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 7 화 불길한 꿈(2)
    2023년 07월 31일 23시 48분 2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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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깜짝 놀라며 판자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쳐다보게 되었다.

     그곳에 비친 것은 분명 루시아나였다. 하지만, 그래도이것은 .......



    (
    , 뭐야? 머리도 부스스하고, 피부도 푸석푸석하고, 드레스는 역시 예전에 입었던 ...... 이것은 마치내가 ......)



     ㅡㅡ멜로디를 만나기 전, 왕도의 저택에서 혼자 있을 때의 나 같다.

     '철컥'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
    꺄악!"



     무심코 작게 외친 루시아나는 '루체'를 꺼버렸다.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문으로 두 남자가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
    기획 회의가 통해서 다행이네요, 카즈키 씨"



    "
    맞아. 하지만 아직은 임시적인 상태야. 다음 회의까지 좀 더 자세한 시나리오를 준비하라는 내용이었으니 서둘러 써야겠어."



     한 명은 반팔 칼라 셔츠에 넥타이를 깔끔하게 매고 있는 젊은 남성. 다른 쪽의 카즈키라고 불린 중년 남성은, 헐렁한 칼라 셔츠에 느슨하게 넥타이를 매고 있는 허름한 차림새였다.



    "
    , 저기 ......"



     낯선 두 사람의 등장에 루시아나가 발견한 줄 알고 말을 걸었지만, 두 사람은 그녀를 무시하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
    하지만 반응은 좋았잖아요. 일러스트레이터 미즈노 씨의 협조를 받아 놓은 것이 효과가 있었나 봐요."



    "
     사람인기가 많으니까마음이 바뀌기 전에 기획을 통과시켜 버리자고!"



    "
    그렇게 하죠!"



    (
    나를 눈치 못 챘어? 그리고 저건 어떻게 된 거람?)



     마치 루시아나가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는 두 사람에 의아해하는 루시아나. 하지만 그보다 더 이상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칠흑같이 어두운 복도, 칠흑같이 어두운 방. 그런데 어째선지 그 두 사람의 주변만 극장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처럼 밝게 빛나고 있었다.



     왜 그들이 루시아나를 알아보지 못하는지 모르겠지만 말도  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알아야 한다그렇게 생각한 루시아나는 의연하게  사람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카즈키라고 불린 남자는 책상에 앉아 예의 두 겹으로 접힌 판을 열었다. 어느 한쪽의 돌출부를 누르자, 돌출부가 있는 판과 반대편의 판이 빛을 내며 판에 글자가 나타났다.



    (
    저거 마법의 도구였어? 무슨 일을 하기 위한 물건일까?)



     젊은 남자는 카즈키의 뒤에 서서 함께 판자를 들여다보며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같다루시아나는  뒤에 서서  사람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었다.



    "
    여기와 여기의 루트가......."



    "
    이곳의 플래그, 회수는 어디서......."



    (
    전혀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말은 통하지만 이해가 전혀 되지 않는다. '루트', '플래그', '배드엔딩' 등의 단어가 자주 나오지만, 루시아나로서는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
    어떡하지. 이 사람들밖에 단서가 없는데, 다른 곳을 찾아보는 게 좋으려나?)



     그렇게 루시아나는 생각하던 때. 드디어 그녀는 아는 단어를 듣게 된다.



    "
    그러고 보니 카즈키 씨,  아이 ......맞다. 루시아나 루틀버그는 어떻게 하실 거죠?"



    (
    ? ...... ?)



     느슨해졌던 긴장이 다시금 돌아왔다 사람들은 나를 알고 있는 것일까다시 한번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려던 루시아나에게 다음 카즈키의 말은  충격을 안겨주었다.



    "
    , 루시아나 루틀버그는 ...... 죽일 거야."



    (......
    ?)



     무심코  발짝 물러서는 루시아나카즈키라는 남자의 말이 머릿속에서 되뇌어진다.



    (
    죽여 ...... 죽여? 루시아나 루틀버그를나를 ...... 죽여? ...... ?)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을 죽이겠다고 말하는 카즈키에게, 루시아나는 말할 수 없는 공포를 느꼈다.



    "
    하지만 좀 불쌍하잖아요. 루시아나만 죽이는 것은."



    "
    필요하니까 어쩔 수 없지. 루시아나가 죽어야 주인공이 들고일어나며 이야기가 진행돼. 루시아나 루틀버그의 죽음은 피할 수 없어. 주인공을 위해 이 아이는 죽어야만 해. 나는 이 아이를 죽일 거야."



    "
    미즈노 씨는 반대했지만요. 취미로 루시아나짱 해피루트라는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렸을 정도라니까요. 어째선지 메이드 차림의 주인공이 홍차를 끓여주고 있는 그림이던데요."



    "
    아직 공식이 시작되지도 않은 단계에서 벌써 자체 팬아트를 그리는 거냐고. 얼마나 마음에 들었으면 그런 걸 그리는 거래?"



     서로 웃고 있는 두 남자와는 대조적으로, 루시아나는 벌벌 떨며 서성거리고 있었다.



    (
    뭐야, 이 사람들. 뭐가 그렇게 재미있어서 웃고 있는 거야. 어째서 나를 ......)



    "
    그래서루시아나는 어떻게 죽일 건가요?"



    "
    ,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은......."



    (
    아니!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루시아나는 방에서 뛰쳐나와 복도를 전력 질주했다.



    (
    출구는 어딨어!?)



     루시아나는 달렸다. 달리고, 달리지만....... 복도는 계속 이어진다. 끝이 없다. 숨이 차서 멈춰 섰다. 뒤돌아보니, 방금 전의 방 문이 바로 뒤에 있었다.



    (
    어째서 ...... 달렸는데. 전속력으로 달렸는데.)



    ㅡㅡ아, 루시아나 루틀버그는 ...... 죽일 거야.



    "
    !"



     아까 그 말이 다시 들리는 것 같았다. 죽는다, 이대로 가다가는 죽는다. 두려움에 휩싸여 돌파구 따위는 찾지 못한 채 달려간다. 결과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데도 말이다.

     루시아나 루틀버그가 도달하는 길은 단 하나뿐이기 때문에.



    (
    이젠, 무리)



     루시아나는 무릎을 꿇었다계속 달리다 보니 체력이 한계에 다다랐다어깨로 숨을 몰아쉬며 뒤를 돌아본다.

     그녀의 바로 뒤에 그 문이 있었다. 피할 수 없다.

     루시아나의 시야가 일그러진다벽과 천장이 녹아내리듯 파도치고예의 문이 흘러내리듯 루시아나에게 다가온다.



    (
    아아, 도망칠 수 없구나 ......)



     좁아지는 복도. 다가오는 문. 모든 것이 루시아나를 몰아붙인다. 복도는 길게 이어져 있지만, 루시아나가 나아갈 수 있는 곳은 문에서 조금. 루시아나의 발걸음은 거기서 끝난다.

     포기하는 듯한 심정으로 다가오는 문을 바라보고 있던  순간이었다.

     루시아나의 뒤에서 눈부신 백은의 빛이 번쩍였다. 어두운 복도를 하얗게 물들일 만큼 압도적인 빛의 광풍이, 마치 물리적인 힘을 가진 듯 문을 밀어붙인다.



     어느새 복도의 왜곡은 사라지고문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백은빛이 비추는 끝은  눈부심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마치 무한한 대지가 펼쳐져 있는 것처럼마치 미래는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다고 말하는 것처럼.



    "
    예쁘다 ......"



     또각, 또각.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루시아나는 자연스럽게 뒤를 돌아보았다. 빛은 지금도 계속 비추고 있어서, 눈부심에 루시아나는 눈을 가늘게 하였다.

     발자국 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역광으로 인해 식별이 불가능하다. 그 인물은 루시아나의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그래도 여전히 누군지 알 수 없었다.



     그 인물이 루시아나에게 손을 내밀었다누구인지   없다목소리도 들려주지 않는다손을 잡아도 되는 사람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그런데도 루시아나는.........



    (
    , 이 사람이 두렵지 않아)



     루시아나는  손을 잡았다그리고 루시아나는 웃었다.



     그 인물은 루시아나의 손을 잡았다그리고 소녀도... 역시 웃었다.



    (
    아아, 뭐야. 난 이제 무슨 일이 있어도 괜찮아. 왜냐면 너는 나의ㅡㅡ)



    "
    좋은 아침이에요, 아가씨"



    "...... 
    멜로디?"



    (......
    어라? 뭐였더라? 방금 뭔가, 아주 중요한 일이 ......)

     

     

     

    "저기, 아가씨. 이제 그만 손을 놓아주시면 좋겠는데요."



    "...... 
    ?"



     루시아나는 멜로디의 손을 잡고 있었다. 언제부터 그런 짓을 한 것일까. 루시아나는 누운 채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
    아가씨를 깨우려고 다가갔더니 갑자기 손을 잡지 뭐예요."



    "
    그랬구나.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



    "
    분명 무슨 꿈이라도 꾸고 계셨나 봐요?"



    "
     ...... 그래 ......"



     루시아나는 멜로디의 손에서 손을 떼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
    좋은 꿈을 꾸셨어요?"



    "
    좋은 꿈. 좋은 꿈이라 ...... 잘 기억은 안 나지만, 굉장히 무서웠던 것 같아."



    "
    무서운 꿈이었나요?"



    "
    아니, 결국은 안 무서워진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나."



     꿈이란 덧없는 것이다. 그때는 그렇게 선명하게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었을 텐데, 막상 현실에서 일어나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
    뭔가 중요한 것을 깨달은 것 같은데, 그게 뭐였더라......?)



    "......
    좋은 꿈을 꿀 수 있게 해주는 마법이었는데, 왜 무서운 꿈일까? 음........"



     멜로디는 무언가를 중얼거리다가, 금방 포기하고서 루시아나의 앞에 섰다.

    "
    일단은 아가씨, 아침 몸가짐을 시작해요. 오늘은 친가로 돌아가는 날이니까요."



     멜로디가 손을 내밀자, 루시아나는 그 손을 잡았다.



    "
    그래. 좋은 아침이야, 멜로디!"



     루시아나는 멜로디의 손에 이끌려 침대에서 일어났다.

     무서운  따위는  이상 기억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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