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해두는데! 승산 따위는 없다고!? 내 몸에 상처를 입힌 놈은 아무도 없단 말이야아아!!"
강철의 인도가, 무적의 괴물에 대한 타개책까지 속삭이기 시작한다.
"..................뭣!?"
이해하는데 10초의 시간이 걸렸다. 왼쪽 어깻죽지부터 대각선으로 새겨진 한 줄기의 붉은 선이 보인다. 방금 전 카운터로 맞았던 부분이다.
"뭐어!? 어, 어이어이어이! 거짓말이지!?"
처음으로 입은 상처는 통증도 없었고, 피도 금방 멈추었다.
하지만 당황스러움은 있어서, 토니는 무의식적으로 듀어에 대한 두려움이 싹트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털이 곤두서 있었다. 눈앞에 서 있는 평범한 인간이 '적수'임을, 환수의 몸이 자각하는 순간이었다.
"나는, 약속을 지킨다 ...... 그렇게 말했을 터 ......"
"............"
단순한 강철검으로 환수를 상처 입히기 시작한 듀어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영웅일 것이다.
"시끄러어어어어ㅡㅡㅡㅡ!!!"
분노에 휩싸여 산을 뒤흔드는 포효에도,
(......벨 수 있다 ......)
왼손에 든 검을 똑바로 내리쳐 흩어지게 만든다.
바로 다음 순간에 보이는 빛. 질주하는 토니를 피하며 검을 베어 올린다.
"윽, 우랴아아아아!"
"ㅡㅡㅡㅡ"
핏방울이 튀긴 후, 달라붙는 듯한 여러 겹의 빛이 보인다. 듀어는 왼팔 하나로 검을 계속 휘두른다. 끊임없이 춤을 추듯 빛을 물리친다.
마치 주변에서 몰려드는 군대를 베어버리는 영웅 같았다. 그 칼은 한 방에 생명을 거두어들이고, 그 춤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설령 괴물이라 할지라도 막을 수 없다.
결국 온몸에 상처를 입은 토니는 ...... 숲 속의 어둠 속에서 멈춰 서며, 침묵했다.
"............"
"검 한 자루만 있으면 된다. 그것만 있으면 나는 이제 궁지도 사선도 헤쳐나갈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토니가 공격하면 할수록 듀어의 기세는 흐르는 칼날처럼 정교해진다.
이대로라면 환수의 생명에도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영웅이니까 .......
[...... 인정할 수 없어]
"인정받을 생각은 없다. 이 빛과 검이 있으면, 더 이상 패배하는 미래란 없다......"
혹시 듀어는, 진짜배기 영웅인 걸까.
역사에 길이 남을 전설적인 영웅이 되어, 대륙을 뒤흔드는 위업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일까.
지금부터 죽이게 될 이 남자는, 진짜 영웅일까.
[그렇다면 인정하게 해 봐. 어디 한번 진짜 환수를 죽여보시지 ......]
숲 속 어둠 속에 숨어있던 늑대인간이, 그 모습을 바꾼다.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기척과 주변 일대의 공기가 그것을 알려주고 있다. 무겁게 짓누르는 중압감과 핥고 돌아다니는 듯한 두려운 공기에 시달린다.
진정으로 환수라 불리는 존재는, 바로 지금 저편에 있다.
"..................ㅡㅡㅡㅡㅡ큭."
뒤에는, 토니가 있다 .......
조금만 더 이해하면 보일 것 같았던 인도는, 아주 약간의 차이로 지금의 토니에게 닿지 않았다. 무의식적으로 내민 찌르기도 헛손질에 그치며, 무방비 상태의 등짝을 드러낸다.
앞으로 일합인지 이합인지.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 조금만 더 있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였다.
"컥 ......!"
[역시. 약간이나마 반응한 것은 칭찬해 주겠지만, 넌 영웅이 아니야, 가짜다. 서둘렀구만~]
배에서 돋아난 더욱 굵은 발톱을 보고, 죽음을 확신한다.
[조연 주제에 웃기지 말라고]
"으...........젠, 장......."
밀려오는 분함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 훨씬 더 강하다.
"젠 ......장할 ............"
조금만 더했다면 이길 수 있었기에, 눈물이 날 정도로 아쉬움이 강하게 밀려온다.
그날의 격언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며, 좀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가슴을 조여 온다.
힘껏 이를 악물었지만, 만족할 만큼 검이 닿지 않았던 분함은 견딜 수 없다.
".................. 이 검도 전해줘라...... 제발 ......"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다리에 힘이 빠지면서도, 왼손의 검을 들며 자비를 구걸한다.
[뭐, 처음으로 나를 베었던 검이니깐. 전해줄 생각이었다궁]
"쿨럭 ............ 뒷일은, 흑기사에게 맡긴다 ............ 그 사람이라면, 너에게 닿는다. ......반드시 ......"
"............"
아쉬움을 느끼면서도, 동료들을 걱정하면서도, 피를 토하면서도 흑기사에게 유지를 남긴다.
지금 자신도 이길 수 없는 상대는, 흑기사만이 이길 수 있다. 그라면 이 토니에게도 닿는다.
"............ 미안...... 모두들 ......"
무거운 눈꺼풀이 내려가면서 시야는 어둠에 가려졌고, 곧장 듀어는 생을 마감한다.
검의 경지에 이르렀지만 패배하여, 물려받은 검이 손에서 떨어진다.
땅바닥에 꽂히고, 뒤이어 듀어가 쓰러진다.
나누었던 제각각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만 남긴 채, 한 명의 영웅이 떠났다.
(ㅡㅡ뒷일을 부탁합니다 ............ 선생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