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엑스트라들의 일상> 포라의 애프터 파이브
    2021년 01월 02일 21시 49분 5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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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421du/76/





     하늘이 주황색으로 물들 무렵, 귀족 구역의 외부에 자리한 작은 저택, 렉티아스프로드 기사작 저택의 뒷문에서 한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의 이름은 포라보크스. 렉트의 저택에서 일하는 올워크스메이드다. 나이는 멜로디보다 한 살 많은 16살.


     "그럼, 오늘은 예정보다 빨리 끝났다고는 해도 저녁. 빨리 요르크를 맞이하러 가야지."


     기지개를 끝낸 포라는 빠른 걸음으로 귀족 구역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평민 구역의 중층구에 세워진 집. 중층구라고 해도 상당히 하층구 쪽이라, 제대로 말하자면 아랫마을, 나쁘게 말하자면 빈민가 바로 직전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주택가다. 그리고 여기가 현재 그녀의 거주구이기도 하다.


     "실례할게요, 카르디아 씨. 요르크를 데리러 왔어요."


     "어라, 빠르네, 포라. 요르크, 누나가 마중하러 왔단다."


     "왔구나, 누나!"


     집의 안에서 40대 정도의 풍채 좋은 여자와, 포라와 마찬가지로 짙은 갈색 머리를 한 작은 남자아이가 나왔다. 요르크보크스. 5살. 포라의 동생이다. 포라가 일하는 중에는, 이웃이며 손이 비어있는 카르디아에게 동생을 맡기고 있다.


     "항상 감사드려요, 카르디아 씨."

     

     "수고비를 받고 있으니 그런 건 신경쓰지 않아도 돼. 그리고 우리 아이들은 이제 성인이라 독립했으니, 요르크가 있으면 집안이 밝아져서 즐거운걸. 그리고 요르크는 예의도 바르니까 손도 덜타고. 정말, 우리 아이들의 어릴 적 모습하고 딴판이야."


     포라는 호쾌하게 와하하 하며 웃는 카르디아에게 감사를 표한 후, 요르크의 손을 잡고 귀가길에 나섰다.


     "누나, 장보기는?"


     "오늘은 어머니가 시장에 나갔으니까, 장은 돌아올 때 하실 거야. 우리들은 저녁식사 준비를 해야겠네."


     "접시 운반은 내 일!"


     "그래, 잘 부탁할게, 요르크."


     "응, 맡겨조!"


     

     미소를 가득 띄우며 기합을 넣는 동생의 모습에, 포라는 정말 치유되는 것이었다.








     애초에 보크스 집안은 평민 구역의 상층구에서 여성취향의 잡화를 중심으로 다루는 상회를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데릴사위로 들어온 사위ㅡㅡ다시 말해 포라의 아버지에겐 상상 이상으로 재능이 없었다.


     어머니와 포라가 수습할 틈도 없이, 막대한 부채를 떠안은 상회는 앗하는 사이에 주저앉고 말았다. 뭐가 귀찮다고 이 아버지는, 장부를 얼버무리는 기술만큼은 탁월했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맞선을 통한 결혼이었지만, 보크스 가문은 이놈에게 제대로 속아버리고 만 것이다.


     거기에다 이 아버지, 설마하던 야반도주를 결행. 남은 약간의 재산조차 갖고 도망쳐버려서, 어머니와 포라, 그리고 당시에 세 살이었던 어린 요르크 셋 은 거의 무일푼으로 왕도에 내동댕이 쳐지고 만 것이다.

     다행히 상층구 출신이라 어느 정도 예의범절을 배웠던 포라가 렉트의 저택에 메이드로 고용되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렉트의 저택에선 그런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포라는 루시아나에 지지 않을 정도로 꽤 불행한 소녀였다. 그런데도 게임의 등장 캐릭터가 아니라니 정말 너무한 이야기다.


     "왔어요......뭐, 아무도 없겠지만."


     "어머 포라, 오늘은 빨리 왔네."


     "아, 엄마, 엄마다!!"


     "그래, 요르크. 너도 왔니."


     두 사람이 집에 돌아오자, 아직 시장에 있어야 할 어머니가 이미 돌아와 있었다. 요르크는 순식간에 달려나가서 기쁜 듯이 어머니에게 안겨들었다. 하지만 포라는, 이 상황에 고개를 갸웃하고 만다.


     "오늘은 시장에서 노점을 열었던 게 아니었어?"


     수상하다는 듯이 이쪽을 바라보는 포라를 보고 쓴웃음을 지으며, 어머니는 약간 자랑스럽게 설명한다.


     "오늘은 평소보다 빠르게 장사가 목표액에 도달해서 빨리 접고 왔단다."


     그렇게 말하며 어머니는 포라에게 장부를 내밀었다.


     ".......오, 목표액의 2할이나 더 늘었다니 대단하네. 뭐가 이렇게나 팔렸대?"


     "우후훙. 오늘은 손님이 많았던 것도 있었지만, 사실 그게 팔린 게 컸지."


     "그거?"


     "그, 전에 네가 만드는 걸 도와줬던 인형 말이야. 그게 팔렸지 뭐니."


     "그 인형이 팔렸어?"


     "그래. 그것도 두 개나."


     포라는 무심코 눈을 부릅떴다. 그 인형이란, 어머니에게 부탁받아서 포라가 만든 여자아이 인형을 말한다. 인형은 작은 여자애들에게 필수품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잘 팔리는 상품이지만, 무슨 생각인지 어머니는 그 인형의 눈동자에 평민용 싸구려라고는 해도 보석을 박아넣었기 때문에, 애들용이라고 할 수 없는 가격이 설정되어 버렸을 테지만, 그게 팔린 모양이다.


     "포라와 같은 나이의 여자 둘이서 서로에게 선물해주려고 사줬지 뭐니."


     "나와 같은 나이인데 선물하기 위해 그걸.....중층구 시장에도 그런 손님이 있었구나."


     "그렇네. 둘 다 꽤 괜찮은 몸가짐이었으니 상층구의 아이였을지도."


     "어머니, 지금 장사하는 곳은 중층구의 시장에서 하는 거니까 상품도 제대로 고객층에 맞춰야 하잖아. 오늘의 매상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고 슬슬 다시 생각하는 편이 좋지 않아?"


     "그래? 뭐, 말하고 보면 그렇겠네. 그럼, 저녁식사 후에 상담 좀 해줄래?"


     "알았어. 그럼 빨리 식사를 해야겠네."


     "접시 운반은 내 일이야!"


     지금까지 대화에 참가하지 않고 있던 요르크가 기쁜 듯이 뿅뿅 뛰면서 손을 들었다.


     "좋아, 요르크. 오늘은 수프와 샐러드를 만들었으니 식기를 준비해주렴. 네가 이 중요임무를 해낼 수 있을까나?"


     "수프와 샐러드의 접시.....응, 맡겨줘!"


     "어라 요르크. 수프를 뜨기 위한 스푼과, 샐러드를 먹기 위한 포크도 잊지 마렴."


     "푸힉!? 스, 스푼과 포크......."


     식기선반을 향해서 달리려던 요르크였지만, 어머니가 말하신 새로운 임무에 다리가 멈췄다. 손을 접으며 하나씩 세고 있었지만, 거기에 다른 추격타가 가해지고 만다.


     "식사를 하고 있으면 목이 마를 테니, 물을 마시기 위한 컵도 필요하겠네. 그것도 부탁해."


     "그러고 보니, 오늘은 돌아오는 길에 시장에서 과일을 사왔어. 이것도 오늘 밤 먹자. 요르크, 과일을 담기 위한 바구니도 부탁해."


     "히익!? 저, 저기, 수프의 접시와, 샐러드의 접시와........??????"


     요르크의 모습을 보고, 포라와 어머니는 이상하다는 듯이 키득키득 웃는다. 어머니와 누나에게 놀림당하는 건 남자 막내의 슬픈 숙명이다.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굳세게 살아라, 요르크!


     "후후후. 자, 요르크. 엄마도 도와줄 거니까 같이 접시를 날라보자꾸나."


     "히이? .......으, 응! 힘낼게!"


     어머니가 등을 밀자, 정신을 차린 요르크는 식기선반으로 향했다. 두 사람을 배웅하는 포라는 혼자서 부엌으로 향한다. 그리고 어머니가 사왔다는 과일을 확인한다.


     "흠~ 퓨네구나. 향기가 상쾌하고 맛있어 보여. 샐러드에 넣어도 괜찮아 보이네."


     집에서 과일을 먹는 건 꽤 오랜만인 포라는, 기뻤는지 요리를 하면서 그만 콧노래를 부르고 만다. 그걸 들은 요르크와 어머니도 따라서 노래를 부른다.



     불행한 운명 따윈 알게 뭐냐. 보크스 일가는 오늘도 왠지 행복해 보인다.










     참고로 몇 년 후, 결국 돈이 궁해져서 왕도로 돌아온 아버지는, 포라에 의해 처참한 '사이다' 전개가 펼쳐졌다고 하던가 말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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