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8장 170화 에필로그2, 마왕군 습격(1)
    2023년 07월 06일 19시 54분 4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마의 왕은, 악의적인 장난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끝없는 어둠으로 끌어들인다.

     사람의 희망과 구원의 길을 알면 최악의 때를 읽고, 악한 생각으로 함정을 파서 그 길을 쉽게 닫아 버린다.

    "ㅡㅡ아스라"

     시간이 멈춘다.

    "............"

     상대해 주겠다며 기세등등하던 소우마를 비롯해, 그 한 마디를 들은 사람들은 정수리부터 핏기가 사라졌다.

     눈을 크게 뜨고서, 저절로 ...... 경악에 찬 눈빛으로 시선을 돌린다.

     마왕과 [늪의 악마]를 앞에 둔 병사들의 마음을 지탱해 주던 존재에게로 시선이 집중된다.

    "............"
    "............"

     의도를 알아챈 오니의 이제 괜찮냐는 시선에, 마왕은 어깨를 으쓱하였다.

     차가운 침묵 속에서 주고받은 무언의 대화.

     그러자 아스라는 거대한 미늘창을 메더니, 모이는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왕의 곁으로 걸어간다.

     마치 왕의 지시를 받고 어쩔 수 없이 이쪽으로 온 것 같은 인상을 누구나가 느꼈다.


    "아아 ............"
    "전지전능한 빛의 신이여 ......, 제발 ...... 제발 ......!"
    "............"

     너무 끔찍해서 생각지도 못했던 '최악의 상황'의 전개를 목격하고도 무의식적으로 이해를 거부하는 사람들.

     멀어져 가는 오니의 등을 보자 의지할 곳을 잃은 것을 깨닫고, 그 순간부터 마음은 끝없이 무너져 내린다.

     평소 같으면 부자연스러운 가입에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상황.

     하지만 아스라는, 고금무쌍의 무력으로 자신의 길을 나아가는 사람일 터.

     이런 힘을 가진 자가 어떻게 누군가를 따르고 있다고 생각할 수가 있겠는가?


     ...... 아니.

     ㅡㅡ나는 스승과 같은 존재를 만난 것에 불과하다.

     수수께끼에 싸여 있던 '스승'의 존재.

    "왜 그러지, 다들 얼굴색이 안 좋군. 혹시 ...... 있지도 않은 희망의 빛이라도 보았던 건가?"

     아스라 자신이, 자신보다 강하다고 말했다.

     아무도 오니의 스승의 존재를 제대로 믿지 않았지만, 그 마력을 보고야 말았다.

    "훗, 꽤 많은 도움을 줬다고 들었다. 내가 아스라를 붙이지 않았다면 죽었을 사람들도 많았겠지? 그래도 감사의 말은 없는 건가?"

     스승으로부터 받았다는 '검은' 미늘창.

     퍼즐이 하나하나 맞춰진다.

    "자, 어쩔 텐가?"

     이길 수 없다. 아스라가 적대하면 이길 수 없다. 이것도 마왕의 음모에 의한 것인지, 그 힘을 보여 주었기 때문에 확신하게 된다.

    "이거라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무식한 너희들도 분명히 이해했겠지. 너희들은 철저하게 나에 의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마왕이 오른쪽에 아스라, 왼쪽에 [늪의 악마]를 거느리고 거들먹거리며 말한다.

    "아니, 삶과 죽음만이 아닌, 희망도 절망도 모두 내 마음대로다."

     쓰러뜨릴 것도 쓰러뜨리지 않고, 싸울 것도 싸우지 않는다. 적으로 볼 수도 없다.

     그저 교활하게 조종하며, 놀려댄다.

     직접 마왕이라는 존재를 눈앞에 두자 한기에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 새겨진 어두운 절망감으로 인해 가라앉는다.

    [칵칵! 대단한 일이 벌어졌구먼, 인간들이여. 이토록 가혹한 짓을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마치 놀이를 즐기는 것처럼, 허공에 떠 있는 [늪의 악마]가 유쾌하게 웃는다.

    "읏............"

     뒤늦게나마 크리스토프가, 세레스티아의 앞선 언동의 진의를 깨닫는다.

     세레스티아가 일찍이 속수무책이라고 말한 것도 이를 간파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알고 있으면서도, 아스라에게 군도와 라기린, 그리고 마왕군을 상대하게 할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마왕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음을 알고 있었으며, 일련의 흐름을 짜 맞추고 놀려댔다.

    "이 느낌으로 보면 모리와 겨뤄봤겠지? 어땠어?"
    "마술사들이란 대개 빈약한 녀석들이었지만, 이 자는 부하로서 충분하다 싶었소."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