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을 자고 있는 쿠라에게는 미안하지만, 혼자서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이 고맙다.
기절할 정도의 훈련도 이겨냈다. 그것은 확실한 자부심이 되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용기가 된다.
"좋아, 이제 다시 간다?"
"예."
다시 목검이 빨라진다.
"앗ㅡㅡㅡㅡ"
소름 끼치는 공포가 마음을 잠식하자, 왼쪽의 목검을 받아내고 말았다.
이런 일이 계속되는 한, 완전한 회피를 체득할 수 없을 것이다.
공포를 느낄 여지가 없는 집중. 혹은 무아의 경지. 비유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그것들과 비슷한 지점에 도달해야만 한다.
"자, 다음~"
"............----"
다시 검이, 빨라진다.
.........
......
...
작별의 시간이 왔다.
이른 아침 연습을 마치고 영주관 앞에서 듀어 군과 작별 인사를 나눈다.
"자, 이거."
"이것은......"
"이름하야 '약속의 검'."
내 검을 듀어 군에게 건네준다.
"그것을 왕도의 아치 치라는 카지노의 제럴드라는 거한에게 보여 주면, 나한테 연락이 갈 거야."
"알겠습니다. 아치 치의 제럴드군요."
"그리고 ...... 쿠라 군에게도 뭔가 주려고 생각했었는데, 줄게 아무것도 없더라. 그러니 이걸 전해줄 수 있을까?"
대장장이 보봉의 집에서 듀어 군을 기다리는 동안 틈틈이 만들었던 대나무 젓가락을 내민다.
"이것도 '약속의 젓가락'이라고 이름 붙였어. 이걸 카지노에 가져가도 아마 나한테 연락이 오......지 않을까 싶은데."
"아, 알겠습니다. 전하겠습니다 ......"
이걸로 연락이 가능하다. 제럴드가 없어도 마르코가 있으면 눈치채고 내게 알려줄 것이다.
그럼, 이제 이별만 남은 것인데 .......
"...... 흑, 짧은 시간이었지만 고마웠어!"
손수건으로 젖은 눈가를 닦으며, 듀어 군과 작별의 악수를 나눈다.
"이, 이쪽이야말로, 관광 목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불편을 끼쳐 드려 죄송했습니다. 이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뛰어난 쌍검술로 엔제교를 이끄는 젊은 에이스. 가는 길에 빛이 있기를 바랄뿐이다.
"미안 ......! 울려고 한 것은 아닌데 ......"
"손수건 미리 준비해 놨잖아. 자연스럽게 꺼냈잖아."
흐르는 눈물을 참으려고, 양손으로 강하게 움켜쥐고 나서 손을 놓는다.
"그럼, 또 봐."
"예. 머 않은 미래에 꼭 찾아뵙겠습니다."
마지막에는 웃으며 헤어졌다.
이렇게 해서 지금까지의 제자는 뭐였냐며 코웃음 치게 할 것 같은 역대 최고의 제자가 탄생했으며, 홀로서기를 했다.
~3시간 후 ~.
나는 다시 영주관 앞에 와 있었다.
이를 알아차린 메이드가 비명을 질렀고, 달려온 엔제교 전투원들에게 포위당했다.
어제는 사이좋게 싸웠는데요 ...... 라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흐, 흑기사, 여기에 무슨 일이냐 ......!"
늦잠을 자버린 주제에 앞장서서 무기를 드는 쿠라였지만, 모르는 척을 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지금 나는 흑기사니까. 선생님은 다른 도시로 떠났으니까.
"토니로 짐작되는 사람과 접촉했다. 그 정보를 제공하려고 이 자리에 왔다."
♢♢♢♢.
흑기사를 맞이하여 회의실로 안내한다.
몸에 깃든 엄청난 마력을 뿜어내며, 사람 같지 않은 강인한 팔은 어제 여러 사람이 그 모습을 보았었다.
대주교 및 주교들에게 둘러싸여, 아무런 경계심 없이 지정된 의자에 앉는다.
"처음 뵙겠습니다. 제가 엔제교 아르스 지부의 대표인 푸치 파소입니다."
"잘 부탁한다. 나를 아는 것 같으니 자기소개는 생략하지."
강자의 여유인지, 매우 차분한 말투로 적대자 간의 회의가 시작되었다.
"이견은 없습니다. 그럼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도록 하지요."
"그래."
"토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신다고 하셨는데, 어떤 정보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흑기사는 엔제교 관계자들 앞에서 토니와 대면했을 때의 인상과 행동을 자세히 말했다.
"그 녀석은 나라 해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너희들과 내가 손을 잡고 대항해야만 한다."
"저희로서는 바라마지 않던 제안이지만 ............ 죄송합니다. 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아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에두르는 표현은 삼가고, 일부러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그쪽은 무엇을 원하시는 겁니까?"
흑기사가 원하는 이익이 있을 것이다. 돈이나 엔제교로부터의 이탈, 마검이나 그 외의 목적이 있는 것인가.
아니면 유물 〈사령의잔광〉에 대해서도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요구할지도 모르겠다.
"딱히. 감사라면 받겠지만, 나는 단지 토니라는 위험한 인물을 쓰러뜨리고 싶을 뿐이다."
"...... 무상으로 협조해 주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애초에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너희들과 적대할 생각이 없다. 볼일이 있는 것은 베네딕트 아크만과 악당들뿐이다."
그것은 한마디로 자신들과 적대적 관계라는 뜻이지만, 흑기사로서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흠. ............ 구체적으로 어떻게 협력할까요. 토니로 보이는 메이드는 도망친 모양입니다. 신원이 특정되지 않도록 하려는지 세 명의 메이드가 사라져서, 저희들로서는 기다리는 수만 남았습니다만."
"어젯밤이 마지막이라면 좋겠지만, 도망쳤으니 계속하겠지. 그래서 밤에는 내가 바깥에서 영주의 저택을 감시할까 생각한다."
"오오, ......!"
생각도 못한 제안이었다.
저택 안에는 더 이상 토니가 없을 것 같다. 세 명을 제외하면 아직 숨어 있을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그래도 만일 바깥에 있다면, 흑기사가 감시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영주의 저택을 둘러싼 방벽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불안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모두가 뜻밖의 희소식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 아무리 생각해도 이쪽이 유리합니다. 이것은 협력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야 물론이죠."
옆에서 끼어든 듀어의 말에 동의하며, 파소는 보상에 대해 생각에 잠긴다.
유물은 소유하고 있어야만 한다. 영주 개블의 금고에 보관하고 있지만, 이것들을 줄 생각은 없다.
마검과 마구도 아깝다. 흑기사가 대놓고 요구하지 않는 한, 이쪽에서는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냥 돈과 교환하면 되지 않겠나?"
"...... 당신께서 그걸로 좋다고 말씀하신다면, 부르는 대로 준비하겠습니다"
돈에 곤궁한 것도 아닌데, 무난한 타협점을 스스로 제시한 것이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말 토니를 쓰러뜨리는 것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
"그럼 밖에서는 흑기사 공이, 저택 안은 저희 스스로 경계를 서면서 사흘 동안 상황을 지켜보도록 하지요."
"알겠다."
자리에서 일어선 흑기사의 위압감에, 일행은 일제히 뒤로 물러났다.
"...... 듀어 군, 그를 밖으로 데려다주겠습니까?"
"알겠습니다."
다른 적임자가 없다. 그 챔프조차도 흑기사를 제대로 상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파소의 지시를 받은 듀어가 먼저 문을 열었다.
"이쪽으로."
"...... 혼자서 돌아갈 수 있는데......."
"손님으로서 온 이상, 배웅을 해주지 않으면 단체로서 품위가 떨어져. 이것도 최소한의 예의라고나 할까."
익숙해졌는지 주눅 드는 일 없이, 흑기사를 뒤에 데리고 듀어가 방을 나와 정문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