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호흡을 한 번 깊게 한 하쿠토가...... 발걸음을 내딛는다.
"영웅은 강하고 멋져. 남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해내고, 언제나 똑바르고, 누구보다도 먼저 나서서 강적과 맞서지. 나는 ............"
흑기사와 그라스를 머릿속에 떠올리고는, 의심할 여지없는 정의를 상상하며 걷는다.
그들 같으면 어떻게 싸울까, 영웅의 싸움을 상상하며 걷는다.
"...... 나는 그런 영웅이 되고 싶어."
"애냐! 마왕을 상대하면 죽을 뿐이라고!"
뽑아 든 그레이를 바라보던 마왕은 어느새 그것을 메고서, 걸었다.
소우마의 눈에 비친 그의 행동에는 빈틈이 하나도 없다.
"죽고 싶지 않나? 그럼 강해지면 된다. 거악을 물리치고 싶나? 그럼 강해져라. 모두가 인정하는 영웅이 되고 싶나? 그럼 지금 강해져라."
"흥.......그래, 그럴 거야."
내뱉듯이 돌려주고서, 엄청난 괴력으로 뽑아낸 오크 대검을 왼손에 쥐고 걸어 나간다.
영웅의 앞에는 고난이 있으며, 영웅의 뒤에는 미소가 피어난다.
강하고, 용감하고, 친절하다.
옛날 어머니가 읽어주었던 그 가슴 벅찬 영웅담을, 내 손으로.
"마왕은 여기 있다. 이 목을 잡아보아라."
"그래, ㅡㅡ그러고 말고!"
하얀 섬광이 번쩍이며 검격음이 울려 퍼진다.
"하쿠토 군!"
"큭 ............"
흑과 백이 부딪히며 상황이 주변에 전달된다.
"잠깐, 너와 왕녀님은 안 돼!"
뛰쳐나가려는 오스왈드와 에리카를, 랜스와 아샨시아가 제지한다.
"부족하군."
"ㅡㅡ크윽!?"
순백의 마력이 담긴 검과 대검이 가볍게 대치상대가 되자, 옆차기로 가볍게 날려버린다.
"이 시점에서 방금 전의 라기린 같은 녀석에게 베여 죽었겠는데?"
"큭 ......!"
"아쉬워 마라. 최선을 다한 뒤에 그다음을 원해라. 그래도 부족하니까, 네 주제에 아끼려 들지 마."
"크읏ㅡㅡ"
닥치라는 듯이 더 많은 마력을 짜내어 왼손에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오라아아아!"
아무렇지도 않게 땅에 마력을 내리쳐 흙을 크게 날려버린다.
"조금은 생각 좀 하게 되었나."
시야를 가리는 흙먼지를 뚫고 돌진하는 하쿠토의 한손검을 막는다.
"하지만......."
"크윽!? 젠장 ......!!"
검이 튕겨져 날아가고, 팔을 잡혀 비틀어졌다.
"아직은 공부가 부족해. 간단한 경지를 벗어나지 못했어."
"큭, 너 같은 놈에게 듣기 싫다!"
뒤에서 귀에 대고 속삭이는 마왕에게, 왼손의 대검으로 견제한다.
"기술 자체는 괜찮아. 그런데 왜 발걸음을 멈추고 있는 거지?"
"앗......!?"
팔과 함께 등을 밀쳐내는 것만으로도, 휘두른 대검은 헛스윙을 한다.
방금 전의 대규모 마술은 대단하다는 말밖에 안 나왔지만, 그래도 뭔가 빠져나갈 구멍이나 공략법이 있을 것 같았다. 큰 기술에는 대개 그러한 돌파구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금의 마왕은 단순히 교묘해서 허점이 없다.
"흐읍----!!!"
땅을 박차며 빠르게 달리는 하쿠토가, 꽂혀있던 투박한 검을 뽑아 쌍검으로 도전한다.
"그래, 그거면 됐어. 하지만 아직 할 수 있겠지?"
"크, 헉....... ............!!!"
서툴지만 몰아치는 연격을, 마왕은 어렵지 않게 피한다. 피하면서 배에 무릎차기를 받아 몸이 ㄱ자 모양으로 꺾이지만, 기절한 지 2초 만에 입술을 깨물고 다시 쌍검을 휘두른다.
"부족하군."
보기에도 경쾌하게 튀어 오른 그레이에 의해 튕겨져 나간 쌍검이 공중을 날아다닌다.
"젠장 ......!"
"그 ...... 속도 같은 게 부족해"
"닥쳐라!"
마왕을 중심으로 가속하는 하얀빛이 빠른 속도로 오간다.
달려가는 와중에 대검을 뽑아 마왕을 향해 휘두른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주위의 마력이 커짐에 따라, 반대로 격렬함이 가라앉는다.
"ㅡㅡ하아아아아!"
검투의 순간, 하쿠토의 등에서 하얀 마력이 날개가 되어 뿜어져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