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부 356화 허무의 힘을 가진 소녀(3)2023년 04월 22일 00시 56분 0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최근 들어 조금은 차분해졌다고 할까, 예전의 거칠었던 헝그리 정신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지만, 과학력도 군사력도 경제력도 독주 상태인 마마이트 제국이 좋든 나쁘든 세계를 휘젓고 다니는 현재, 브랜스턴 왕국의 힘의 균형은 상당히 왜곡된 형태로 안정화되어 있다.
사실 이 나라가 제국의 위협에 노출되지 않는 것은 표면적으로 골드 상회가 있고 + 피클스 님과 로사 님이 이그니스 폐하를 성실하게 대하고 있고 + 세계적인 대현자인 멀린 교장이 있고 + 바스코다가마 왕국의 대영웅인 로건 님이 1년에 몇 번씩 우호적으로 방문하고 있다는 사정이 크다.
저 사람들, 항상 슬그머니 우리 집에 놀러 오지만 비공식적인 습격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약속을 잡고 있고, 필요하면 그때마다 국왕과 면담도 하고 회담을 하기도 하니깐. 그러한 자리에서 왕과 피클스 님들이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암흑거대기업이 국가의 실권을 쥐고 있다는 식의 이야기는 사이버펑크 등에서 자주 나오는 이야기지만, 국방력의 일부를 민간기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국가 입장에서는 언짢은 부분일 것이다. 다만, 대현자 멀린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 와서? 라는 생각도 든다.
"평화가 1순위라는 것으로 좋잖아요. 이것 때문에 사기가 꺾이거나 마음이 느슨해지면 문제가 되겠지만, 고리우스 선배님들을 비롯한 기사단 여러분도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구요."
"그래. 이제 와서 골드 상회를 적으로 돌릴 만큼 아버님도 형님도 어리석지는 않겠지."
"맞아요. 마지막 9년 차도 무사히 끝나기를 바랄뿐이지만, 그 이후에도 우리의 삶은 계속되니까요."
결국 전생자인 나와 그 주변이 현저하게 비이성적일뿐, 피클스 님과 로사 님은 아주 정당한 범주에서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데는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고, 그것으로 이만큼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면 지극히 좋은 일이다.
[혼자서 나라를 지킬 수 있을 만큼의 힘을 원하느냐?] 라고 어디에선가 끌어온 적당한 힘이나 치트를 선물한다고 해도, 아마 그는 그다지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여신의 사랑과 축복을 받은 반 군을 부러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을뿐더러, 오히려 고생이 많구나 하는 동정심마저 엿보인다.
반 군처럼 대범한 주인공의 힘이 없다면, 비상식적인 과도한 힘은 감당할 수 없는 심적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그것이 형제과의 불화로 이어진다면 더더욱 그렇다. 그런 현실적인 범주의, 말하자면 상식적인 인간에 가까운 인물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상식적인 두 사람에게 존경을 표하고 있고, 그런 상태에서도 필요하다면 그 부분을 비교적 과감하게 넘어설 수 있는 담력이 있는 로사 님과는 최고의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두 사람이 오래오래 행복했으면 좋겠다. 친구로서, 이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구려. 현존하는 살아있는 여신을 분석할 수 있다면, 무속성이나 허무의 힘에 관한 연구도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텐데. 정말 아쉽구려. 호크 군이었다면 딱히 필요 없으니 마음대로 해부해도 좋다고 말했을 텐데......."
"역시 그렇게는 말 안해요!...... 말 안 하겠지?"
"글쎄? 그대라면 더더욱 그럴듯한 이야기다만..."
나를 끌어올려 무릎에 앉힌 오크우드 박사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고, 나는 한숨과 함께 찹쌀떡을 그의 입에 넣어주었다. 허무의 힘에 대해서는 나도 관심이 있으니, 언젠가 반 군에게 부탁해서 가르칠 때 같이 참석하도록 말해 줄 테니, 그거로 양해해 주세요.
"하하! 나는 신보다도 네가 더 무서워, 호크 군"
"왜요?"
"어머. 그런 무서운 아이에게 먼저 말을 건넨 건 당신이었잖아요?"
"그래, 기억하고 있었구나, 로사.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나에게 잘했다고 칭찬해 주고 싶을 정도였어."
이렇게 해서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자기 시작된 일련의 허신 소동은 막을 내렸다. 인간의 소녀를 흉내 낸 여신이 앞으로 어떤 캠퍼스 생활을 하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뭐, 즐겁게 지낼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건 없겠지. 제발 나한테 민폐 끼치지 말아 줘요.
연재는 여기까지. 10화 이상 쌓이면 다시 번역 들어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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