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부-12 이어받지 못한 절망(5)2023년 06월 21일 17시 30분 2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하지만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있던 료의 입장에서는 승부의 테이블에 오르는 것조차 어려워지고 말았다. 게다가 그의 후견인은 의식을 잃은 상태.
"누나에게 다시 한번 선전포고를 할 필요가 있어."
소파에 앉은 료는 로우 테이블의 위에 다리를 올렸다.
"예의도 없고, 원래는 책상에서 해야 할 동작을 어설프게 밥상에서 하니까 너무 볼썽사나워요. 빨리 그만하세요."
"너 그 할배한테 간 뒤로 성격이 달라지지 않았어?"
말하면서도, 료와 마리아 자신도 그 이유를 짐작하고 있었다.
"아마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냐."
잘해보라고만 말하고서, 료는 창문을 향해 얼굴을 돌렸다.
"제가 마리아로 있는 한, 저는 당신의 편이 될 거예요."
"............"
"다, 다행히 기억을 잃기 전의 제가 사용하던 힘이라서 그런지, 여러 가지로 쓸 수 있게 되었으니! 이제 도와드릴 수 있어요!"
흡, 하고 알통을 만들어 보여준 후, 마리아는 그날 밤 이후 스스로 힘을 끌어낼 수 있게 된 우주인간들의 힘을 떠올렸다.
활과 화살로 산 하나를 쉽게 날려 버리거나.
모습을 완전히 지우면서 왕도 전체의 소리를 듣기도 하거나.
성벽을 증발시킬 수 있는 창을 두 자루 내놓거나.
"기억을 잃기 전의 저는 세상을 멸망시키려고 했던 걸까요?"
료는 눈을 감고 침묵을 지켰다.
그다지 가볍게 할 수 없는 말이라서, 긍정해도 부정해도 위험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료 씨를 도와드리고 싶은데요. 선전포고라면 ......"
"누나가 있는 마법학교의 크리스마스 파티에 숨어들 거야. 선생님도 허락해 주셨고."
단호한 목소리였다.
"크리스마스 파티?"
"원래 성탄절은 건국 영웅의 생일이야. 하지만 그 축하와 여러 가지 풍습이 뒤섞여 선물을 주고받는 행사로 바뀌었거든."
아직은 상식에 어두운 면이 있는 마리아에게 설명이 이어진다.
"물론 성탄절 당일에는 건국 영웅을 위해 기도하고, 그 대예배가 차기 교회의 수장을 발표하는 자리가 되지만 ...... 그에 앞서 선물을 주고받는 파티가 여기저기서 열려. 학교도 예외가 아니야"
"나는 가본 적이 없어서 책자에서 읽은 것뿐이지만" 하며 자조 섞인 미소를 짓는 료.
"그럼, 파티에 참가한다는 거네요. 언제부터인가요?"
"지금부터."
"보고 연락 상담이 뭔지 몰라요?"
급한 정도가 아닌 수준의 말에, 마리아가 볼을 씰룩이고 있다.
하지만 오늘 저녁에 약속이 있을 리가 없으니, 결국 마음가짐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 그, 그럼 어떻게 잠입하는 거예요?"
"그래. 그 방법이란 게 바로 산타클로스야."
"미쳤어요?"
료는 벽에 걸린 옷을 가리켰다.
새빨간 산타 복장과 갈색 순록 복장이 축 처진 모습으로 걸려 있다.
"그보다 산타클로스는 뭔가요? 이런 빨간 옷을 입고 돌아다니나요? 언뜻 생각해 봐도 기사가 날아다니는 거 아닌가요?"
"너 진짜 위험한 말만 하니까 진정해."
아이들의 꿈을 짓밟으려는 마리아를 제지하고서, 료는 헛기침을 한번 한 뒤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산타클로스'라는 상위 존재가, 만나는 사람 중 아이들한테는 선물을 준다고 해. 그게 유래야."
"그 개체는 무엇을 하고 싶었던 걸까요 ......"
"상위 존재에게 그런 걸 물어봐도 소용없다고. 그래서 나는 산타, 너는 순록이 되어서 파티에 가는 거야."
"아 ...... 순록이 얼굴을 감추기 쉬우니까요."
입수한 여성용 산타복이 노출이 심해서 입으면 임무에 집중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ㅡㅡ그렇게 료가 솔직하게 말하기 위해서는 열 살 정도 더 나이를 먹을 필요가 있었다.
"아, 하는 김에 시내에서도 빈민가를 한 바퀴 돌며 선물을 나눠줄 테니까."
"이거 제대로 산타를 하는 거네요 ......"
"봐. 동료들이 벌써 대기하고 있어."
"이거 위험한 집회처럼 보이네요."
가리킨 창문을 통해 아래를 보니, 료 일당이 이미 옷을 갈아입고 대기하고 있다.
안쪽 아파트 광장에 모인 산타와 순록들을 바라보며 마리아는 어이없어했다.
치안 자체는 시부야랑 비슷하네 ...... 시부야가 뭐였더라......라고 중얼거리는 그녀의 옆에서, 료가 산타 모자를 호쾌하게 눌러썼다.
"자, 가자, 메리크리스마스의 시간이다!"
"텐션 장난 아니네요?"
남자란 아싸든 인싸든 코스프레를 하면 텐션이 높아진다는 것을, 마리안느가 아닌 마리아는 몰랐다.728x90'인터넷방송(인방) > TS악역영애신님전생선인추방인방RTA'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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