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릿한 시야로 실비아의 얼굴이 보인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레오루드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얼굴이었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여 흐려진 시야에서 반짝이는 빛을, 레오루드는 포착했다.
(뭐 하는 짓이냐, 나는. 실비아를 울게 해서 어쩌려고 ......!)
다음으로 들려오는 것은 칼부림 소리.
그리고 폭발음과 함께 분노의 소리.
다음에는 고함소리와 비명소리가 레오루드의 귀에 들려온다.
그 소리를 들은 레오루드는 흥분했다.
그들 모두가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 것이다.
레오루드를 믿고서.
그렇다면 지금 여기서 쓰러질 수는 없다.
레오루드는 그들의 분투를 무의미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 다시 한번 세 가지 복합 마법을 시도했다.
예측할 수 없는 지진처럼 거세게 휘몰아치는 대지의 힘.
온몸을 휘감아 돌며, 내부에서 찢어버리려는 번개의 힘.
온몸에 피처럼 흐르고 급류처럼 휘몰아치는 물의 힘.
레오루드는 이를 꽉 깨물며 세 가지 힘을 견뎌내고 있다.
한 발자국이라도 잘못하면 아까의 실패를 반복하게 된다.
잘못하면 이번에야말로 죽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 지금 여기서 나는 반드시 해내야 한다! 여기서 한계를 넘지 못하면 운명을 이길 수 없어! 각오를 해라, 배짱을 보여라, 운명의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해라, 레오루드 하베스트!!!)
몸 안에서 난동을 부리던 세 가지 힘을 훌륭하게 안정시키며, 마침내 그는 미지의 영역으로 발을 내디뎠다.
그때 레오루드의 힘의 파동을 감지한 교황이 주변 인간들을 물리치고는 단숨에 거리를 좁힌다.
이사벨이 레오루드와 실비아 앞으로 뛰어나와 교황을 막으려 했지만, 그녀는 발길질에 차이고 말았다.
이제 거의 다 되었는데 마지막 순간 교황에게 가로막히는가 싶었을 때, 기절해 있는 줄로만 알았던 브리짓이 레오루드와 교황 사이로 뛰어들었다.
"뭐야!?"
"브리짓!?"
브리짓이 레오루드를 지켜냈다는 사실에 놀란 아나스타샤는 그녀를 쳐다보았다.
방패를 들고 교황에게 달려든 브리짓은, 아나스타샤를 향해 얼굴을 돌리며 울부짖듯이 입을 열었다.
"아나스타샤 님! 저는 무엇이 옳은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교황님께 반기를 드는 것이 옳은 일인지, 아니면 교황님의 말씀대로 신의 인도하심에 따라야 하는 것인지! 어느 쪽이 옳은지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하지만! 제 안에서는 이렇게 외치고 있습니다! 그들이 목숨을 걸고 지키려고 하는 그를 지켜야 한다고! 제 마음은 이렇게 외치고 있습니다!"
"브리짓 ......! 무엇이 옳은지는 아무도 몰라요! 그러니 당신은 당신의 마음이 이끄는 대로 행동하세요!"
브리짓의 울부짖음에 아나스타샤가 대답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그것은 살아 있는 자들이 미래에도 영원히 마주해야 할 문제다.
다만, 그래도 지금은 자신의 마음에 따라야 한다고 아나스타샤는 브리짓에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브리짓은 마음의 어둠이 걷혔는지 앞을 응시하며 교황의 발걸음을 막았다.
"훗......! 뭔가를 깨달은 것 같지만 결국은 잡것에 불과하지!"
"꺄악!!!!"
브리짓을 밀어낸 교황은 레오루드에게 손을 뻗었다.
교황의 손이 다가오는 순간, 레오루드는 한계를 넘어섰다.
레오루드의 몸 안에서 난동을 부리던 힘의 파동이 수렴되어 빛의 광풍이 되어 대성당 천장을 뚫고 나갔다.
눈을 뜨고 있을 수 없을 만큼의 빛에 교황은 삼켜졌다.
빛이 가라앉았을 때, 교황의 눈앞에는 신성한 빛을 두른 레오루드가 있었다.
몸 안의 힘이 안정된 것을 느낀 레오루드는 천천히 일어서며 조용히 눈을 떴다.
마치 태풍의 눈과 같은 고요함에, 레오루드만이 아니라 그의 힘의 파동을 감지한 교황이 움직임을 멈추고 얼어붙었다.
"이건 대체 ......"
당황한 교황을 향해, 레오루드는 손가락을 가리키며 한 마디를 던졌다.
"최종 라운드다. 이 악물어!"
그 말과 동시에 레오루드는 교황의 품에 파고들었고, 땅을 힘차게 밟으며 주먹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