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안네마리의 두근두근 휴일 데이트 (가칭) ⑮
    2021년 01월 02일 15시 02분 0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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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421du/74/





     """앗싸~!"""


     아이들이 기쁜 듯한 소리를 내며 식당으로 달려갔다.

     

     혼자 남겨진 안나. 조금 전까지 같이 놀고 있었는데 너무 이해타산을 밝힌다며 쓴웃음을 짓고 가만히 서 있자, 어느새 온화한 미소를 띄운 멜로디가 눈앞에 서 있었다.


     "자, 안나 씨도 가요."


     "그래, 지금 갈게."


     미소로 대답해주고, 두 사람은 식당으로 향했다. 이 미소를 어둡게 하지 않을 거라고 마음 속으로 맹세하면서.






     """맛있다~"""


     "정말 맛있네요. 고마워요, 멜로디 씨."


     "입맛에 맞은 것 같아 잘 됐네요."


     식당에서 잘려진 과일을 먹는 일동. 하지만, 메이드의 혼이 넘치는 멜로디가 그냥 과일을 자른 것으로 끝냈을 리가 없다.


     "오, 이 소스, 새콤달콤해서 맛있네. 이거 퓨네로 만든 거야?"


     "예. 설탕이 없어도 과일이 충분히 달길래 만들어 봤어요."


     퓨네란 안나가 차입해준 과일의 이름이다.


     "같은 과일로 만든 소스라 그런지, 잘 어울리고 먹기 쉽네요."


     "좀 더 시간이 있었다면 좀 더 공들인 디저트도 만들었을 텐데요."


     "아니요, 충분해요, 멜로디 씨. 가진 재료로 만드는데 더해, 과일을 바꾸면 어레인지도 할 수 있으니까요, 레시피를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기쁘네요.


     서로 방긋 웃는 멜로디와 수녀 아나벨. 안나는 떠들썩하게 디저트를 먹는 아이들을 바라보다가 아이들이 늘어선 테이블에 빈 자리가 있는 눈치챘다.


     "저기, 수녀님. 저곳은 왜 자리가 비어있나요?"


     "아, 저곳은 새로 들어온 아이의 자리야. 지금, 외출 중이고."


     "혼자서요? 괜찮나요?"


     약간 눈을 부릅뜨는 안나.


     "아직 어리지만 정말 똑똑한 아이고, 자립심도 강한 모양이야. 오늘도 일거리를 찾는다고 말하고 바깥으로 나가고 말았네."


     "아직 9세라고 하는데요. 저도 디저트를 하나 남겨달라고 들었을 땐 놀랐네요."


     "9살이라니, 제대로 된 일은 무리라고 생각하는데....."


     멜로디의 보충설명에 더욱 놀라고 마는 안나.


     "혹시, 고아원에 익숙해지지 않은 건가요?"


     "아니, 아이들과 사이좋게 지내. 하지만, 그 애의 말로는 '빨리 자립해서 고아원에 돈을 보태줘야돼!' 라며 고집부리면서, 꽤 포기해 주지를 않지 뭐니."


     마음은 기쁘지만 곤란하다며, 수녀 아나벨은 쓴웃음을 띄우는 것이었다.









     "안나 누나, 멜로디 누나, 나중에 또 와!"


     "다음엔 바느질 알려줘."


     "다음엔 반드시 도망치고 말 테니까!"


     "또 간식 가져와 줘~"


     마지막 아이는 정말 욕망에 충실했지만, 두 사람은 싱긋 미소지으며 승낙한다.


     "오늘은 와줘서 고마워요, 정말 즐거운 하루였어요."


     "저희들도 정말 재밌었어요. 다시 들러도 괜찮을까요."


     "당분간 바빠질 테니까 바로 오는 건 무리일지도 모르겠지만, 또 올게요."


     이미 날은 저물기 시작하여, 멜로디와 안나가 고아원을 떠날 시간이 되었다. 아이들과 수녀 아나벨이 배웅해 주었고, 두 사람은 잡담을 나누며 고아원을 나섰다.


     "안나 씨, 당분간 바빠지나요?"


     "그래. 그 뭐냐, 이제 곧 학교가 재개되잖아. 그거 관련으로 조금."


     "혹시, 안나 씨도 안네마리 아가씨와 함께 학교에 가나요? 저도 그런데요."


     "뭐? 아, 아앙, 저기, 난 가지 않는데? 하지만, 그, 인원 조절이라던가 여러가지로 말야, 응?"


     "아, 그런 일인가요. 저쪽에서도 만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아쉽네요."


     납득은 하지만 약간 실망한 표정의 멜로디. 안나는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재주껏 얼버무렸다고 내심 안도했다.


     "저쪽에서도 라는 말은, 멜로디는 루시아나 아가씨를 따라서 학교에?"


     "예. 저희 저택엔 메이드가 저 밖에 없으니까요."


     "그럼 저택 쪽은 큰일나지 않을까?"


     "실은 한 가지 생각해 낸 방법이 있으니 조금 실행해볼려고 해요."


     "대책? 어떤?"


     "후후후, 비밀이에요."


     검지를 살짝 입술에 갖다대면서 득의양양하게 미소짓는 멜로디는 이 얼마나 귀여운가. 멜로디의 귀여움에 그만 화제를 잊어버린 안나였지만, 어떤 건물을 보고 기분을 전환한다.


     "저건......"


     그건, 고아원에 인접한 교회였다. 그리고, 이벤트 한 가지가 뇌리에 떠올랐다.


     ".....저기, 멜로디. 돌아가기 전에 잠깐 교회에 들러보지 않을래?"


     "교회말인가요? 상관없긴 한데요....."


     안나는 의아해하는 멜로디의 손을 이끌고 교회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거리낌없이 건물의 안으로 나아갔다.


     "안나 씨, 저기, 이런 곳까지 들어와도 괜찮은가요?"


     "멜로디, 조용히.......들어왔으니까 괜찮잖아."


     어느 도둑의 변명이냐고 말하고 싶어지는 말을 작은 소리로 속삭이면서,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자, 여기를 올라가자."


     "여긴......"


     나선형의 계단을 다 오르자, 그곳은 교회의 종루였다.

     종루에서는 저녁 노을에 물든 왕도의 시가지를 내려다볼 수 있다.


     "감상은?"


     ".....예쁘네요."


     멜로디는 몰래 들어온 것도 잊고, 붉게 물든 왕도의 모습에 감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가만히 바깥을 바라보는 멜로디를, 안나는 뒷쪽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은 오늘이 아니겠지만, 이벤트 적으로는 이미 끝나버린 것과 마찬가지니, 괜찮겠지?'


     

     멜로디의 입에서, 게임과 같은 대사가 흘러나온다.



     [아, 고아원이 보여요, 전하]

     "아, 고아원이 보여요, 안나 씨."


     안나도 게임에 맞춘 대답을 한다.


     [그렇구나]

     "그렇네."


     고아원으로 눈을 향한다. 3년 전엔 너덜너덜했던 건물은, 지금은 보수도 되어있어서 낡았지만 예쁜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광장에는 조금 전까지 그렇게나 자신들과 놀았음에도 불구하고, 또 몇 명의 아이들이 기운차게 놀고 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멜로디는 그걸, 히로인과 마찬가지로 말없이 바라본다. 종루에 노을이 드리워지고, 안나의 눈에 멜로디의 뒷모습이 실루엣이 되어 비추어졌다.


     그것은, 정말 기억나는 광경이었다.....


     "......히로인?"


     안나는 이것과 완전히 같은 광경을 게임의 스틸컷으로 본 적이 있었다. 무슨 우연인지, 오늘 멜로디가 입고 있는 옷은 디자인은 달랐지만 실루엣은 게임과 너무 비슷하였다. 바람에 나부끼는 머리카락의 움직임까지 게임대로 재현되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눈앞에 있는 사람이 진짜 히로인이 아닐까 하는 착각까지 불러일으킨다.


     안나는 무심코 앞으로 나왔다. 그것은 기묘하게도, 그 덧없는 뒷모습에 안 좋은 예감이 떠오른 태자와 똑같은 행동이었다.


     [세, 세실리아?]

     "메, 멜로디?"


     살짝 멜로디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안나. 그 때, 히로인이라면 "이런 멋진 곳에 데리고 와주셔서 감사해요, 전하" 라고 말하면서 근심을 띈 표정을 지어서, 태자를 두근대게 만든다. 그리고, 조건이 갖추어졌다면 돌아가신 어머니의 이야기로 태자와의 친밀도를 늘리는 이벤트가 되는 것인데....


     멜로디는 안나 쪽을 돌아보고는, 이렇게 고했다.


     "이런 멋진 곳에 데려와 주셔서 감사해요, 안나 씨."



     근심 따윈 전혀 느껴지지 않는, 미소를 가득 띄우며ㅡㅡ.



     ".......틀려."


     "네?"


     "아, 아니! 아무 일도 아냐. 마음에 들었다니 기뻐. 또 오자!"


     "후후후, 다음엔 제대로 허가를 받고 올라가요."


     말없이 끄덕이는 안나에게, 멜로디는 킥킥 웃으면 대답해준다.


     다시금 몰래 종루를 내려가면서, 안나는 생각했다.


     '......나도 참, 나도 모르게 멜로디와 히로인을 혼동해버리다니, 게임 팬으로서 아직 멀었네. 하지만, 정말 비슷하구나.'


     실루엣 뿐이라면 틀림없이 히로인 그 자체였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안나는 교회를 나섰지만......고정관념이란 무서운 것이다. 자기도 머리카락을 물들였음에도 눈앞의 소녀가 똑같은 짓을 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안나. 의외로 인간이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다시, 안나는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놓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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