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크프리트에게 악의는 없다.
순수하게 레오루드를 천재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저렇게 강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비아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역시 레오루드를 알고 있는 그녀로서는 천재라는 단어로 표현되는 것을 견딜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실비아에게 잘못이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지크프리트를 무식하다며 경멸하고 비난한 것에 대해 실비아는 사과했다.
"아, 아니, 딱히 사과할 일은......."
고개를 숙이는 실비아에게 지크프리트가 당황하는 사이, 레오루드와 교황의 싸움의 여파가 날아들었다.
실비아는 엄청난 충격에 무심코 뒤로 넘어질 뻔했고, 무언가를 잡으려 손을 뻗었다.
지크프리트가 손을 뻗었지만, 바로 이사벨이 끼어들어 실비아를 부축하며 지크프리트의 손을 튕겨냈다.
"실비아 님은 레오루드 각하의 약혼녀입니다. 아무리 비상시라고 해도 이성이 만져서는 안 되는 상대입니다. 이번엔 비상사태라는 이유로 넘어가겠지만 다음번은 없을 겁니다."
"잠깐, 그 말투는 뭐야! 지크는 쓰러질 뻔한 전하를 부축하려고 한 것뿐이잖아!"
"에리나 님. 공작가의 영애인 당신이라면 제 발언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만."
"그, 그건 그렇지만, 말투라는 게 있잖아요ㅡㅡ꺄악!"
이사벨의 발언은 틀린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건 그것, 이것은 이것이라며 엘리나가 불평을 하려는 순간, 다시 레오루드와 교황이 부딪힌 충격파가 그들을 덮쳤고, 에리나는 방심하고 있던 탓에 크게 넘어지고 말았다.
"에리나!"
충격파에 쓰러진 엘리나를 구하러 달려가는 지크프리트.
그 뒤를 이어 아나스타샤, 클라리스 같은 지크프리트의 추종자들도 뒤따랐다.
이사벨은 그 틈을 타서 그들과 떨어져 젝스, 바르바로트, 길버트 같은 레오루드의 부하들에게로 향했다.
"실비아 님. 마음은 알겠지만, 그 남자에게 함부로 접근하면 안 됩니다."
"죄송해요. 바로 이해했어요."
이사벨에게 안긴 실비아는 방금 전의 실수를 떠올렸다.
거기서 이사벨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지크프리트의 손을 잡고 있었을 것이다.
즉흥적이지만 레오루드가 아닌 다른 남자를 만질 뻔한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
"알았으면 됐습니다. 자, 그보다도."
바르바로트 일행에게 도착한 이사벨은, 실비아를 내려놓고 교황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레오루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걸 본 실비아도 레오루드에게 눈을 돌린다.
그곳에는 이를 악물며 일사분란하게 싸우고 있는 레오루드의 모습이 있었다.
"레오루드 님 ......"
실비아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기도하는 일 뿐이다.
두 사람의 싸움은 다른 차원의 싸움이라서, 그녀의 신성결계도 소용없을 것이다.
더 이상 누구도 손을 댈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큭......! 매 일격이 무거워! 대지의 힘, 번개의 속도, 물의 제어를 사용해도 대등! 게다가 엄청난 마력 소모량이다! 거기다 상공의 마법진 때문에 마력이 계속 흡수되고 있어! 저 녀석들은 뭐하고 있는 거야!)
교황과 극한의 인파이트를 벌이고 있는 레오루드는 곁눈질로 부하들을 바라보았다.
부하들은 레오루드의 승리를 기원하는 듯이 바라볼 뿐, 누구도 상공의 마법진을 파괴하러 가려고 하지 않았다.
그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레오루드와 교황의 싸움이 너무 격렬하고 과격해서 눈을 뗄 수 없는 광경이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상공의 마법진을 완전히 잊고 있었던 것이다.
(왜 보고만 있고 아무것도 안 하는 거야! 아니, 아니지. 이건 매료된 건가! 젠장! 뭐, 어쩔 수 없지! 나도 눈앞에서 이런 싸움을 보여주면 모든 것을 잊어버릴 거야!)
부하들이 구경꾼이 되어 두 사람의 싸움에 열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레오루드는, 교황에게 머리박치기를 먹여 약간의 시간을 벌었다.
1초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있는 힘껏 간결하고 정확하게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린다.
"모두 잘 들어! 대성당 바로 위에 있는 마방진을 파괴해! 그것이 사라지면 승산이 생겨!!!"
"딴데 신경쓰다니 꽤나 여유가 있군!"
"큭!!!"
틈을 보인 레오루드는 교황에게 몇 대를 얻어맞고 뒤로 물러나 버렸다.
하지만 그래도 전해야 할 말이었다.
이를 깨달은 이들은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대부분 대성당 바로 위에 전개된 마법진을 파괴하기 위해 이동했지만, 일부는 남았다.
실비아다.
그녀는 마법진 파괴는 다른 이들에게 맡긴 채 자신은 레오루드의 승리를 지켜볼 생각이었다.
"실비아?"
"이겨......! 이겨주세요, 레오루드!"
"!"
두 손을 모아 기도하듯, 실비아는 레오루드의 승리를 외쳤다.
그 말을 들은 레오루드는 눈을 부릅뜨고 얼어버렸다.
그 틈을 노린 교황에게 뺨을 얻어맞았지만, 레오루드는 꾹 참고 견디며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지었다.
"뭐냐? 그 얼굴은?"
"아니, 반한 여자의 응원만큼 효과가 좋은 게 없다는 걸 알게 된 것뿐이다!"
실비아의 응원을 받은 레오루드는 힘차게 주먹을 휘둘렀다.
어떻게 봐도 빈틈투성이인 모습에 교황은 가차없이 맹공을 퍼부었지만, 레오루드는 아랑곳하지 않고 주먹을 곧게 뻗었다.
"크읏!"
"가르쳐 주마! 사랑의 힘이라는 것을!"
교황을 때려눕힌 레오루드는 그렇게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