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안네마리의 두근두근 휴일 데이트 (가칭) ⑪
    2021년 01월 02일 00시 11분 3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원문: https://ncode.syosetu.com/n0421du/70/





     "결국 사버렸네요, 등나무 가방."


     "뭐, 그거라고. 이대로 고아원에 기부하면 돼, 응."


     두 사람의 손에는 조금 전 공예품 구역에서 발견한 등나무제 가방이 있었다. 멜로디의 가방에는 두 사람의 인형이, 안나의 가방에는 고아원에 선물해줄 과일이 들어있다.


     "안나 씨, 역시 반 씩 나누지 않을래요? 역시 무겁죠?"

     

     고아원에는 많은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가방 안의 과일의 수도 많다. 안나는 하지만 멜로디의 제안을 사양했다.


     "괜찮아. 선물을 사고 싶다고 말한 건 나였고, 같은 가방에 인형을 함께 넣으면 냄새가 옳아버려. 그리고, 난 하우스메이드라서 꽤 힘도 있다고?"


     그렇게 말하며 한 팔로 가방을 드는 안나의 팔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다고 이해한 멜로디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미소지었다.


     "정말, 어쩔 수 없네요. 정말 힘들어지면 말해주세요. 교대할 거니까요."


     "그래, 알았어. 고마워, 멜로디."


     게임에서 태자 크리스토퍼가 마지막으로 고른 데이트코스는 하층구의 고아원이었다.


     "미안해, 갑자기 고아원에 가고 싶다고 말을 꺼내서."


     "아니요, 신경쓰지 말아주세요."


     안나는 고아원에 향하는 길에서 멜로디에게 사과했다. 그에 반해 멜로디는 딱히 신경쓰는 기색 없이 미소지으며 대답해주었다.


     "분명, 고아원에 지인이 있다고 했었지요?"


     "그래. 그곳의 수녀랑 조금 알아. 글치만 요즘 가지 않아서 신경쓰였어."


     두 사람은 중층구를 지나서 동쪽 하층구로 들어갔다. 걸을 때마다 늘어선 집들의 분위기가 조잡한 인상으로 변해간다. 선물은 다르지만, 일본의 빈민가를 떠올리게 하는 풍경이다.


     "......하층구에는 슬럼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런 느낌은 안 드네요."


     하층구는 처음인 듯 하다. 멜로디는 드문 것이라도 보는 듯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긴 슬럼이 아니니까. 평범한 하층구의 치안은 그렇게 나쁘지 않아. 특히 동쪽은."


     "동쪽에 뭐라도 있나요?"


     "왕도의 동쪽엔 바나르간드 대삼림이 있잖아. 그곳을 감시하기 위해 이 주변을 배회하는 병사가 많아서 치안이 좋은 거야. 그래서 아이들을 맡길 고아원은 동쪽에 많아. 그래서 반대편에, 슬럼은 서쪽에 많다는 거야."


     "그랬나요."


     안나의 설명을 순순히 듣는 멜로디. 하지만, 문득 뭔가가 뇌리를 스쳤다.


     '왕도의 동쪽? .......동쪽의 대삼림? 그건......'


     "자, 도착했어!"


     멜로디는 제정신을 차리고 안나 쪽을 돌아보았다. 뭔가 중요한 사실을 눈치챈 느낌이 들었지만, 팍 떠오르지 않았던 걸 보면 큰 문제는 아니었을 지도 모른다.


     "여기가 고아원....."


     언뜻 본 인상은, 자그마한 학교같다고나 할까. 그것도 좋았던 옛 시절의(?) 목제학교같은. 앤틱풍의 철제 담장에 둘러싸인 부지 안에는 건물과 함께 운동장같은 광장도 인접해있었고, 고아원의 뒷편에는 교회의 모습도 보였다. 아니, 이건 반대일지도 모른다. 교회 뒷쪽에 고아원이 서 있는 것이다.


     "고아원은 교회의 시설인가요?"


     "그래. 아, 하지만, 왕국에서도 제대로 보조금은 나오고 있어."


     "오, 자세히 아시네요, 안나 씨."


     "그, 글치! 수, 수녀한테서 들었어. 호호호......"


     안나의 박식함에 감탄하는 멜로디. 옆의 소녀가 너무 떠벌렸다며 내심 식은땀을 흘리는 건 눈치채지 못했다.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자, 정면의 현관문이 열렸다. 거기에서 빗자루를 든 수녀복 차림의 예쁜 여성이 나타났다.....수녀복같은 모습이라고 말하는 편이 올바를지도 모르겠다. 왠지 지구에서 보던 것보다 몸매가 확실히 드러난 느낌인데, 그야말로 애니메이션에서 보던 디자인이다.


     멜로디는 내심 의아해 하면서도 '뭐, 이세계니까.' 라며 납득하였다.


     "아, 수녀님!"


     "어라, 안나잖아? 오랜만이네. 또 와줬구나, 기뻐. 옆 분은 누구셔?"


     두건에서 황갈색 머리를 드리운 수녀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소개할게요, 이 애는 멜로디."


     "멜로디웨이브라고 해요. 잘 부탁드려요."


     "어머어머, 매우 감사해요. 전 이 고아원의 관리인을 하고 있는, 아나벨이라고 해요. 이쪽이야말로 잘 부탁드릴게요."


     수녀 아나벨은 정말 수녀같은 온화한 미소를 띄웠다. 그리고, 오른손을 얼굴에 살짝 대며 살짝 물어보았다.



     "그런데, 두 사람의 관계는......부부?"



     

     .......두 소녀는 개그만화처럼 앞으로 고꾸라졌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