일행은 멜로디의 마법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내용에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휴버트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마을에 있는 동안에 이 저택을 지었어? 대단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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