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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얼굴을 본 동생이, 눈치채고는 잠시 눈을 맞춘다.
프리드 가문을 떠나자마자 자신의 용병단을 일류로 끌어올려, 머지 않아 국군으로 편입될 것이라고 말한다.
군사력에서도 왕국은 다시 한 번 더 강성해진다.
세레스티아, 알트, 타마, 지크 ...... 그리고 자신.
무적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포진에, 리히는 왕국 귀족으로서 몸이 떨릴 정도로 자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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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마물이 출몰하는 마경으로 변해버린 숲에는, 흉악한 마력이 생태계를 일거에 바꿔놓았다.
마굴은 아닐지라도, 흉폭하고 손댈 수 없는 마물들만 모여들어 광란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오늘 밤은 마물들도 조용히 몸을 숨기고 섬뜩할 정도로 고요했다.
울부짖는 소리도 없고, 비명도 없다. 저녁이 지나면 멀리서 들려야 할 싸움의 소란스러움도 전혀 없다.
중앙에서 소용돌이치는 여러 강자들이 발산하는 마력에 본능적으로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ㅡㅡ《반칙》의 보고는 이상입니다."
여섯 자리가 채워지자, 6석회의가 시작된다.
가장 상석은 공석이며, [크로노스]의 첫 회의로서 검은 옷을 입은 간부들이 모여 있다.
[역시, 그 아크만이었는고 ............그래서, 어떻게 할 겐가?]
"그쪽은 이미 손을 써 놓았습니다. 그 결과에 따라 당신들이 움직이게 되겠지요."
곁의 해골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감정의 기복이 없는 평탄한 목소리로 바로 대답했다.
"오늘 여러분을 모이게 한 이유는 따로 있어요. 그것은 조직으로서의 존재 방식에 대한 설명과, 그에 따른 업무를 배정하기 위함이에요."
"그건 누가 결정했지?"
맞은편에서 쏟아져 나온 묵직한 말이, 중압감이 되어 그의 주위를 짓누른다.
"말할 필요도 없이, 크로노 님이시죠."
정확히 말하자면 세레스티아가 제안하고 크로노가 채택한 것이지만, 번거로울까봐 생략하고 말했다.
"계속해라."
납득했는지, 아스라는 시선을 돌려 다시 눈을 감는다.
근육이 터질 듯이 빽빽한 팔로 팔짱을 끼며, 앞으로의 이야기에 관심도 보이지 않고 조용히 앉아있다.
"그럼 우선 이 [크로노스]의 방침부터."
정적에 휩싸인 실내에 맑은 목소리만 들린다.
"이 카스 숲에 거점을 마련한 이상, 한시라도 빨리 군사력을 그에 걸맞은 높은 수준으로 급성장시켜야만 합니다. 이것이 무엇보다도 우선이라는 것을 자각하세요."
[......과연 필요할런지...]
"필수불가결합니다. 여러분들의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해골의 턱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며 의문을 중얼거리던 모리였지만, 대답은 예상외로 강렬했다.
"숫자를 과소평가하면 안 되거든요."
[............]
"주변의 국가들은 국민이 있는 '국가'입니다. 우리들은 아직은 그저 모여든 무리에 불과하여, 공격받으면 이 성은 반드시 함락되겠지요. 저들도 숨겨둔 수도 있을 테고, 단순 전력으로도 우리를 능가할 거예요."
세레스티아는 주인을 전력으로 보지 않는다.
그런 상태에서의 [크로노스]는, 모리와 아수라를 보유했음에도 다른 나라에 비해 전력이 열세라고 하는 것이다.
"주변국에서 가장 군사력이 열세인 곳은 동쪽의 소국 마르 타로트인데............ 그래도 전쟁이 벌어지면 30만 명 이상이 집결하겠지요."
동쪽의 소국 마르타로트는 독자적인 마법을 가지고 있으며, 마술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마법대국 차르카와는 전혀 다른 마법을 다루는 것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는 총 인원수가 천 명도 채 되지 않아요. 여기 있는 개인이 일당만의 몫을 한다 해도, 6만 명의 마술사의 5분의 1에 지나지 않아요."
라이트 왕국이나 다른 나라들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은, 마왕이 이끄는 이 조직이 너무도 미지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격을 받는다면 반나절도 못 버티고 패배할 것이다.
"유물과 무구, 그리고 이 숲에서 살 수 있는 마물들을 모을 필요가 있어요. 동시에 그것들을 사역할 수 있는 병력도. 단, 인간족은 최대한 소수로만 쓰고, 주력은 어디까지나 마물으로 해야합니다."
"시시해."
무덤덤하고도 무감각하게 제시하는 세레스티아의 지침에, 언짢다며 일침을 가했다.
"............"
"그 녀석이 귀찮게 떠들어대길래 일부러 찾아왔지만, 너희들은 아직 멀었어."
세레스티아의 대각선 앞에 앉아 있는 귀여운 소녀에게로, 자연스레 시선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