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9부 358화 키즈 파이트!
    2023년 07월 03일 19시 17분 5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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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메츠 할아버지로부터 '급하게 상담할 일이 있다'는 연락을 받고 그의 단골 지하 술집인 아스탈정(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전히 험상궂은 표정의 단골손님들이 평일 낮부터 곤드레만드레 술을 마시고 있다.

    "너, 비밀 투기장은 알고 있지?"


    "존재 정도는요."

    술을 마시지 않는 나를 위해 사다 준 포도 사이다를 한 손에 들고 매콤하고 맛있는 산더미처럼 쌓인 닭날개를 경쟁하듯 먹어치우면서, 우리는 VIP룸에서 밀담을 시작했다.

    비밀 투기장이란 옛날 브랜스턴 왕국에 존재하던 투기장에서 매일 이루어지던 살인금지 원칙인 페어플레이 경기에 만족하지 못한 부자들이 돈을 출자해 만든 지하 시설이다.

    규칙은 필요 없으며, 살인 가능, 나이 제한도 없다. 참가자는 사전에 어떤 잔인한 방법으로 죽거나 경기 후 관중 앞에서 존엄성을 파괴당해도 불평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보상은 투기장에 비할 바가 아니기 때문에 궁지에 몰린 인간과 피에 굶주린 스릴 중독자들은 오늘도 자신의 목숨이나 기타 여러 가지 사람으로서 소중한 무언가를 날려버리고 있다.

    당연히 투기장과 마찬가지로 내기의 대상이며, 움직이는 금액은 일반 투기장과 비교할 수가 없다. 잔인하고 구제할 도리가 없는 지옥도를 보고 싶은 악취미 한 손님에서 일확천금을 노리는 손님들까지, 욕심 많은 녀석들이 몰려든다는 소문만 무성하다.

    "최근 들어 그 비밀 투기장조차 만족하지 못한 일부 멍청한 놈들이 폭주하고 있거든."


    "무슨 짓을 했길래요?"

    "사육한 물들끼리 서로 죽이는 이벤트가 있잖아. 그것의 노예 버전으로 시작한 건 좋은데 ...... 노예의 나이가......."

    "어린아이인가요?"

    "그래. 애완동물처럼 키운 노예 아이들한테 무기를 쥐어주고 서로 죽이게 하는 거지. 이것 자체는 딱히 불법이 아니지만."

    그렇다, 브랜스턴 왕국의 현행법상 자신이 소유한 노예를 죽이는 것은 별다른 죄가 아니다. 타인이 소유한 노예를 일방적으로 습격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주인들끼리 합의 하에 노예끼리 서로 죽여도 이를 비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불 속성 꼬마에게 졌으니 이번에는 물 속성 꼬마를 키워서 부딪혀보자! '라는 식으로 가볍게 인신매매를 반복하는 것은 좀 그렇지만.

    "너도 알겠지만, 꼬마 노예라는 건 수가 적잖아. 노예라는 건 대부분 노동력이니까."

    아이보다 어른이 한 번에 할 수 있는 일의 양이 더 많다. 노예의 목걸이가 있는 이상 주인의 명령에 절대복종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도둑질이나 반역, 탈출의 위험도 거의 없다.

    그래서 영세한 상점 같은 곳에서는 신용도가 떨어지는 사람을 고용하는 것보다 무임금, 무휴무로 일할 수 있는 노예를 사는 것이 더 싸고, 게다가 판매금이나 물건을 훔쳐갈 염려가 없기 때문에 노예를 구입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어린이 노예는 그다지 수요가 많지 않다. 수요가 없으면 공급량도 줄어든다. 애초에 어린이 노예는 농촌 등에서 흉년이 들었을 때 부모가 아이를 팔아치울 목적으로 공급하는 등의 방법으로 유통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아기라면 좀 더 쉽게 구할 수 있겠지만, 키우기가 힘들어서.

    무서운 이야기라고 생각해? 하지만 일본에서도 예전에는 이런 이야기가 흔하게 퍼져있었으니깐. 의외로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변하지 않는 것일지도 몰라.

    그래서 아이 노예에 대한 수요가 많아져 시세보다 비싸게 팔리게 되었는데, 입수할 수단이 한정되어 있다면 이참에 큰돈을 벌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얼마 전에 여신교의 고아원 애들을 대량으로 데려가라고 하는 멍청한 놈들이 있었거든."

    여신교의 고아원에서 아이를 데려와 양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수녀님들의 심사가 필요하다. 그것도 제대로 된 신원조사를 포함한 엄격한 심사를. 독신 로리콘 남성이 자신이 좋아하는 어린 여자아이를 데려오고 싶다고 해도 심사 단계에서 거절당하기도 한다.

    "나로서는 입이 줄어들어서 좋지만, 수녀님들 앞에서 '예, 그럼 드리겠습니다'라고 할 수도 없으니까."

    "그렇게 하면 자비롭고 마음씨 좋은 지부장님의 이미지가 망가질 것 같으니까요."

    "맞아. 착한 사람으로 사는 것도 힘들다고. 그래서 말인데. 수포로 돌아간 그놈들이 다음엔 무슨 짓을 할 것 같냐?"

    "설마, 납치인가요?"

    "맞아. 슬럼가나 빈민가를 중심으로, 사라져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부랑아들이 연이어 실종되고 있다는 이야기지."

    애초부터 부랑아들은 주민들에게 외면당하는 존재다. 행인의 물건을 훔치거나 쓰레기를 줍고, 도둑질이나 소매치기를 생업으로 삼는 녀석들도 적지 않다. 그런 사람들은 대체로 '나는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내 힘으로만 살아간다! 라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여신교의 보호를 받는 것을 스스로 거부하기도 한다고 한다.

    납치범들은 그런 세상으로부터 손가락질 받는, 나쁘게 말하면 없어져도 아무도 문제 삼지 않는 미움받는 아이들을 노린 것 같다.

    "그래서? 저한테 그 얘기를 해서 당신한테 무슨 이득이 있죠? 설마 이제 와서 정의로운 마음에 눈을 뜬 것도 아닐 테도고요."

    "당연하지. 빈민가 애들이 사라진다고 해서 내가 무슨 상관이야. 다만, 얼마 전 고아원 쪽에서 소란이 있었는데."

    가장 어린 아이 한 명이 봉사 활동(평범한 청소 작업)을 하던 도중 실종된 모양이다. 십중팔구 납치된 것 같다. 고아원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들 중에는 집요하게 부모에게 돌아가고 싶어 하거나 고아원에 적응하지 못하고 가출하는 아이들도 적지 않으니, 노리기 딱 좋은 먹잇감이다.

    "식충이 한둘이야 사라져도 상관없지만, 수녀들은 그렇지 않아. 경찰에 신고하는 둥, 뭐 꽤나 소란을 피우고 있지."

    "그렇군요."

    여신교회 브랜스턴 왕국 지부의 지부장인 가메츠 할아버지는, 이른바 책임자다. 당연히 경찰이 오면 선량한 척을 해야 한다. 겉으로는 자비롭고 마음씨 좋은 13사도 가메츠 할아버지가 설마 '나는 바쁘니 나머지는 부하들에게 다 떠넘기겠습니다'라며 모르쇠로 일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저한테 어떻게 좀 하라는 건가요?"

    "경찰에 맡기면 해결하는데 얼마나 오래 걸릴지 모르니까."

    "저는 해결사가 아닌데요."

    "섭섭한 말 마라. 나와 네 사이잖아, 응?"

    나는 악덕 상인이지 정의의 편이 아니다. 가메츠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는 '오~ 큰일인데요'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데.

    "도대체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 거죠?"

    "크크크, 알고 싶나?"

    닭날개 뼈로 나를 가리키며, 가메츠 할아버지는 악의에 찬 얼굴로 웃었다. 아, 이건 분명 엄청난 일을 꾸미고 있는 표정이다. 이해관계의 중요성을 잘 아는 그가 일부러 나를 끌어들이려고 한다는 건 우리 집에도 분명 이득이 되는 이야기일 텐데, 너무 번거롭게 전개되지나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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