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9장 197화 단죄의 시작(4)
    2023년 07월 19일 19시 49분 2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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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미와 같은 예외를 제외하면, 듀어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가니메데는 거리가 떨어져 있던 전열을 향해 달려갔지만, 그 사이에도 5합은 베어버릴 수 있는 여유가 있다.



     듀어라면 창술사를 죽일 수도 있다.



    "크으----!!!"

    "큭 ......!?"



     예상대로 단숨에 공격해 오는 듀어를 상대하여, 열심히 창을 돌려가며 받아친다. 스승인 가니메데도 쌍도끼가 아니면 도저히 막을 수 없는 두 번의 격돌.



     하지만 세 번째 칼날은, 텅 비어버린 몸통에 꽂혔다.



    "ㅡㅡㅡㅡ읏!?"



     그러던 중, 울분을 풀려는 강렬한 살의에 휩싸이자 급히 몸을 뒤로 젖힌 듀어는, 날아오는 초록색 궤도를 보았다.



     간격에서 순간적으로 베였음을 알아차리자, 뒤늦게 뺨에 새겨진 선이 뜨겁게 타오른다.



    "테이야아아앗!!"

    "큭......!"



     내리치는 칼은 <밤의 검>으로 받아낼 수밖에 없다.



     그러면 왼편으로 물러나 있던 창술사는, 생겨난 틈을 어떻게 볼 것인가.



    "슛ㅡㅡㅡ"



     가니메데는 창을 내민 제자와 듀어, 그리고 이로스를 시야에 넣었다.



    "앗............"

    "----"



     위기에 빠졌어야 할 듀어는, 차가운 기운이 흐르는 무기력한 눈빛으로 ............ 창 끝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그만둬!; 의 목소리도 늦었다. 튀어나간 창은, 가속도를 내며 빗방울을 뚫고서 듀어를 향해 질주한다.



    "손에 든 장난감은 써먹고 싶은 법이지 ......"



     몸을 비틀며 손으로 회전시킨 직검에 의해, 창 궤도가 살짝 틀어진다. 창이 궤도를 바꾸어 힘차게 관통했다.



     ............ 허전하면서도 쓸쓸하게 느껴지는 빗소리만 계속된다.



     격렬한 전투의 열기는 잊히고, 머리끝에서 피가 빠져나가며 얼굴이 창백해진다.



    "............



     이로스가, 모두의 시선을 따라 자신의 가슴으로 시선을 돌렸다.



     오른쪽 가슴을 관통하는 창을 발견했을 때, 멈춰있던 호흡은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음을 짐작한다.



    "............"

    "이로스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



     뽑힌 창을 그대로 둔 채, 듀어에게 기댄다. 어깨에 얼굴을 올리고, 심장 박동에 맞춰 피가 솟구치는 가슴을 손으로 누르고 있다.



     듀어는 손을 빌려주지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



    "어째서, 나에게 가나안의 시체를 보여 주었지?"

    "............"



     그 질문에, 이로스는 눈을 감았다.



     잠시 후, 피를 흘리는 입이 움직인다. 빗소리에 묻혀 주변으로 새어나가지 않아서, 듀어만이 그 대답을 들었다.



    ".................. 그래, 안심했다."



     딱딱한 목소리로 말하는 듀어의 가슴에서 미끄러지며, 이로스가 땅에 쓰러진다. 아직 숨은 붙어 있겠지만 이미 의식이 없는 상태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완만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 모두가 짐작하고 있다.



     하지만,



    "............앗!?"



     듀어의 행동에, 가니메데가 소리를 질렀다.



     이로스가 쓰러지기 전에 배에 꽂은 다리로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강철의 궤적을 긋는다.



     목, 일직선으로.



    "그만둬어어어어어어어어어!!!"



     이미 공중으로 날아간 이로스의 목에, 노인의 탄식이 울려 퍼진다.



    "...... 역시 너희들에게 자비는 필요 없겠군."



     사라진 목숨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 얼굴을 파랗게 물들이는 일행들을 향해 돌아선다.



     무릎을 꿇고 슬퍼하는 가니메데를 한 번 쳐다보며, 듀어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한다.



    "...... 이것이 네놈이 말하던 '1'이다."

    "끅, 키이이 ......!"

    "유미의 말이 맞아. 남에게 내뱉는 말에는 책임을 져야겠지? 받아들여라, 화내지 마, 슬퍼하지 마, 너희들은 그럴 자격이 없다."



     견디기 힘든 손자의 죽음. 분출하는 분노를 드러내며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이가 부서질 때까지 이를 악물고 견뎌낸다.



     차가운 눈빛으로 그 모습을 한 번 훑어보고, 슬픔에 젖어 있는 자들을 둘러보며 차례로 검으로 가리킨다.



    "너희들이 했는데, 내가 못할 이유가 뭐지. 있을 리가 없다. 죄인 주제에 ............ 피해자처럼 굴지 마라!"



     두 번째는 이로스여야만 한다. 여섯 명을 상대로 승리하려면 가니메데의 '최선의 판단'을 빼앗을 필요가 있다.



    "............"

    "............"



     끓어오르는 살의를 품고, 서로 비슷한 차가운 눈빛을 주고받는다.



     무슨 낯짝으로 한탄하고 있냐면서 더욱 불타오르는 살의와, 알 바 아니라는 듯이 이성을 잃은 채 끓어오르는 살의가 충돌한다.



     어느새 두 개의 복음이 폭발하여, 무의식적으로 격돌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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