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6부-12 이어받지 못한 절망(2)
    2023년 06월 21일 17시 27분 5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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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교황의 발언을 모두 이해할 수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마리아는 눈앞의 노인이 인간으로서는 너무도 강력한 권능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온전히 행사하고 있다는 것만은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런 일을, 할 수 있나요?"
    "비밀로 해줄 수 있을까?"

     교황은 검지를 입술에 대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원래는 반대로 인연을 엮어 힘으로 삼는 것이 정당한 사용법이지만 ...... 초대 야마토이자 초대 성녀인 유키 님은 초대이면서도 이 힘을 거꾸로 행사할 수 있음을 깨달은 모양이었네."

     반칙도 이런 반칙이 없다며 마리아는 볼을 씰룩거렸다.

     예를 들어 전장에서 골치 아픈 적이 있을 경우, 그 사람의 과거에 간섭하면 전장에서 사라지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계는 있다. 단순히 사라지는 것만으로는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에, 이번에는 보완하는 형태로 또 다른 신부를 만들어야 하지."
    "...... 지금까지도 계속 그 힘을 사용해 왔나요?"
    "나는 평범한 사람일세.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에 선택받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지. 이런 형태로 행사하는 것은 십 년 전에야 겨우 다룰 수 있게 되었다네."

     그 스케일의 크기를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마리아는 점차 본질적인 부분을 이해해가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이 세상은"
    "겨우겨우 도달한, 현재의 도달점이라고 해야 할까."

     교황은 허공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은 ...... 플루그 교단에 의한 대음파재해, 신자 수를 줄이자 와해되었다. 테르발트 요새공략전은 사령관만 바꿨더니 쉽게 끝났었다. '블루 플레어'에 의한 론덴비아 괴멸은 시기를 늦추는데 그쳤지만, 그래도 막는 데 성공했다. 아서에게 과하다는 핀잔을 들은 것은 바로 그 직후였을까."

     어떤 때는 개인을 제거했다.

     어떤 때는 거대한 조직의 방향을 전환시켰다.

     어떤 때는 국가 자체의 근간을 근본적으로 변경했다.

     정말 이래도 되는가 하는 내면의 목소리에는 귀를 막고 있었다.

     이것은 최단이다.

     이것이 최단거리다.

     그러므로 이 방식을 부정할 수 있는 방법 따위는 없다면서.

    "전부 다 모르는 단어네요 ......"
    "바꿔버리면 그렇게 큰 이슈가 되지도 않는 걸세. 하지만 그래도 역시 배제할 수 없는 인과관계라는 게 있었지."

     특히 자네와 관련된 것은 끔찍했다고는 교황은 말하지 않았다.

     마리안느와 관련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간섭을 하려고 해도 튕겨내 버린다. 물론 본인은 논외다.

    (단순한 추측이지만, 마리안느 피스라운드는 이런 힘에 대해 비정상적으로 강한 내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시간 역행에 관해서도 그랬다는 보고가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개인의 체질이라기보다는 타고난...... 특이점으로서의 성격이 만들어내는 사건. 깊이 관여할수록 그 성질이 타인에게 전파되는 것이라면 설명이 가능하다)

     인류에게 불리한 사건에 대해 간섭을 계속해온 교황으로서는 몇 안 되는 예외인 불확정 요소. 제거하려고 해도 제거할 수 없는 존재.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면서 최대한 간섭하지 않기 위해 얼굴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해 왔는데, 설마 기억을 잃은 상태로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될 줄은 몰랐다.

    "당신은 가능성을 삭제하며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거네요."

     무릎 위에서 주먹을 꽉 쥐고, 마리아가 교황을 노려본다.

    "나만이 아닌, 많은 이들이 불행을 줄이고 행복을 가져다주기 위해 싸우고 있지. 그 결과가 지금의 세상, 사람들이 겨우겨우 평온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현실이다. 합격점이라 말하고 싶지만......."

     그렇게 말하자, 교황은 눈앞의 소녀가 자신을 더욱 강하게 노려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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