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니, 다음 기회에 하면 일이 많아지니까. 그건 좋지 않지. 여행 도중이 아니면 일을 끝까지 하는 것이 나니까 ............이건 나이 탓인가."
마음속으로 진지하지 않은 표정을 짓던 넴은, 동시에 주머니에서 별 볼일 없는 돌멩이를 꺼내 들었다. 손바닥에 쏙 들어가는 크기에 둥글둥글한 회색빛을 띠고 있다.
언뜻 보면 그냥 자갈이다.
하지만 그것은 '봉석처리(封石處理)'라는 기법으로 무언가를 보존한 물건이다.
"써볼까, 테듀멜의 물고기알......"
전방으로 마법진을 전개하고, 그 중심에 봉석 처리된 조약돌을 날린다.
"...... 역시 인간들도 만만하게 볼 수 없군요."
마법진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돌의 껍질이 벗겨지자, 울퉁불퉁하고 빽빽한 짙은 녹색의 물체가 드러난다.
알은 비로 인한 수분을 흡수해서 그런지, 아니면 빗방울에 의해 그런지 하여튼 손쉽게 막이 깨지면서 테듀멜은 태어나지도 못한 채 터져버렸다.
하지만 세상에는 경이로운 생명체들이 무수히 존재한다.
이변을 감지하고 두 눈을 번쩍 뜬 베네딕트는, 알이 터진 주변에서 발생한 짙은 녹색의 희미한 빛을 포착했다.
증오와 원한을 품고, 공포의 기운을 품은 어둠의 빛이 떠돌아다닌다.
곧 근처에 존재하는 높은 마력의 생명체를 감지한다. 그쪽을 향해 알의 수만큼 태어난 어둠의 빛이 불규칙하고 완만하게 흐른다.
비경에 사는 민족들 사이에서 '전염성 있는 죽음의 욕망'으로서 두려워하는 살이었다.
"............ 잘 들어본 적 없는 현상이군요"
짙은 녹색 빛이 뿜어내는 기이한 기운은 이질적이어서, 천사의 몸이지만 뭔가 불길한 예감을 지울 수 없다.
"닥쳐오는 고난을 시련이라 부르며 맞서 왔습니다. 하지만 닥쳐오는 것이 재앙임이 분명한 경우에는, 비록 방황하는 인간의 자식이라 할지라도 물리칠 수밖에 없겠군요."
베네딕토가 늙어가는 등보다 훨씬 더 크고 환상적인 하얀 두 날개를 드러냈다.
폭풍의 소용돌이 속에서 시야에 펼쳐진 하얗고 눈부신 두 날개를 올려다보며, 넴은 탄식과 함께 혼자 중얼거린다.
"뭐야 뭐야, 듣던 것보다 더 엄청난 괴물이잖아 ...... 역시 남의 정보는 믿을 수 없구만, 진짜..."
원래는 한번 노리면 끝. 계속 쫓아가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테듀멜 물고기알의 원혼.
비나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타파할 수 없는 그것들이 하얀 날갯짓에 의해 사라져 간다.
불에 타는 듯한 증발음은 어쩌면 테듀멜의 탄식인지, 격렬한 폭풍 속에서도 울려 퍼진다.
"앗 ......! 정말로 천사라는 녀석이구나."
유일한 무기라 할 수 있는 성역수호병기도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2천사의 마력은 막강했다.
날갯짓을 할 때마다 상기되는 상위자의 기질. 인간과 다른 차원에 위치한 존재가 가진 힘.
"크으ㅡㅡㅡㅡ"
천사의 날개로 인해 허리케인을 연상시키는 강도가 된 폭풍 때문에 팔로 눈을 가리고 있던 넴.
폭풍이 약해지자 앞을 바라보았지만, 베네딕트는 없었다,
"리리스 님, 용서를 ......"
뒤에서 발생한 기운에서, 등골이 오싹해지는 마력이 방출되었다.
견갑골에서 왼쪽 가슴 부근에 걸쳐 밀려들어온 천사의 마력. 한번 건드리면 소멸을 피할 수 없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 이거 참, 당신이라는 사람은 정말 재치 있군요."
하지만 베네딕트에게서 흘러나온 것은, 놀란 건지 감탄한 건지 칭찬의 말이었다.
"미안, 뭔가 '마력 투과 체질'이라는 게 있거든. 그래도 ...... 조금 타버렸지만?"
옷이 타서 살짝 연기가 피어오르는 가슴을 보면서, 넴이 뒤돌아보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