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는 세 가지 선택지를 준비했다.
먼저 검지손가락을 뻗어, 영웅을 동경하는 제자를 가리킨다.
"첫 번째는 쿠라. 그 영주의 도련님."
다음으로 가운데 손가락 .......
"두 번째는, 챔프. 평범한 스킨헤드 근육이지 ...... 그리고 뭐 상관없지만, 그 녀석은 왜 일도 안 하고 근력운동만 하는 거야? 이몸도 일하는데 대단하지 않아?"
세 번째로, 약지를 .......
"마지막은 삼보...... 그 파소에게 아부하는 수인차별주의자다. 수수한 캐릭이라 해서 잊지 말라고?"
토니가 묻는다. 다음에 죽일 사람을, 방관자들에게 맡긴다.
"누가 좋아? 선택된 놈을 이따가 바로 죽여줄 테니까......"
토니가 일어나서는, 불이 붙은 파이프를 입에 넣고서 구운 과자처럼 씹는다. 그러면서 헌팅캡과 코트를 찢어 입에 집어넣고, 책상 위에 놓인 커피로 뱃속에 흘려보낸다.
"흠~, 부드러운 맛 ............ 좀 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뭐, 마음껏 고민해. 기다릴게, 그것도 괜찮다는 뜻이야."
방관자가 죽일 캐릭터를 고르는 동안, 토니는 한가하게 시간을 보낸다.
그는 뒷짐을 지고 실내를 돌아다니다 ............ 눈에 띈 선반에 있는 소설을 집어든다.
"[원숭이는 간다]............ 좀 더 좋은 제목이 있었을 텐데?"
혀로 손끝을 적시며 책의 내용을 훑어본다.
책의 내용은 인간과 비슷한 지능을 가진 원숭이들의 이야기다. 그들은 숲 속에서 공동체를 이루고 서로 돕고 살며 사이좋게 지내고 있었다.
하지만 불화가 생긴다.
한 부부 사이에 흰 원숭이가 태어나면서 무리에 이변이 일어난다.
"아~! 그렇구나! 결국 흰 원숭이가 핍박을 받고 부부가 나쁜 놈들을 물리치는 느낌! 가족애 최고~ 좋은 이야기잖아! 원숭이도 좋지, 맛있으니까!"
하지만 토니의 예상과 달리, 박해받은 흰 원숭이는 평생 사랑하겠다고 맹세했던 부모에게 버림받는다.
어머니가 죽고, 아버지는 흰 원숭이를 어떤 역할을 맡기며 버린다. 그리고 재혼. 같은 무리에서 재혼한 암컷 원숭이와 아이를 낳아 가족을 이룬다.
"............ 왜?"
그 역할이란, 더러운 붉은 원숭이와의 교역 역할이었다. 그들을 무시하고 경멸하지만, 교류를 하지 않으면 특정 과일을 구할 수 없다.
하지만 붉은 원숭이와 말을 주고받으면 더러워진다. 불결해진 교류자는 무리 속에 살면서도 누구와도 교류하지 않는다. 붉은 원숭이에게 과일을 가져다주고, 과일을 무리에 가져다준다. 말도 나누지 않고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흰 원숭이는 행복해 보이는 아버지의 가족을 옆에서 지켜보면서도 역할을 수행했다. 매일매일, 몇 년 동안을. 사랑한다고 말했었던 아버지는, 이제 흰 원숭이가 시야에 들어와도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흰 원숭이는 ...... 사랑을 잊고 만다. 아무도 믿지 않고, 타고난 재능으로 무리에게 복수를 다짐한다.
그러던 어느 날, 흰 원숭이를 불쌍히 여기는 사람이 나타난다. 여행길에 무리를 방문한 인도자는 흰 원숭이를 바깥세상으로 데리고 나간다.
삶의 방식을 가르치고, 싸우는 법을 가르치고, 사회를 설파했다.
그 결과, 흰 원숭이는 자유를 찾아 인도자의 곁을 떠나 세상을 돌아다니게 된다.
"ㅡㅡ유해도서로 지정한다"
닫은 두꺼운 책을 집게손가락으로 가볍게 찌른다. 그것만으로도 손톱이 쉽게 뚫고 들어가 꽂힌다.
토니는 책을 입에 집어넣고 꿀꺽 삼켰다.
"근본적으로 이상해. 그래서 나는 이것을 내 방관자에게 보여주지 않기로 했어."
어깨를 으쓱하면서, 쓸데없는 시간을 보낸 것을 한탄한 토니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자자, 결정됐지? 내 예상이 맞는다면 ............ 역시. 방관자다운 인선이라서 다행이다 다행."
토니의 일이 시작된다.
"초이스에 감사감사. 그럼! 지금부터 죽이러 가보자!"
연극 같은 행동으로 뛰쳐나가서, 문을 난폭하게 열어젖힌다.
"...... 아, 죽이는 방법은 지금부터 생각할게! 이다음에 바로 알 수 있을 테니까!"
몸집으로 보아 도저히 통과할 수 없는 문의 앞에서 현실을 의심하지만,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방관자에게 고했다.
제국을 농락했던 괴물 토니가, 또다시 무자비한 살육을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