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네마리의 두근두근 휴일 데이트 (가칭) ⑭2021년 01월 02일 14시 33분 5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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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
"싫어~!"
"누가 좀 도와줘~!"
고아원의 광장에 아이들의 비명이 메아리친다. 꺄꺄꺄 하는 웃음소리와 함께.
"게 섯거라~!"
그리고 아이들을 뒤쫓아 다니는 불량배의 목소리......는 아니라, 물론 안나였다. 그녀들은 술래잡기를 하며 놀고 있다.
"붙잡았다!"
"젠장~!"
"애먹게 했겠다, 각오해!"
"모, 모두, 내 시체를 넘어서 도망쳐~!"
대사만 듣고 보면 진짜 불량배같지만, 뭐 이 자리의 분위기에 맞춘 것 뿐이다. 소년을 광장 구석의 나무그늘로 데리고 간 후, 안나는 다시금 아이들을 향해서 달려갔다.
"자, 다음으로 내 먹이가 되는 건 누구일까?"
"""도망쳐~!"""
그리고 다시 광장에 즐거운 듯한 비명이 울려퍼진다. 그 광경에 얼굴이 풀어지면서도, 안나의 심경은 약간 복잡했다.
'내가 한 일에 후회는 없지만, 이건 완전히 게임 시나리오를 무시하는 거네.....'
기운차게 노는 아이들. 하지만, 원래의 데이트 코스에선 고아원이 이런 상태가 아니었을 것이다. 원래 여길 도와주는 건 히로인의 역할이었다.
마지막 데이트코스, 그리고 시찰 장소로 선택된 하층구의 고아원을 방문한 태자 크리스토퍼와 히로인. 거기서 두 사람은 고아원의 현실을 알게 되고, 그 후부터 고아원의 지원과 구제, 횡령자의 단죄라는 시나리오 등이 시작되는 것이다..... 하지만, 안네마리는 그걸 스스로 앞당겨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런 거, 내버려둘 수 없잖아.'
게임 설정 때문에 고아원의 상황은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글로 보던 그걸 실제 눈으로 보았을 때, 게임 시나리오가 움직일 때까지 기다리는 일은 그녀로선 할 수 없었다.
안나가 고아원을 방문한 것은 3년 전. 오늘까지 여기를 방치했다면, 눈앞에서 웃는 아이들 중 몇 명이나 살아남았을까.
그래서, 그 때 고아원을 도운 자신은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그렇지만......
'........나, 정말 여러가지로 시나리오를 무시하고 있잖아~!'
조금 전까지 파급효과가 어떻다고 고민하고 있던 자신이 바보같아질 정도로, 안네마리는 게임 시나리오에 간섭하고 있던 것이다.
"붙잡았다!"
"그아앗!"
마지막 한 사람을 뒤에서 끌어안는 듯 붙잡자, 겨우 술래잡기가 끝났다. 혼자서 후작 저택을 빠져나올 수 있는 안나의 체력이라면 그렇게 힘든 작업도 아니었다.
"정말, 조금 더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열살 배기 꼬마가 누나를 이길 거라 생각하지 마."
"크으으으...."
꽤 진심으로 분해하는 소년이었지만, 목적지에서 펼쳐지는 광경에 눈을 부릅뜨게 되었다.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
"""앗!"""
나무 줄기를 향해서 얼굴을 가리고 있던 소년이 홱 돌아보자, 그 시선 끝에 있던 소년들이 놀라는 목소리와 함께 움직임을 뚝 그쳤다.
먼저 안나에게 붙잡힌 소년들은 이미 다음 놀이를 시작했던 것이다. 참고로, 이 놀이는 안나가 가르쳐준 것이다.
"어라, 나한테서 도망다니는 사이에 너, 외톨이가 되어버린 거 아냐?"
"너무해! 어이~ 나도 할래, 할 거니까 나도 끼워줘~!"
소년은 안나의 구속을 풀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그룹에 섞여들었다. 이미 자기가 없어도 멋대로 노는 그들의 모습에, 기쁨 반 섭섭함 반이 섞인 한숨이 흘러나왔다.
"안나 언니~"
나무를 끼고 소년들과 반대편 나무 그늘에서 앉아있던 소녀들이 안나에게 손을 흔든다. 따라서 손을 흔들며, 안나는 소녀들과 합류한다.
"이것 봐, 내가 찾아낸 거야!"
기뻐하는 듯한 소녀가 내민 것은 네잎클로버. 다시 말해, 토끼풀이다. 이 세계는 일본에서 만든 게임의 세계라서 그런지, 이세계인데도 지구와 마찬가지의, 혹은 비슷한 식물이 많이 보인다. 토끼풀도 그 중 하나다.
"잘도 발견했네. 후후후, 분명 좋은 일이 생길 거야."
"응!"
"안나 언니. 이거, 못하겠어~"
다른 소녀가 내민 것은 묶음이 된 토끼풀이다. 화관을 만들려다 실패한 모양이다.
"그럼, 같이 만들어 볼까."
"나도~"
"나도 할래~"
소녀들은 모두가 토끼풀 화관을 만들게 되었다. 네잎 클로버의 소녀도, 재주좋게 네잎 클로버를 같이 끼워 넣었는데 꽤 잘 만들어졌다.
"""다 됐다!"""
완성된 화관을 소녀들이 제각각 머리에 써본다. 어떤 애는 그냥 머리 위로, 어떤 애는 비스듬하게, 또 어떤 애는 팔찌처럼 해보거나 하는 등 제각각 자유롭게 즐기고 있었다.
광장에 울리는 천진난만한 웃음소리를 들으며, 역시 자신의 선택은 틀림없었다고 생각하는 안나.
........하지만.
'히로인이 나타나지 않은 이유. 혹시, 내가 이렇게 그녀의 역할을 빼앗았기 때문일지도 몰라. 히로인이 활약할 일을 내가 먼저 해 버렸으니까, 그녀가 등장하는 운명도 다시 사라져서.....'
단순한 억측에 불과하지만, 왠지 그런 느낌이 들었다.
'개인의 사소한 행동의 차이는 분명 큰 영향은 없어. 하지만, 정기마차편같이 왕국 전역에 미치면서 시나리오에 없는 행동을 한 영향은 틀림없이 나왔을 거야. 그리고 무엇보다, 나.....[안네마리・빅티리움] 을 제대로 연기하고 있지 않아. 크리스토퍼 쪽이 '그' 로서 연기하고 있고......'
여성향 게임 [은의 성녀와 다섯 가지 맹세] 의 악역영애 [안네마리・빅티리움] 은, 오만하고 비겁하고 단순하고 바보같은, 그야말로 주인공의 들러리 후보같은 라이벌 캐릭터라는 위치였다.
'결국, 난 게임의 시나리오를 신경쓰는 시늉만 했고, 실제로는 자기 형편에 좋게 행동하고 있을 뿐이었네....각성하고 나서 9년, 깨닫는 데에 이렇게나 시간이 걸렸다니.'
안나는 아이들을 돌보면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왜 그래, 안나 언니?"
한 소녀가 재빠르게 안나의 변화에 신경썼다. 다시 미소를 지ㅡ며, 안나가 대답한다.
"아무 일도 아냐. 이전에 약간 실패했던 일을 떠올린 것 뿐이야."
"음~? 하지만 괜찮아."
"괜찮아?"
"응! 왜냐면, 안나 언니의 이야기는 절대로 해피엔딩이 될 거니까!"
".....해피엔딩?"
"응! 글치, 얘들아."
"우리들이 해피엔딩이 되었으니, 안나 누나도 행복해질 게 틀림없어."
"그래그래. 그렇지 않으면 뒷맛? 이 나쁘잖아!"
"""응, 해피엔딩!"""
"그.....그렇네."
안나의 마음이 따스해진다. 그녀의 말과 함께 가져온 행운이, 소녀들에게 미래를 믿는 마음을 가져다 주었다. 그 사실이, 흔들리고 있던 안나의 마음을 크게 지탱해 주었다.
'그래, 그랬어. 난 확실히 시나리오의 일부를 부수고 말았어. 하지만, 그게 반드시 배드엔딩으로 이어지는 건 아냐.'
실제로, 게임 시나리오에서 벗어나는 상황이지만 여태까지 딱히 불행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죽었어야 했을 루시아나의 운명은 회피되고, 고아원의 아이들도 잘 지낸다.
'시나리오대로 나아가지 않아도, 해피엔딩을 지향할 수는 있을 터.....내가, 게임의 [그녀] 가 아니라고 해도, [나] 로서 제대로 미래를 선택한다면......'
안나의 안에서 뭔가 소중한 빛이 켜진 느낌이 들었다.
"여러분~ 과일을 잘라 놓았으니 간식으로 먹도록 해요. 식당으로 오세요~"
그리고, 아마 이 세계에서 제일 시나리오를 무시하고 있는 소녀의 목소리가 광장에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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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는 원래 일본의 '다루마상가 고론다' 놀이였는데, 평생 무궁화 꽃의 보급에 힘써오던 남궁억 선생께서 1935년에 '다루마상가 고론다' 놀이를 하던 아이들에게 과자를 사주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로 부르게 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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