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년의 말로는 ...... 무기와 마구를 보내라며 귀찮게 편지를 보내오는 이 큰놈과 해골한테는 병력이 있는 모양이지. 나도 쓸 수 있는 병력이 있어야 한다."
질렸다는 심정을 눈빛으로 드러내며, 아스라와 모리를 번갈아 쳐다보며 토해냈다.
"...... 알겠습니다. 말씀드려 볼게요."
"그럼 됐어."
세레스티아의 이상으로는, 3개월 이내에 다른 나라가 공황에 빠질 정도로 강대한 조직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적어도 하루빨리 어느 한 나라에서 국가 또는 조직으로 인정받아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기서 힐데가르트가 삐져서는 안 된다. 피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그리고 ......"
"...... 그건 저한테 말해도 어쩔 수 없어요."
마침내 힐데가르트가 견디다 못해 아슬라와는 정반대쪽을 노려보자, 세레스티아도 한숨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후후, 후후후후."
"휴.......묻고 싶지는 않지만, 카게하 씨.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요?"
답답한 실내에서, 턱을 괴며 시종일관 표정이 들떠있던 카게하.
무언가를 떠올리고 있는지, 허공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는 것이 입가를 가린 마스크 너머로 다 보인다.
"먼저 리리아에게 들려주고 싶지만 ...... 지금은 그러기 뭣하니, 미안하지만 나중으로 참도록 하지."
"...... 오빠의 제안으로, 위협치라는 수치의 제도가 만들어졌어요. 아마 당신도 토벌을 원하는 마물과 마찬가지로 수치와 현상금이 걸리게 될 거예요."
"그래? 별로 관심도 없지만 ......"
"자만하지 말아요. 그럴 때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해요."
냉철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능청스럽기까지 한 카게하에게 어이없어 하면서도, 충고를 잊지 않는다.
"현재 이미 모리 씨는 위협치가 83입니다. 아스라 씨도 81이라는 높은 수치가 매겨져 있어요."
만약 왕국 최고의 기사인 알트에게 수치를 적용한다면, 위협치는 26이 될 것이다.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위협치다. 실제로 정확한지는 알 수 없다. 너무 높을 수도 있고, 너무 낮을 수도 있다.
하지만 최강을 자처하는 집단으로서는, 충분히 노려볼 만한 수준의 수치로 보일 것이다.
"......하찮군."
[수치로 환산해도, 확 와닿지 않는구먼~]
모리보다 하수라고 판정된 아스라조차도 상대하지 않았고, 모리도 수치에 의문을 제기한다.
"수치에 근거해 꾸준히 실력을 쌓은 자가, 언젠가는 당신의 호적수가 될지도 몰라요. 대부분은 예상치 못한 난적을 만나서 죽겠지만요."
"............"
"하지만 위협치 10에서 20, 20에서 30으로. 스스로 적을 선택할 수 있다면 그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지요. 이전보다 훨씬 더 단계적인 성장이 예상됩니다."
"......한계도 모르는 버러지가 여기까지 올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아스라는 자신이 죽어 마땅한 상황에서 마왕이 봐주었던 경험을 떠올리며, 그래도 그 때가 있었기에 더욱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폐하는 어느 정도인가?]
"92로 해놓았습니다."
[아무 도움도 안 되는 구먼. 10의 차이로 이길 수 있는 상대인가? 그렇다면 이렇게 인간족과 만나지 않고 폐하를 쓰러뜨릴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었겠지]
완전히 흥미를 잃은 그는, 턱을 괸 쪽과 반대편의 손으로 탁자를 손가락으로 두드린다. 새끼손가락부터 집게손가락까지 차례로 두들기는 뼈의 손가락 끝이 소름끼치는 소리를 낸다.
"실제 힘은 정확한 수치로 반영되지 않으니 어쩔 수 없는 것이며, 지금까지와 크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왕국에 적대적인 세력이 많아졌기 때문에, 국내외를 막론하고 강자를 불러들이려 하는 거죠. 수치로 경쟁하게 하면 일종의 놀이 감각에 빠지게 될 거예요."
위협치에 의해 탐색자 같은 등급을 매기면, 상급자는 부러움과 존경의 시선을 받으며 각광을 받고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간다. 그리고 하급자는 상급자의 등을 부러워하며 더 높은 위협치를 가진 먹잇감을 노린다.
"오빠가 이 이야기를 꺼냈을 때는 별 의미를 느끼지 못했지만, 저쪽에서 여기까지 일부러 강력한 무기를 들고 찾아올 수 있는 거예요. 그 숫자가 늘어날 거라고 생각한다면 결코 나쁘지 않은 이야기네요."
국군을 동원하지 않고 마왕군의 정보를 빼내려는 의도가 주 목적이다.
다른 나라들도 알트의 계략에 편승할 거라는 은밀한 생각을 숨긴 채, 회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