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사실이라면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
크리스토퍼의 설명에 미간을 모으는 맥스웰. 안네마리에게로 시선을 돌리자 그녀는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안타깝게도 저희가 꾼 꿈에서는, 그런 명분 뒤에서 왕자와 측근들이 왕국 침공 작전을 위한 사전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동급생인 나에 대한 정보 수집도 목적인 것 같아. 침공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왕족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도 중요할 테니까."
설명을 들은 맥스웰은 무심코 침을 꿀꺽 삼켰다. 두 사람이 꾼 꿈이 현실이 된다면, 왕국은 곤경에 처할지도 모른다. 최악의 경우, 국내에서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어 맥스웰의 긴장감은 점점 더 높아졌다.
"...... 제2황자 슈레딘. 나는 아무런 정보가 없는데. 어떤 인물이야?"
"이목이 수려한 남자예요.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이라 그런지 백자처럼 하얀 피부에 반짝이는 금빛 머리카락. 군사국가의 황태자답게 유연하고 단련된 체격은 마치 조각품 같으며, 머리색과 같은 금빛 눈동자는 설국의 냉혹함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예리하고 날카롭죠. 그야말로 얼음의 귀공자 같은 분이에요."
"그리고 머리가 좋아. 계략 같은 걸 잘하는 남자야. 솔직히 나로서는 이길 수 없어 보여."
"네가 그렇게 말할 정도라니 ...... 위험한 인물이구나."
"그래, 위험하지."
"선택을 그르치면 마왕 토벌의 열쇠가 아닌 왕국의 원수가 될 수도 있는 인물, 그것이ㅡㅡ"
(여성향 게임 '은의 성녀와 다섯 가지 맹세'의 다섯 번째 공략 대상자, 슈레딘 반 로드피아!)
마음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안네마리는 침묵을 지켰다. 그 때문에 맥스웰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었다.
"만약 너희들의 꿈대로 이 1개월이 무사히 끝난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제2황자의 습격에 대비하는 것으로 하면 될까?"
"그래, 나도 그거면 된다고 생각해. ...... 생각하지만, 음........"
크리스토퍼는 팔짱을 끼며 신음했다. 안네마리도 볼에 손을 얹으며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아까의 팽팽한 긴장감도 왠지 모르게 사라져서, 맥스웰은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며 허를 찔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 무슨 일이야, 갑자기? 무슨 문제라도 있어?"
"아니, 문제라기보다는 뭐랄까."
"네, 이 상황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 뭐야? 애태우지 말고 가르쳐 줘."
두 사람이 흘끗 눈짓으로 신호를 주고받더니, 큰 한숨을 내쉬며 크리스토퍼가 말한다.
"안 왔다고...... 유학의 타진이......."
"오지 않았다? 제2황자의 유학 제안이?"
"다음 달의 유학이니 준비 등을 생각하면 이미 오래전에 타진이 왔어야 하지만, 아무래도 그런 이야기는 왕국에 전혀 전달되지 않은 것 같아요."
한숨을 쉬는 두 사람의 앞에서 맥스웰은 생각했다.
(그럼 방금 전의 그 팽팽한 긴장감은 뭐였던 거지 ......?)
그리고 꼭 말하고 싶어 져서, 그는 두 사람에게 말했다.
"믿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뭐랄까, 너희들의 꿈은 ...... 별로 맞지 않는데?"
""그건 말하지 않기로 약속한 거잖아요!?""
"아니, 그런 약속은 하지 않았는데......"
""하아......""
(나타나지 않는 히로인 다음은 드디어 다섯 번째 공략 대상자도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할 생각이려나? 이것도 우리가 일으킨 행동으로 인한 결과, 나비효과라고 할 수 있을까?)
침략을 꿈꾸는 제국의 황자가 오면 좋겠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안네마리였지만, 시나리오에서 너무 벗어난 상황을 어떻게 할 수 없을까 싶어, 한숨을 참지 못하는 안네마리와 크리스토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