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6부-14 찢겨나간 크리스마스 이브(3)
    2023년 06월 23일 20시 28분 1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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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의 대성당에, 교회 관계자와 기사단 상층부 인사들이 모여 있다.

     일 년에 한 번뿐인 대예배를 드리기 위해서, 그리고 교회의 향후 발표를 듣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도 우리에게 정보가 전달되지 않고 있는데, 이건 상당히 위험하다고 생각된단 말이지~"

     정장 차림의 기사단장이 일부러 주변에 들리도록 중얼거린다.

     명백한 도발 행위에 공기가 얼어붙는다.

     이를 눈치챈 두 명의 비서가, 양 옆에서 동시에 그의 복부에 팔꿈치를 찔렀다.

    "으윽. 자, 잠깐만. 처음부터 폭력적인 거, 좀 그렇다고 생각해."
    "우리의 후원자나 마찬가지인 분들을 왜 도발하는 건가요."
    "아니~ 그게 말이야. 기본적으로 좋은 분들이라는 건 알겠는데, 가끔 비서와 동석하게 해 달라며 베개 영업을 요구해 오는 사람들이 섞여 있어서 싫단 말이지~"
    "............"

     주변 사람들은 겸연쩍어하거나, 혹은 "어? 뭐야? 그런 사람이 있어?"라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뭐, 그런 것은 선대님은 용납......은 하지 않았지만. 요즘 몇 년 동안은 우리가 모르는 것에 집중한 모양이라 눈감고 있었던 것 같아. 앞으로도 그럴지의 여부는 다음 사람의 몫이니, 그 부분도 신경 쓰여."

     단장은 남의 일처럼 가볍게 말했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발언에 누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확인하고 있음은, 오랫동안 함께한 비서들ㅡㅡ그의 비서들은 모두 그가 단장이 되기 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들이다ㅡㅡ은 잘 알고 있다.

    (너, 검이 날카롭다면서 요즘은 음모를 너무 많이 꾸미고 있어. 언젠가 칼에 찔릴 거야)
    (칼에 찔려 죽는다면 좋아하는 아이랑 함께 죽었으면 좋겠는데)
    (제일 실현 가능성이 낮은 소망을 갖고 있잖아 ......)

     소곤거리며 이야기를 나누던 그 순간, 단장이 문득 얼굴을 앞으로 돌렸다.

     시선의 끝에는, 모두의 앞에서 예배용 제단으로 올라가는 유이의 모습이 있었다.

    "시간이 되었구나."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장엄한 울림이 모두의 입술을 다물게 한다. 신실한 신도들이 슈텔트라인 곳곳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로이, 지크프리트, 유트, 린디 등의 멤버들이 뛰쳐나왔다.

     그들이 보고 있는 곳은 대성당 입구.

    (우와, 기척을 느끼지 못했어. 초대받지 않은 손님은 역시 강하구나)

     단장도 느긋하게 뒤를 돌아보았다.

    "시간입니다 ...... 딱 좋네요."

     유이가 굳은 표정으로 쳐다보는 곳, 열려 있는 예배당 입구 문 옆에 그림자가 있었다.

     수많은 그림자였다. 선량함, 경건함과는 거리가 멀었으며, 각자 무기를 들고 있었다.

    "그래. 우리들은 교육은 못 받았지만, 시간은 잘 지키는 타입이라서."

     선두에 선 소년이 대담한 미소를 지었다.

     유이는 그의 옆에서 멍하니 서 있는, 흑발적안을 가진 소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 성당은 신심이 깊고 마음이 착한 사람들을 위한 곳입니다. 그러므로 당신들의 출입을 허락할게요."
    "고마워. 뭐, 들어가야만 이야기가 시작되지만."

     유유히, 그리고 당당하게 걸어가는 료 일당의 모습을,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가만히 쳐다보았다.

     차기 교황의 자리를 두고 두 사람이 경쟁하고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문제는 두 사람 중 누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 너희들에 대해서,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너무도 그 정체를 모르고 있다."

     유이의 앞으로 나아가 검을 만지며 로이가 선언했다.

     공주를 지키는 기사 같다며, 마리아는 엉뚱하게도 두 사람에게 반할 뻔했다.

    "맞아.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서 교회의 정점에 설 수 있는 자격을 보여 주지."

     그가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순간ㅡㅡ변화는 극적이었다.

     성당을 가득 채우고 있던 신비의 농도가 달라진 것을, 총명한 자들은 금세 알아차렸다.

     성당 내부를 비추던 마력에 의한 불빛이 그보다 더 눈부시고 따뜻하면서도 무서운 무언가에 의해 덮어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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