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8장 172화 한담 같은 무언가(1)
    2023년 07월 07일 20시 26분 4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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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칼렛 상회, 회장실.

    "............"

     시크한 적과 흑의 의상을 입은 윤기 나는 검은 머리의 소녀는, 세레스티아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사랑스럽고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동안에 어울리지 않는 가슴과 색기은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매혹적이며, 누구에게도 아양 떨지 않는 그 눈빛에 끝없이 끌리게 된다.

     그러나,

    "............"
    "............"

     묵묵히 서류를 확인하는 소녀의 앞에서, 굳은 표정의 마르코와 그를 도우러 온 크리스는 긴장감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다.

     카지노 '아치 치'의 경영을 거의 맡고 있는 마르코임에도, 힐데가르트라는 소녀의 압박에는 내심 떨리는 부분이 있었다.

    "ㅡㅡ논외로군."

     훑어보던 서류를 책상에 던져버리고, 눈도 마주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하, 하지만 말이죠, 이건 보스가 결정한 일이니,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것은......."
    "-- 닥쳐."

     바늘로 피부를 찌르는 듯이 따끔따끔하다. 팽팽하던 공기가, 여황의 눈빛과 패기로 인해 더욱 차갑게 식는다.

    "누가 입을 열라고 했나. 나는 네놈에게 대답이나 변명을 요구한 것이 아냐. "논외다"라는 결정을 통보한 것뿐이다."
    "............예, 예이."

     마르코의 얼굴과 온몸에 새겨진 상처는 결코 허투루 생긴 것이 아니다.

     수많은 고비를 넘겼고, 제라드와 함께 수차례 사선을 넘나들었다.

     길을 가로막는 자에게 손을 댄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이 소녀 앞에서는 기세가 꺾인다. 승부욕도, 강심장도, 반론을 제기할 마음조차도 꺾인다.

    "하지만, 저기, ......"
    "읏 ......!"

     옆자리에서 작은 크리스가 소리를 내자 마르코가 깜짝 놀란다.

    "............"
    "뭔가? 제대로 된 반론이 나올 것 같지는 않지만, 한번 말해봐."
    "......읏, 보, 보스가 저희한테 시제품 담당을 ...... 시키셔서."
    "그런 건 요리사나 그 녀석이 금방 생각해 낼 거다. 불필요한 부서는 없애는 게 당연해. 그리고 ...... 이 불투명한 술값의 기재는 뭐냐."

     서류를 부채로 두드린다.

     그것만으로도 두 사람 ...... 그리고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카인의 몸이 움찔거린다.

    "...... 그건 보스와 형님이 마시는 술인데요. 누님, 그것만은 좀 봐줄 수 없습니까요 ......?"
    "...... 하고 싶은 말은 그것뿐인가?"
    "히익!? 죄, 죄송함다!!"
    "그 뻥 뚫린 입을 다시는 열지 못하게 해 줄까......"

     마르코의 헛소리와 누나라는 호칭에, 붉은 마력을 뿜어내는 힐데가르트가 손안에 강대한 마력을 모으며 조용히 분노를 표출한다.

     셋이 제각기 다가오는 분노에 대한 두려움에 움츠러들고 있던 그때였다.

     노크소리가 들린다.

     식은땀을 흘리는 카인이 힐데가르트에게 눈빛으로 확인한 후, 부드럽게 문을 열었다.

    "ㅡㅡ나 왔어~"

     웃는 얼굴의 크로노가 모습을 드러냈다.




     ♢♢♢




    "이제 돌아왔어."

     일하는 모양이라서, 창문이 아닌 문을 통해 힐데가르트를 만나러 왔다.

    "오, 다들 모였구나. 늦어서 미안."
    "보, 보스 ......"

     ......, 뭔가 마르코가 이상하게 안심이 된 듯이 힘이 빠진다.

     아무래도 마르코네랑 회의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회의 치고는, 힐데를 제외한 모두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다.

    "힐데, 나 왔어"
    "흥, 불쾌하군. 지금 바로 바보 같은 척은 그만둬."
    "안 했는데!?"

     바보 같은 척!?

     돌아오자마자 갑자기 딴지를 걸 줄이야, 역시 힐데는 무섭다. 에리카 공주를 능가하는 속도다. 눈알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뭐, 뭐 됐어 ....... 지금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어? 꽤나 달아오른 것 같던데."
    "달아오르지 않았다. 그것은 온화한 것이었다."
    "엥 ...... 그래도 얘네 얼굴이 안 좋아 보이는걸?"

     표고 수천 미터의 산에 도전하는 사람의 안색이다.

    "...... 이봐."
    "예, 예이." 

     오늘도 한창 잘 나가는 미소녀 같은 힐데가, 일에 열심인 마르코에게 위압감 있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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