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식으로 일련의 이야기가 오가고 있으니 사후 처리도 차질 없이 이루어질 것이다. 나와 박사님은 민간 협력자(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이름을 밝힐 수 없다)이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이름이 알려질 염려도 없다. 하지만 이것들이 정의의 이름으로 행해진 속임수라는 것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것을 알면서도 이 작전을 결행한 것이니, 이제 이 기세를 몰아 밀어붙이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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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웃었다 웃었어! 콘스타치 녀석의 필사적인 얼굴은 정말 볼만했다고!"
"당신, 남을 비웃을 수 있는 처지인가요?"
"너도 나한테 그런 말 할 자격이 없잖아! 자, 마셔마셔! 오늘은 내가 쏜다!"
"그럼 사양 않고. 아, 이몸에게 튀김 두부와 야키소바를 추가해 주시오."
비밀 격투장에서 벌어진 소동이 있은 지 몇 주 후. 나와 박사는 다시 가메츠 할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아스탈정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가메츠 할아버지는 이번에 여신교 내에서 꽤나 많이 돌아다녔던 모양이라서, 13사도 내 세력 판도를 상당히 유리하게 재편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원래부터 골드 상회라는 세계 최강의 후원을 받고 있는 데다, 거기에 이정도까지 했으니 이 녀석도 꽤 만만치 않아. 이번엔 좋은 일을 한 거니까 그 정도의 대가는 받아도 괜찮을 것 같다고는 생각하지만.
13사도 같은 건 모두 때리면 때릴수록 먼지가 나오는 건 암묵적인 룰인데, 그 롤링 콘스타치라는 놈이 그걸 감안해도 심하게 한 모양이다. 겉으로는 불우한 아이들을 거두어 키우는 자상한 신부님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생리가 오면 늙었다'고 주장할 정도로 위험한 인물이었다고 한다.
그런 사람의 저택에 입양된 여자아이들, '끔찍한 상인으로부터 해방되어' '갈 곳을 얻게 된' 여자아이 노예들이 어떤 대접을 받았을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올리브의 전 여자친구인 네모필라, 다시 말해 여교황 안젤라가 거품을 물고 쓰러질 정도로 심한 가택수색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그 소란 때문에 다른 13사도들도 한동안은 얌전히 있을 거라며 가메츠 할아버지는 웃었다.
"동료를 팔아 번 돈으로 먹는 밥은 맛있나요?"
"하하! 최고로 맛있고말고! 애초에 그런 놈은 동료도 아니고 뭐도 아냐. 내 동료는 ...... 그딴 거 상관없잖아! 자, 건배하자, 건배!"
건배! 라고 세 잔이 부딪친다. 술에 취한 뚱뚱한 할배에게 한쪽 팔로 헤드락을 당하는 것은, 이글 아빠의 부비부비 공격으로 익숙해져 있다. 아버지는 이렇게까지 힘을 주지는 않았지만. 아, 갓 튀긴 참마 튀김이 맛있네. 이것이 바로 승리의 맛, 혹은 정의의 맛이라는 것일까.
'몰랐다'고는 하지만 납치된 아이가 노예로 둔갑해 노예의 목걸이를 걸고 팔려가서 살육전에 참여하게 된 것이 문제가 되어 비밀 투기장은 난리법석이다. 그 결과 한동안 임시 휴업에 들어가야 했고, 적어도 사건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쉬게 되었다. 뭐, 어차피 곧장 질리지도 않고 영업을 재개하겠지만, 그 이후는 우리가 알 바 아니다. 가메츠 신부와 그 배후에 있는 여교황 안젤라, 그리고 피클스 님, 즉 여신교와 브랜스턴 왕가 사이의 파이프도 더욱 견고해졌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결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평소에는 조금만 눈을 떼면 세상 끝은커녕 우주 저편으로 훌쩍 사라져 버리는 호크 군을 사슬로 묶어 놓을 수 있다는 것은 좀처럼 얻기 힘든 경험이었소이다!"
"크하하! 차라리 그대로 묶어두면 어때? 그러면 좀 얌전해질지도 모르잖아?"
"농담하지 마세요."
잠깐 뭔가요 박사님 그 눈빛은. 그만두세요. [그렇게 하면 이몸의 연구가 더 진전될까?] 라는 듯한 얼굴! 당신이 하면 농담처럼 느껴지지 않아서 무섭다고요!
"하는 김에 목걸이에 방울이라도 달아놔"
"저는 길고양이가 아니라구요!"
술잔을 한 손에 들고 활짝 웃는 가메츠 할아버지. 술이 아니라 주스지만, 그에 따라서 기분이 좋아진 나. 웃으면서 눈을 가늘게 하고는 술을 마시는 박사님. 이때 박사의 표정 변화를 좀 더 추궁하지 않은 것을, 나는 나중에 후회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