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 화 루틀버그 가문의 새로운 메이드2021년 01월 03일 08시 13분 0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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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하다.....기에는 약간 더워진 계절. 왜냐하면 내일부터 6월이니까.
"루시아나, 준비는 되었니? 잊은 물건은 없고."
"괜찮아요, 어머님. 걱정도 태산이셔."
루틀버그 백작가의 왕도 저택, 그 현관홀에서 어머니 마리안나에게서 받은 질문에, 딸인 루시아나는 홀가분한 듯 대답했다. ㅡㅡ하지만, 마리안나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그렇게 말하고서 입학식 날에 입학허가증을 깜빡 잊은 거, 전 잊자 않았답니다?"
싱긋 미소짓는 마리안나. 루시아나의 입에서 "우윽" 이라는 영애답지 않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메, 멜로디, 어머님의 잔소리는 메이드로서 어떻게 생각해!?"
루시아나는 당황한 기색으로 메이드 소녀, 멜로디에게 항의의 목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그 멜로디는 그 말을 무시하는 듯, 루시아나에게 미소를 보내었다.
"죄송해요, 아가씨. 매일의 활동보고를 안주인님께 제출하는 것은, 메이드로서 당연한 의무니까요."
"섬기는 집안의 딸이 궁지에 몰렸는데 어째서 미묘하게 자랑스러워 하는 거야!?"
루틀버그 백작가의 올워크스메이드, 멜로디・웨이브. 15세.
전 일본인 전생자이며 이곳ㅡㅡ여성향 게임 '은의 성녀와 다섯 가지 맹세' 의 세계에선 '히로인' 세실리아・레긴바스 백작영애 당사자다......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게임의 일 따윈 조금도 모르는 그녀는 메이드가 되겠다는 전생의 꿈에 매진하여, 일부러 그러는 거 아니냐고 묻고 싶어질 정도로, 시나리오와 맞지 않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루시아나는 멜로디의 영향을 제대로 받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원래의 게이에선, 빈곤했기 때문에 히로인에 대한 질투심을 품고 대적하는 중간보스였으니까. 상궤를 벗어난 멜로디의 메이드스킬과 마법에 의한 철저한 봉사 덕분에(?) 질투심과는 관련없는 생활을 보내게 된 루시아나와 멜로디의 관계는 매우 양호하다. 게임 시나리오 개시 전부터 중간보스 은퇴상태다.
만일 이 세계에 게임의 운영자같은 존재가 있다면 완전한 배역 미스. 극도의 메이드 매니아를 필두로, 히로인에게는 불필요한 속성이 가득한 검은 머리의 미소녀였다.
"궁지라니, 과장도 참......"
마리안나의 옆에 선 백작가의 당주, 휴즈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세 사람의 대화를 보고 있다.
아침부터 현관홀에 모여서 뭘 하고 있냐고 묻는다면, 오늘부터 왕립학교의 학생기숙사에 들어가게 된 루시아나를 배웅하기 위함이었다.
거의 2개월 전, 입학식 날 밤에 열린 봄의 무도회에 의문의 습격자가 나타났다. 다행히 큰일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위기감을 느낀 국왕이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학교를 폐쇄했는데, 이제야 내일부터 해제되는 것이다.
긴급히 학교 내에 새로운 학생 기숙사가 건설되고, 여태까지 주로 평민 희망자만 대상으로 하던 기숙사제도를 전교생에게 강제적용. 저택에서 통학했을 루시아나도 학생기숙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전교생의 등하교를 막고 학교의 부지 내에 머물게 하여 불한당의 침입 기회를 줄이려는 시도로 보인다.
"루시아나, 학생 기숙사에 들어가면 주저하지 말고 남김없이 써야 한다."
(해설: 기숙사 비용 만큼 제대로 뽕을 뽑도록!)
"남김없이 쓰라니? 으, 응. 잘 모르겠지만 알겠어요, 아버님."
불타는 화염이라도 깃들어있는 것같은 휴즈의 두 눈에.....루시아나는 약간 질린 모습이었다.
"당신, 상스러워요. 멜로디, 루시아나를 잘 부탁해요."
"알겠어요, 안주인님."
아름다운 몸짓으로 카테시를 선보이는 멜로디. 그녀도 또한 루시아나의 시중을 들기 위해 같이 학생 기숙사로 가기로 결정되었다.
"아가씨의 짐에 대해서도 사전에 확인해 놓았으니, 잊은 물건은 없다고 봐요......나중에 아가씨께서 안을 전부 꺼내놓지 않는 이상은 그래요."
"저, 정말! 멜로디까지! 2개월 전의 일을 끄집어내지 말라고!"
입학식 전날에 잊은 물건이 없나 하고 가방에서 내용물을 끄집어내서 확인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그대로 입학허가증을 넣는 걸 잊고 만 루시아나. 부끄러운 실패에 얼굴이 빨개지고 만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겐 흐뭇한 추억이다. 부끄러워하는 루시아나를 사랑하는 세 사람이었다.
준비가 순조롭다는 것에 마리안나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곧장 얼굴에 손을 대며 한숨을 쉬었다.
"그건 그렇고, 결국 새로운 하인을 고용할 수는 없었네요."
"한 명 정도는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마리안나에게 호응하듯이 휴즈도 한숨. 백작가의 왕도 저택에서 일하는 하인은 멜로디 한 명 뿐. 그녀를 루시아나에게 보내기로 정했으니 백작가에는 새로운 하인을 모집하고 있었지만,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에 응하는 자는 한 사람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 때문에, 멜로디가 저택을 나가는 이상 루틀버그 가문에는 하인이 없는 상태.....라는 것도 아니지만.
"아가씨, 마차의 준비가 된 모양이에요."
"알았어, 멜로디. 그럼, 갔다 올게요. 아버님, 어머님. 그리고, 여기를 잘 부탁해, 세레나."
"알겠어요, 루시아나 아가씨."
루시아나 일행에게서 약간 떨어진 곳에 한 소녀가 서 있다. 멜로디보다도 약간 어른스러운 분위기를 띈 그녀의 이름은, 세레나.
멜로디와 같은 디자인의 메이드복을 입고 있지만, 캡으로 머리카락을 고정한 멜로디와는 다르게, 머리를 장식한 건 레이스가 달린 카츄샤. 가슴까지 오는 길다란 갈색 머리가 둥실 흔들린다. 가슴가에는 하트가 새겨진 은세공품이 반짝 빛나고 있었으며, 시크한 메이드스타일의 멜로디와는 대조적으로 화려한 분위기. 어딘가 접대 메이드인 '파라메이드' 를 연상시키는 소녀였다.
뭐야, 멜로디 이외에도 메이드가 있지 않은가. 조금 전 백작부부의 발언은 뭐였던 건가.
.......그 대답은, 다음의 마리안나의 대사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말 아름다운 인사네요. 그녀가 '인형' 이라고는 정말 생각할 수 없어요."
"송구스럽네요."
그렇게 말하면서 미소짓는 세레나의 표정은 정말 자연스러웠는데, 아무 사전설명도 없이 그녀를 인형이라고 믿는 자는 아마 없지 않을까.
하지만 루틀버그 가문은 그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다. 왜냐면, 그들은 세레나가 태어나는 순간을 직접 목격했으니까.
그리고 물론, 세레나를 만든 사람은ㅡㅡ.
"그럼 세레나. 제가 없는 사이의 저택 관리를 부탁할게요."
"예, 언니. 창조주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을 일처리를 해보이겠어요."
ㅡㅡ멜로디였던 것이다.
'후후후, 나도 참 좋은 방법을 생각해 냈어. 안나 씨에게 감사해야겠어.'
그렇다, 세레나는 전의 휴일 데이트에서 안나가 선물해준 인형을 기반으로 만든 존재였다.
새로운 하인을 모집해도 꽤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인형을 주목한 멜로디는 이렇게 생각한 것이다.
ㅡㅡ새로운 하인이 오지 않는다면, 이 아이에게 일하게 하면 되지 않을까?
멜로디도 이 세계의 마법에 상당히 물든 모양이다. 어딘가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마법사 할머니같은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고생하지도 않고 만들어낸 것이 세레나였다.
그녀의 인격은 [알테레-고(분신)] 를 가공하여 만든 마법 [노-보크오-레(인공지능)] 에 의해 형성되어 있다.
이렇게, 이제 새로운 하인을 고용할 필요가 없어졌지 않은가 할 정도로 우수한 메이드가 백작가에 오게 되었다.
항상 신세지고 있는 근교의 숲ㅡㅡ이라는 이름의 세계최대의 마경의 땅 '바나르간드 대삼림' ㅡㅡ의 깊은 곳에서 우연히 발견한 낡은 은제 좌대가 이상하게도 멜로디의 마력과 정말 상성이 좋았기 때문에, 그 일부를 떼어내서 세레나를 움직이게 할 막대한 마력의 그릇으로 이용한 것이다.
'어째서 세레나는, 어머니와 비슷하게 만들어졌을까?'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학교로 향하는 마차 안에서, 멜로디는 자기가 만들어 낸 세레나를 생각하고 있었다.
세레나는 멜로디의 돌아가신 어머니와 너무 비슷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세레나 17세 버전이라고 해야 할까. 이름을 붙인 이유도 그 모습 때문이다.
"왜 그래, 멜로디. 멍하게 있어서는."
"아, 아니요, 괜찮아요 아무 일도 아녜요, 아가씨."
"그래? 그럼 괜찮지만.....아, 그보다 이것 봐."
"이거요? 아, 이거."
약간 의기양야한 표정의 루시아나가 가슴에서 가느다란 사슬을 꺼내들었다. 사슬에는, 귀족이 쓰기에는 약간 싸구려틱한 남색 돌이 박힌 반지가 꿰어져 있다. 전에 루시아나가 강제휴가를 취하게 했던 멜로디가 선물로 사와서 루시아나에게 준 반지였다.
"에헤헤, 펜던트로 만들어봤어. 꽤 귀엽지?"
평소에 저택에서 쓰기엔 좋지만, 학교에서 쓰기에는 약간 볼품없는 반지였기 때문에, 루시아나는 교복 안에 숨겨서 항상 갖고 다니기로 한 모양이다.
"아가씨......감사해요."
약간 감동한 멜로디. 그리고 뭔가 좋은 걸 떠올린 듯 손뼉을 쳤다.
"맞다, 아가씨. 계속 몸에 지니고 계실 거라면, 그 반지에 [아-티르센시티보] 의 마법을 걸어드릴게요. 교복에도 방어마법을 걸어드렸지만, 있는 편이 보다 안전하니까요."
메이드 마법 [아-티르센시티보]. 보석 등에 부여하는 걸로 적의가 담긴 시선을 알려주는 마법이다. 봄의 무도회에서 이 마법 덕분에 태자를 습격하려던 자를 눈치챌 수 있었던 편리한 마법이었는데ㅡㅡ.
"아니, 사양할게."
루시아나는 그 제안을 거절했다.
"어째서요?"
"메이드의 마법은 정말 편리하고 믿음직하지만, 난 학교에 공부하러 가는 거야. 인간관계의 구축도 그 중 하나. 사람을 보는 눈도 길러야 해."
"아가씨....정말 훌륭한 마음가짐이라 생각해요."
다시금 감동하는 멜로디. 가정교사의 시점에서 루시아나의 성장에 감격한 모양이다.
"알겠어요, 아가시. 하지만, 옷에 건 방어마법은 해제하지 않을 거예요."
루시아나는 쓴웃음을 띄웠다.
"후후후. 그렇네. 그쪽은 안전장치로서 기대할게.....그리고 말야, 멜로디."
"예, 뭔가요?"
"학교에 가면, 멜로디는 마법의 사용을 최대한 자제해줬으면 해."
"마법의 사용을? .....아, 이것도 공부의 일환이네요."
"으, 응. 그런 거야. 알았지?"
"네, 괜찮아요. 후후후, 마법을 안 쓰는 메이드 업무라니, 그건 그거대로 즐거워 보이네요."
의욕에 찬 모습의 멜로디를 보고, 루시아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이었다.
'다행이다, 어떻게든 자연스럽게 마법을 금지시킬 수 있었어. 학교에서 멜로디가 자중하지 않고 마법 따윌 써버리면 어떻게 되었을지.'
......아마, 여러가지로 대참사가 났을 것이다. 루시아나는 기숙사에 들어가기 전에 한 가지 큰 문제를 해결한 것과 마찬가지다.
'뭐, 솔직히 멜로디의 마법이 너무 강력하다고 가르쳐주면 끝날 이야기지만, 왠지~ 말하기 꺼려지네.....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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