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 9 화 납작!(2)
    2023년 08월 01일 22시 32분 5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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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먼저 상황을 확인할 테니 아가씨는 나중에 마차를 타고 오세요."



    "부탁해 멜로디! 나도 데려가줘!"



    "아, 아가씨!?"



     루시아나는 날아오르려는 멜로디를 힘차게 붙잡았다.



    "아가씨, 위험하니까 떨어져 주세요."



    "저택과 영지에 대해 잘 아는 건 나 뿐이야. 내가 길을 안내할 테니 나도 데려가!"



    "하, 하지만 ......"



    "멜로디 선배, 데리고 갈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마이카?"



    "이대로는 아가씨도 불안해하실 테고, 사실 멜로디 선배만으로는 저택의 사람들과 친분이 없으니까 대화도 잘 통하지 않을지도 모르잖아요?"



     마이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한 말은 확실히 일리가 있었다. 저택에 피해가 있든 없든, 아는 사람이 없는 멜로디 혼자보다는 루시아나가 있는 편이 훨씬 원활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멜로디는 조금 고민하다가, 결국 작게 한숨을 내쉬며 승낙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같이 가요, 아가씨."



    "고마워, 멜로디!"



    "마이카, 류크. 미안하지만 이곳의 정리가 끝나는 대로 따라와 줄래?"



    "네. 조심하세요, 멜로디 선배."



    "......그래. 말이 안정되는 대로 바로 출발하지."



     두 사람이 승낙하자, 멜로디도 고개를 끄덕였다.



    "늘어나라, 한순간의 손 [아룬가레라마-레]. 아가씨, 갑니다."



    "꺄악!"

     

     


     자신의 양팔에 보이지 않는 염동력의 손을 두른 멜로디는 루시아나를 끌어안았다. 이른바 '공주님 안기'다. 마법의 보조 덕에 멜로디의 가냘픈 팔로도 가볍게 들어 올릴 수 있다.



    "꽉 잡아주세요!"



    "으, 응!"



     멜로디가 가볍게 땅을 박차자 두 사람은 가볍게 떠올랐다. 그리고 한순간 멈칫하는가 싶더니, 다음 순간에는 일직선으로 상공을 향해 날아오르는 것이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첫 비행 경험에 비명을 지르는 루시아나. 멜로디는 그런 루시아나를 일부러 무시하며 50미터 정도 높이에서 멈추었다. 대략 빌딩 15층 정도의 높이다. 더 높이 날 수 있지만, 필요 이상으로 높이 날아갈 의미도 없다. 주위를 둘러보며 방향을 확인한 후 다음 행동을 취한다.



    "아가씨, 여기서부터 단번에 갈 테니 입 다물고 계세요."



    "에에?. 으, 응!"



     멜로디는 상공 50미터 상공을, 시속 약 100킬로미터로 비행했다. 마차로 한 시간 거리를 일직선으로 달린다. 아마 몇 분이면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다.

     루시아나는 급발진 때문에 무심코 눈을 감았다가, 익숙해지자 천천히 눈을 뜨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 대단해."



     저택에 대한 걱정을 잊은 것은 아니지만, 눈앞에 펼쳐진 하늘의 광경에 압도당했다. 한참을 그 풍경에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자 멜로디가 말을 건넸다.



    "아가씨, 곧 저택에 도착해요."



    "어, 벌써? ㅡㅡ아, 저거야! 저게 우리 집의 저..... 택......"



     하늘 위에서 익숙한 풍경이 펼쳐지자, 루시아나는 금방 저택을 찾을 수 있었다.

     ...... 아니, 다르다. 저택이었던 것을 찾을 수 있었다.



    "이건 ......"



    "거, 거짓말 ......"



     상공에서 바라본 그 광경은, 그야말로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루돌프 백작의 저택은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



    (설마 이렇게까지 큰 피해를 입었을 줄이야 ......)



     너무도 처참한 광경에 멜로디도 말을 잇지 못했다.

     영지의 양도에 따라 새로 지어진 저택은, 예산 관계상 목조의 작은 저택으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지진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지역의 목조 건축물에 내진설계라는 개념이 있을 리가 만무해서, 백작 저택은 진도 5강의 지진에게 완패한 것이다.



    "숙부님! 다이랄! 모두들!"



     지상으로 내려온 루시아나는 대저택을 향해 달려갔다. 정문이 있었을 법한 곳에 도착했지만, 정문은 무너진 채 잔해만 남아있었다.

     멜로디도 곧장 루시아나의 곁으로 다가갔지만, 역시나 그녀도 이 광경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멜로디 역시 마이카와 마찬가지로 지식으로만 알고 있을 뿐 지진 피해를 겪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이렇게 현실을 목격한 지금,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인류 역사에 이름을 남길 만큼의 천재라고는 하지만, 그녀 역시 한 명의 소녀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저택의 거주자가 잔해 밑에 깔려 있다면 빨리 구조해야 한다. 멜로디가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아가씨!"



     조금 떨어진 곳에서 외침에 가까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른 살쯤 되어 보이는 건장한 남자다. 짧게 땋은 갈색 머리와 같은 갈색의 날카로운 눈동자가 루시아나를 향하고 있었다. 뺨에서 턱까지 상처가 나 있고, 필사적인 모습으로 달려오는 모습은 언뜻 보기에 꽤나 무섭다.

     하지만 루시아나는 그 남자를 보자마자 기뻐하며 그의 이름을 외쳤다.



    "다이랄!"



     그것은 루틀버그 백작가를 섬기는 유일한 호위병의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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