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ㅡ호위가 왔으니까 문제없거든."
루시아나의 말을 가로막으며 들려온 것은 마이카의 목소리. 아무래도 마차가 도착한 것 같다.
"음? 저건 누구야?"
"내 마차야. 드디어 따라잡은 것 같아."
"루시아나의 마차? 그럼 넌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날아왔어 숙부님."
"날아왔다니 ...... 그야 서둘러 달려왔겠지, 마차도 없이 어떻게."
"후후후, 비밀."
루시아나는 재밌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말 그대로 날아왔지만, 휴버트에게는 전달되지 않은 모양이다. 뭐, 말이 통할 리가 없다면서 루시아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다이랄은 마차를 보았다. 창밖으로 손을 흔드는 소녀와 마부석에 앉은 아름다운 청년이 눈에 들어왔다. 청년은 허리에 검을 차고 있었다.
"...... 그는 혹시 호위인가요?"
"그래. 왕도에서 고용한 수습 집사인 류크야. 이번 여행에서는 마부도 겸하고 있어."
"호오, 수습 집사입니까. 그럼 나중에 제가 교육을 시켜도 될까요?"
"그런 의도로 동행시킨 거야. 왕도에는 가르쳐줄 사람이 없어서 네게 부탁하려 했어."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맡겨주십시오."
라이언이 깊게 고개를 숙였다. 반면 다이랄은 이마에 손을 얹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 하아. 또 아가씨는 호위를 뿌리치고 혼자서 달려오셨군요."
다이랄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게 무슨 실례야. 이번엔 멜로디도 같이 왔었다구."
"메이드와 아가씨만으로 어떻게 안전을 확보할 수 있겠습니까. 정말 호위를 울리는 분이시군요. 제가 그때 얼마나 안절부절못했을 거라 생각하십니까. 나으리도 나으리대로 저를 두고 왕도로 가버리셨고. 여러분은 귀족으로서의 자각이라는 게 있는 걸까요."
다이랄이 구구절절 설교를 하는 동안, 마차가 저택에 도착했다.
"늦었다."
"우와, 이건 너무 심하네요. 완전 납작해졌잖아요. 아가씨, 멜로디 선배, 다친 곳은 없으세요?"
"그래, 고마워요, 마이카. 나도 아가씨도 아무렇지 않아. 다행히도 저택의 사람들도 무사해"
"그건 다행이네요."
저택은 그렇다 치더라도 인명피해가 없었다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마이카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숙부님, 제대로 된 자기소개는 메이드들이 깨어났을 때 하고, 일단 이 세 사람이 이번 여행에 동행한 하인들이야."
"처음 뵙겠습니다, 휴버트 님. 올 워크스 메이드인 멜로디입니다."
"처, 처음 뵙겠습니다! 수습 메이드인 마이카입니다."
"...... 처음 뵙겠습니다. 수습 집사 류크입니다."
능숙하게 인사를 하는 멜로디와 류크. 마이카는 어눌하지만 풋풋한 인사를 하였다.
"정중한 인사 고맙다. 나는 루시아나의 삼촌인 휴버트다. 세 명 모두 루시아나를 잘 부탁한다."
"""알겠습니다."""
새 하인들의 말에, 휴버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곳의 경호는 류크에게 맡기고, 다이랄은 나와 함께 가자. 루시아나 말대로 남자가 필요할지도 모르니까."
"예, 알겠습니다. 류크, 잠시 이곳을 부탁한다."
"알겠습니다."
"그럼, 시간도 얼마 안 남았으니 이제 출발할까?"
"아,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각각의 방향으로 헤어지려는 휴버트 일행에게 멜로디가 달려왔다.
"이거, 필기구예요. 괜찮으시면 써주세요."
피해 상황에 따라 뭔가 기록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멜로디는 연필과 메모지를 건넸다.
"멜로디!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주다니!"
"슈, 그만해. 아가씨께서 노려보고 계시잖아. 고맙습니다, 잘 쓸게요."
슈와 라이언에게 필기구를 건네고서, 마지막으로 휴버트에게 다가가 메모지와 연필을 내민다.
"여기요, 휴버트 님."
멜로디는 환하게 웃는다.
"그래, 고맙ㅡㅡ"
휴버트는 멜로디에게서 필기구를 받으려다 얼어붙었다. 멜로디를 가만히 쳐다보며 미동도 하지 않는다.
"저기, 무슨 일 있으세요?"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고맙다, 소중히 쓰도록 하지."
"네. 다녀오세요."
"......그래, 다녀오마."
그렇게 말하고 휴버트는 달렸다. 전속력으로. 다이랄을 놔두고서.
"잠깐, 휴버트 님! 아니, 진짜!"
다이랄 역시 전속력으로 휴버트를 쫓아갔다.
"갑자기 왜 저런담?"
"혹시 멜로디 선배에게 첫눈에 반해 버린 건 아닐까요~?"
"후후후, 설마. 나이가 두 배 정도 차이가 나는 분인걸. 나 같은 건 분명 수비범위 밖일 거야."
놀리는 듯한 마이카의 말에, 멜로디는 웃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히로인이니까. 나이 차이 따위는 무시하고 연애 플래그가 서도 이상하지 않아)
멀어진 휴버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마이카는 호기심에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 루시아나는ㅡㅡ
"숙부님이 돌아오면 차분히 이야기를 들어봐야겠어 ......"
진지하게 눈을 가늘게 뜨며, 프로 야구 선수 못지않은 자세로 종이부채를 풀스윙하는 모습이 여기 있었다.
"저 아이, 닮았구나 ...... 눈 색깔도 머리 색깔도 다르지만...... 웃는 모습이 닮았다. 셀레나를."
(루시아나와 같은 또래를 상대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나는......)
"기다려주세요, 휴버트 님! 정말 너무 빠르잖아요!"
잡념을 떨쳐내기 위해, 휴버트는 동쪽의 그루지 마을을 향해 질주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