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 2 장> 프롤로그
    2021년 01월 02일 22시 54분 0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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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421du/1/

     

     작가 : あてきち

     

     번역공방 : https://viorate.tistory.com/

     

     ※ 후원 받고 있습니다. 후원금에 따라서 우선 번역해드립니다. 개인 커미션도 개시함. 자세한 내용은 공지 참조.

     

    제2권

     

     

     "........으, 음.............호에?"

     

     왠지 싸늘한 감촉이 들어서, 그녀는 눈을 떴다.

     

     분명 자신은 병원의 침대에서 잠자고 있을 터였는데 어째서. 그렇게 생각해 눈을 뜨자, 예상 외의 광경에 무심코 이상한 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곳은 병실 따위가 아니라, 어딘가의 폐허같은 장소였다. 석조 건물이 늘어서 있지만 모두 낡아 있어서, 마치 TV와 영화에서 보던 슬럼가의 무대 세트장처럼 현실감이 없었다.

     

     "어? 아? .........뭐지? 어떻게 된 일? 어라? 목소리가........"

     

     거기서 그녀는 또 하나의 이변을 눈치챘다. 자기 목소리가 마치 아이처럼 청아하고 풋풋해진 것이다.

     그럴 리가 없다. 왜냐면 자신은 이미 환갑이 지난 할머니니까.

     

     그녀의 이름은 구리타 마이카.

     

     그렇다, 테오라스 왕국의 태자 크리스토퍼로 전생한 전 일본인 고교생, 구리타 히데키의 여동생이다. 비행기 사고로 오빠를 잃은 후 수십 년. 그녀는 결혼해서, 현재는 중학교에 다니는 손녀딸이 있을 나이가 되었다.

     

     '분명, 병원에 검사하러 입원해서.....그래, 그래서 조금 전까지 병문안을 와준 손녀딸과 그 그리운 게임의 이야기를 했었지.'

     

     

     

     여성향 게임 '은의 성녀와 다섯 가지 맹세'

     

     

     

     자기가 중학교 시절에 유행했고, 정말 좋아했던 게임. 하지만, 이 게임 회사가 기획한 이벤트의 사고로 오빠를 비롯해, 게임의 동지이며 소꿉친구이자 언니인 아사쿠라 안나를 잃었다는 청춘시절의 괴로운 기억의 상징이라고 말할 수 있는 존재다.

     

     시간의 흐름이 슬픔을 치유해 주었지만. 환갑을 맞이한 지금 들어서 왜 새삼스럽게 화제가 되었으냐 하면, 놀랍게도 이 게임이 리메이크되었기 때문이다.

     

     당시의 열광적인 팬이 만들었는데, 지금 여중여고생 사이에서 조용한 붐이 되어 있다고 한다.

     

     '놀랍기도 해. 일러스트도 당시의 그것과 정말 비슷해서 놀랐는걸.'

     

     듣기로는, 당시의 일러스트레이터의 딸이 담당해서 꽤나 기합을 넣고 똑같이 그렸다고 한다. 손녀딸이 즐거운 듯 인터뷰기사가 실린 팬북을 보여준 것이 생각난다.

     

     '그리고, 분명, 히로인의 비장의 일러스트가 있었을 텐데......어떤 그림이었더라?'

     

     당시 일러스트레이터의 미공개 일러스트가 발견되어서 그게 팬북에 게재되었지만, 왠지 안개가 낀 것처럼 제대로 떠오르지 않는다.

     

     '뭔가, 거무스름한 이미지였는데.....왜 검었던 걸까?"

     

     손녀딸은 뭐라고 말했었나. 지면에 웅크린채 생각하고 있던 마이카였지만, 그럴 때가 아니라는 일을 이제 와서 눈치챈다. 그리고, 마이카는 경악하고 만다.

     

     '그, 그랬어. 그 애는 괜찮을까. 설마 나와 함께 여기 왔다는 건 아니겠지. 내 소중한.....소중한.....소중, 한......어, 어째서.'

     

     마이카는, 손녀딸의 이름을 떠올리지 못했다. 그 뿐인가 얼굴조차 어슴푸레해서, 정확히 떠올릴 수가 없다. 조심하지 않으면 완전히 잃어버릴 정도였다.

     

     "......뭐야, 이거......? 나는, 구리타 마이카......이전에 60세가 되어서, 그래서.....그래서.....거짓말."

     

     마이카는, 자신의 반평생을 떠올릴 수 없었다.

     

     

     확실히 떠오르는 것은ㅡㅡ.

     

     

     "......주, 중학생 시절까지의 기억은 오히려 확실히 떠오르는데......뭐야 이거?"

     

     마이카는 어른 시절의 기억을 잃은 대신에, 어째선지 중학생 시절의 기억이 선명해져 있었다.

     

     "뭐야 이거, 정말 의미를 모르겠어......히잉, 어머니.....오빠.....안나 언니."

     

     자신은 눈치채고 있는 걸까. 마이카의 말투가 점점 어려진다.

     마이카의 눈에 방울이 맺힌다. 그럼에도 필사적으로 참아보려고 갑자기 고개를 숙였던 마이카는, 또다시 경악하고 말았다. 눈에 보인 것은 자신의 발. 병실에선 양말을 신고 있었을 텐데, 왜 그런지 맨발이었다.

     

     아니, 오히려 문제는 그 부분이 아니라.....마이카의 발이ㅡㅡ.

     

     ".....이 발, 아무리 보아도......어린애의 발이잖아.......?"

     

     놀란 마이카는 양손으로 온몸을 더듬어 보았다. 더듬더듬 만지면서, 그 때마다 눈을 부릅뜨고 만다. 왜냐면 어떻게 생각해도 지금의 자신은, 틀림없이.....아이였다.

     

     

     "하아? 어..........?"

     

     

     제대로 말이 안나온다. 그 눈으로 양손을 바라본다. 가늘고 작은 손. 손가락도 팔도 어른이라 하기엔 너무나도 짧았고, 연약하다. 그리고 입고 있는 것도 마치 유랑민같은 거적떼기다.

     

     '뭐야이거뭐야이거뭐야이거!? 몸은 아이, 두뇌는 어른이라니, 어느 만화의 주인공 같잖아!'

     

     마음이 중학생 시절로 돌아가 버린 마이카는, 당시에 큰 인기였던 만화를 떠올리면서 내심 태클을 넣고 있었다. 설마 누군가가 독약을 마시게 해서ㅡㅡ라니, 그럴 리가 있겠냐!

     

     '애초에 이거, 단순히 젊어진 것 뿐이 아니잖아! 왜냐면 내 머리.....어째서 핑크색!?'

     

     조금 전부터 조금씩 시야에 들어오는 자신의 머리카락. 가슴보다 길었을 자신의 검은 머리는 어째선지 어깨에 닿을 정도까지 짧아졌고, 거기에 더해 머리색은 분홍색이 되었다.

     

     '머리가 핑크라니, 그러니까 어느 세계의 주인공이냐고!? 난 마법소녀전대의 리더냐!'

     

     중학생 시절, 아이들에게 큰 인기였던 일요일의 마법소녀 애니메이션을 떠올리는 마이카. 일본인 설정인데 왠지 형형색색의 머리카락을 한 소녀들이 활약하는, 일부 성인남성에게도 사랑받던 그 애니메이션.

     

     

     ........따지지 않을 수는 없잖아. 마이카는 완전히 현실회피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인내의 한계에 도달하고 만다.

     

     "후에, 에. 에, 에,......에~엥! 뭐야. 뭐냐고오오오오오오."

     

     마이카는 길거리 한복판에서 큰 눈물을 흘리며 울기 시작했다. 그녀를 달래려는 듯, 하늘에서 투둑투둑하고 비가 내린다. 그걸 신경쓰지 않고, 마이카는 계속 울어제꼈다.

     

     이윽고 울다 지쳐서 약간 진정을 되찾자, 마이카는 지면에 생긴 웅덩이를 눈치챘다. 그곳에는 분홍색 머리를 한 여자아이의 얼굴이 비치고 있었다. 귀여운지 어떤지는 흔들리는 수면 탓에 판단할 수 없었지만, 중학생이라기에는 더욱 젊다. 아마 10살 정도가 아닐까.

     

     역시 영문을 모르겠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이건, 이미 자기가 알고 있는 구리타 마이카가 아니다.

     

     

     마이카의 눈동자에 다시금 눈물이 맺히며, 다시 한번 큰 울음을 터트리려 하자ㅡㅡ마이카는 팔을 잡아당겨졌다.

     

     

     "꺄악! 누, 누구!?"

     

     "........여기다."

     

     마이카의 눈앞에는, 덥수룩하게 잘려진 보라색 머리의 소년이 서 있었다. 마이카와 마찬가지로 누더기 옷을 입고, 한 손으로 마이카의 팔을 쥔 채, 반대편의 손에는 날이 부러진 검을 쥐고 있다.

     마이카는 무서워졌다. 부러졌다고는 해도, 무기를 손에 든 소년의 모습이다. 또한, 그야말로 슬럼가의 불량 청소년같은 모습에, 현대 일본에서 살아온 마이카가 두려워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소, 손을 놓......."

     

     ".....빨리, 여기서 나가는 편이 좋아."

     

     "어?"

     

     소년에게 강하게 손을 이끌려져서, 마이카는 어쩔 수 없이 걸어갔다.

     

     "저, 저기, 어디로 가요?"

     

     "......여긴 위험하니까."

     

     여기란 이 폐허의 마을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처음에 마이카가 생각했던 대로 여긴 슬럼가같은 장소인 모양이다. 아무래도 이 소년은 마이카를 여기서 데려가려는 모양이다.

     

     '왜 도와주는 걸까......?'

     

     ".........도착했다."

     

     "네? 아ㅡㅡ"

     

     마이카는 어느 사이에 슬럼가를 빠져나왔다. 소년에게 붙잡혀서 앞으로 걷는다. 조금 전까지의 어두운 시가지와는 전혀 달라서, 노을에 비추어지는 중세 유럽풍의 길거리가 펼쳐져 있다. 도로에는 화기애애한 사람들이 걷고 있었으며. 조금 전까지의 까닭 모를 불안은 느껴지지 않는다.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마이카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온다.

     

     어느 사이에 비는 그쳐있었다.

     

     "저기, 고마워요. 덕분에.....어라?"

     

     마이카가 돌아보자 이미 소년의 모습은 사라져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다는 것처럼.

     

     "어? 설마, 이미 저쪽으로 돌아간 거야?"

     

     다시 혼자가 되고 말아서, 마이카는 무심코 가까운 벽에 손을 대며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주효했던 모양인지, 그녀에게 구원의 손길이 뻗어왔다.

     

     "어라라, 어딘가 상태라도 나쁜 거니?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도 있을까?"

     

     마이카의 자세를 컨디션 난조로 생각했는지, 여자가 말을 걸어와 주었다. 복장으로 보면 수녀같았는데, 왠지 약간 애니메이션같은 디자인의 수녀복이었다. 하지만.....

     

     '어라? 이 사람, 어딘가에서.....'

     

     마이카는 이상한 데자뷰에 사로잡혔다 이 여자는 본 기억이 있다....그런 느낌이 들었다.

     

     '이런 황갈색 머리의 미인, 한번 보면 잊을 리가 없는데.'

     

     결국, 이 여자는 역시 수녀였던 모양이어서, 갈 곳이 없었던 마이카는 그녀가 운영하는 고아원에 들어가게 되었다.

     

     "저, 저기, 전 마이카라고 해요. 잘 부탁드릴게요."

     

     "그래, 잘 부탁해. 내 이름은 아나벨. 수녀 아나벨이란다."

     

     

     

     

     마이카가 이 세계의 진실을 깨닫는 것은, 그로부터 며칠 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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