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8장 172화 한담 같은 무언가(2)
    2023년 07월 07일 20시 27분 3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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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녀석에게 맡겨두니까 그런 용도 불명확한 부서가 생기는 거다. 나머지는 내가 직접 이 녀석에게 말할 테니. 너희들은 꺼져."
    "예이, 그럼 ......"

     ...... 노골적으로 기뻐하는 마르코가, 이쪽을 힐끗힐끗 쳐다보는 크리스를 데리고 퇴실한다.

    "...... 서둘러 나갔잖아. 무슨 짓을 했길래 ......"
    "저 크리스라는 여자들의 부서는 폐지했다. 청소라도 시키는 게 훨씬 나아. 제랄드라는 놈의 술값도 경비로 인정하지 않겠다."
    "제랄드 건은 찬성이야. ...... 전통주를 선물로 가져온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하지만 그녀들에 대해서도 마침 잘 됐다. 인력이 필요했던 참이었으니.

    "마왕 폐하,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힐데가르트 님의 비서를 맡고 있는 카인이라고 합니다."
    "오...... 응, 잘 부탁해. 내가 마왕이다."

     일 잘할 것 같은 남자가 고개를 깊이 숙여 자기소개를 하는 것이니, 마왕답게 대범하게 응대한다.

    "또 한동안 왕도를 비울 예정이니 힐데를 부탁해"
    "...... 자리를 비운다고?"

     갑자기 칼날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눈썹을 치켜든 힐데가 쳐다보고 있었다.

    "앗....... ......"

     카인은 숨을 죽이고 있다.

    "...... 이봐, 차를 내와라."
    "예, 알겠습니다."

     카인 군은 꽤나 씩씩하게 방을 나갔다.

     그리고 문이 닫히자, 힐데는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 어쩔 수 없는 놈이로군. 어이가 없어서 할 말도 없어. 네놈은 또 나한테 일을 떠넘기고 자기만 어슬렁거리며 여행하겠다 ............ 그렇게 말하는 건가?"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제대로 된 업무라니까!"

     이건 사실이다. 잘 모르는 사람에게서 잘 모르는 부탁을 받은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문제가 생겨서 잠시 집에 들렀다가 가려고 해. 힐데도 시간이 난다면 조만간 같이 가볼까?"

     책상으로 다가가서는.

    "...... 네놈의 낙천적인 생각이 어디서 나오는지 영원히 의문이로군. 네놈과 달리 나는 ............"

     눈을 가늘게 뜨며 경멸의 눈빛을 보내는 힐데의 검은 머리를 쓰다듬는다.

    "또 외롭게 되겠지만, 금방 돌아올 테니 기분 풀어줘, 알았지?"
    "............읏!!!"

     고개를 숙여 살짝만 쓰다듬게 해 주다가, 살짝 붉은 눈살을 찌푸리며 노려보더니 손을 치운다.

    "ㅡㅡ, 으으!"

     재빨리 일어서더니, 발돋움을 하며 이마에 한 번, 뺨에 왕복하며 두 번을 부채에 얻어맞고 말았다.

    "...... 여자의 머리를 함부로 만지지 마라, 멍청한 놈."
    "좋아, 알았어. 규칙을 정하자. 한 번 실수할 때마다 부채로 한번. 마왕과의 약속이야, 알겠지?"
    "............읏!"

     또 한 번 이마에 마른 타격음이 울려 퍼진다.

    "이건 장난이 아니야! 정말 진지하다고! ...... 아니, 아까 것도 다르지만........"

     하지만 내 말에 아랑곳하지 않는 힐데는, 책상 서랍에서 편지 한 통을 꺼낸다.

    "...... 이게 뭐야?"

     기다렸다는 듯이 팔짱을 껴서 꾸짖을 준비를 완벽하게 만들며 말한다.

     노출이 심한 옷차림으로 그렇게 자신감 넘치는 포즈를 취하면 ............ 엄청 귀엽지만 과격하다고 할까, 여러모로 걱정이 된다.

     하지만 말하면 부채가 날아올 것 같으니 말하지 않는다.

    "어~음 ...... 아아, 우리 크로노스의 '제3석'에 임명한다는 편지구나. 축하해, 힐데."

     손뼉을 치며 축하한다. 콩그레츄레이션!

    "네놈의 명운도 여기까지다."
    "어, 나 죽어?"

     슈퍼히어로가 마지막에 하는 말을 들었다. 들으면 라스트보스가 끝장난다는 그 말이다.

     몹시 화가 난 힐데 씨. 등뒤에 부동명왕님이 보이는 것만 같다.

    "혹시 뭔가 불만 있었어? 처음이라는 것도 있고, 변동제라는 것과, 가입 시기 등을 고려하면 제3석이라는 것은 꽤 좋은 대우라고 생각하는데 ....... 솔직히 좀 편애도 했고 ...... 라는 글도 썼잖아."
    "내가 1등이 아닌 시점에서부터가 이상하다. 아무리 처음부터 이상했던 너라도 정도가 지나치다."
    "나 이상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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