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의 위치를 바꾸어 앉더니, 정면에서 노려보며 말을 이어나간다.
"뭐, 좋다. 잘못은 고치면 되니까."
"음, 그 말은 일리가 있어."
사랑스러운 얼굴로, 날카로우면서도 둥그런 눈빛으로 올려다보며 말한다.
"이번에는 바로잡는 데 큰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 아주 간단한 이야기지. 나를 제1석에 앉히면 된다. 그걸로 이 얘기는 합의해 주지."
"............"
"............"
"............뭐!? 혹시 나, 방금 부정행위를 제안받은 거야!?"
무려 백주대낮에 부정행위를 제안받았다.
♢♢♢♢.
재빨리 힐데가르트와 마왕의 다기와 물을 준비해 방에 들어온 카인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바보 같은 놈, 누가 그런 짓을 하겠나. 부정 따위가 아니다. 남 듣기 안 좋은 말을 함부로 하지 마라."
"아, 그렇구나. 미안미안."
절대 남자를 가까이하지 않는 힐데가르트와 마왕이 근거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네놈은 내가 말하는 대로 따라 말하면 된다. 알아들었지?"
"응 ......?"
"마왕인 내가 멍청해서 ............ 자."
그 힐데가르트가, 그 여황이 ...... 어린애 같은 표정과 말투로 마왕을 다그치고 있다.
여성으로서 힐데가르트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선택받았던 자신조차도, 이보다 더 귀여울 수는 없다고 생각될 정도다.
그것은 이상하다고 할 수 있는 광경이었다.
"마, 마왕인 내가 멍청해서 ......"
"실수로 그 여자를 제1석에 앉혀버렸지만"
"...... 실수로 그 여자를 제1석에 앉혀버렸지만"
"그건 역시 이상하니까 그만두자."
"그건 역시 이상하니까 그만두자"
자세 좋게 앉아서 팔짱을 끼고서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힐데가르트가 말하는 대로 마왕이 복창하고 있다.
"힐데가르트를"
"힐데가르트를 ......?"
"제1석으로"
"제1석으로"
"한다"
"이건 완전 부정이잖아!"
유도심문을 눈치챈 마왕이 놀란 나머지 목소리를 높였다.
"안 된다니까! 기여하면 순위가 올라가는 시스템이니 부정은 그만두자고!"
"여전히 사리분별력이 없는 녀석이로군. 이건 부정이 아닌, 정정이다."
"아니, 말투의 문제가 아닌데?"
"흥, 마왕인 주제에 부정행위를 두려워 마라. 이 약골."
"아아, 그만, 그만! 실수로 속을지도 모르니까 그런 말 하지 말아 줘! 이 이상 공격할 방법을 찾지 말라고!"
의자에 앉은 작은 힐데가르트가, 장난으로 마왕을 몰아붙이는 것처럼도 보인다.
"소리 지르지 마, 차가 맛없어질 테니. ...... 이봐."
"읏 ...... 예!"
특별히 눈빛이 달라진 것 같지는 않지만, 이쪽으로 차를 요구하는 힐데가르트의 눈빛은 평상시의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눈빛이었다.
"......여깄습니다."
"............"
매일 하던 루틴으로 뜨거운 홍차를 마시는 힐데가르트.
"...... 평범하게 차를 마시기 시작했는데, 이 녀석은 얼마나 마이페이스인 걸까?"
"마왕 폐하도 괜찮으시다면 이것을."
"아, 고맙습니다."
마왕답지 않게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찻잔을 조금 홀짝이지만 ...... 아무래도 신경 쓰는 기색은 아니다.
안도하면서 컵을 마왕에게 건네고서 거리를 두고 기다린다.
"...... 우와, 맛있어. 잘 모르겠지만, 엄청 비싼 향이 나는데 이거..."
"그래서? 뭐가 문제지?"
"음.......................... ...... 그래, 문제야. 그렇게 큰 문제는 아냐. 흑기사로서 잠깐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뿐."
카인의 숨이 막힌다.
지금 말투로 보면 마왕인 이 자가 마치 흑기사라도 되는 것 같지 않은가.
말로 표현하기 힘든 한기가 등줄기를 타고 올라온다.
"하지만 이쪽에서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바로 알려줘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바로 달려갈 테니까."
카인의 속마음과는 달리, 친근하게 대화하는 두 사람.
세뇌된 것이 아닌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던 힐데가르트이지만,
"...... 문제투성이인 녀석이 그런 말 마라."
"그건 그래......"
말투는 역시 그녀치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럽지만, 이런 모습이라면.
그 마왕이라 해도, 힐데가르트를 쉽게 다룰 수는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