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6부-12 이어받지 못한 절망(1)
    2023년 06월 21일 17시 27분 0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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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홍색 눈동자에 불꽃이 깃들어있다.

     검은 머리에 우주의 광채를 두른 소녀가 의분에 차서 주먹을 쥐고 있다.

    "무슨 짓을 하는 거예요, 당신은 ......!"

     교황이 있는 방으로 뛰어든 마리아는, 즉시 이 방의 위상을 현실세계에서 벗어나게 했다.

     아니면 이것은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그녀의 소망이 실현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관찰한 것인가. '야마토'에 의한 인과의 간섭을."
    "모르겠어요. 구조라든가 그런 건 전혀 몰라요. 하지만 당신은 방금 ...... 누군가의 운명을 비틀어 놓았어요!"

     그제야 마리아는 교황이 손에 들고 있던 서류로 시선을 돌렸다.

     굳이 읽어볼 필요도 없이, 글자조차 알아볼 수 없는데도 내용이 순식간에 머릿속에 들어온다.

     당연하다, 이곳은 이미 마리아의 우주라 해도 무방한 영역이다. 그 안에 있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 사람은 누구인가요."
    "...... 교회와는 상관없는 사람이다."

     의자 팔걸이에 심어놓은 비상용 호출 장치가 작동하지 않는 것을 확인하면서, 교황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말했다.

     하지만 그런 속임수는 지금의 마리아에게 통하지 않는다.

    "그 사람의 인과를 비틀어 놓았군요?"
    "...... '야마토'가 그 정도로 만능의 힘이라고 생각하나?"

     마리아는 말없이 교황에게 다가가면서 손가락을 홱 굽혔다.

     그러자 갑자기 홀 구석에 있던 의자가, 보이지 않는 실에 이끌리듯 교황의 눈앞까지 미끄러져 왔고 그녀는 그곳에 앉았다.

    "솔직히 말해, 잘 모르겠어요......하지만 할 수 있는 이유를 모를 뿐이며, 할 수 없는 이유도 없는 것 같아요."

     난입한 순간에 비해 다소 진정된 듯, 마리아는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 한 가지 들어볼까, 어떻게 여기까지 왔지? 항상 호위를 데리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곳은 엄연한 교회의 총본산이다. 쉽게 침입할 수 있는 곳이 아닐 텐데......."
    "그건 그 ...... 속임수를 썼거든요."

     마리아가 고개를 든다. 교황도 그제야 시선을 그쪽으로 돌렸다.

     우주가 있었다. 우주를 억지로 인간으로 변형시켜 극광의 갑옷을 입힌 존재가 있었다.

    "......!!!"
    "처녀자리? 라는 사람인 모양인데요. 이 사람이 제 모습을 숨겨줬어요."

     마리안느 피스라운드가 '비르고 아머'라는 형태로 끌어내고 있는, 원초의 13영역이 하나로 존재하는 권능.

     이번에는 자신의 감각을 확장하는 방향이 아닌, 타인에게 발각되지 않도록 자신을 은폐하는 형태로 행사한 모양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끌어냈다는 가정을 관측함으로써 현실로 이끌어낸 것이지만, 그 부분에 대한 이해는 본인은 하지 못했다.

    "그렇군. 그렇다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여기까지 오는 것은 쉬운 일인가 ......"
    "네. 그래서 ......"

     교황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펄럭이며 말했다.

    "무시할 수도 없겠군. 확실히 나는 '야마토'의 권능의 일부를 사용해 이 문서에 기록된 자의 인과에 간섭했다."
    "......!"
    "이 사람은 정말 뛰어나서 말이지 ...... 일개 신부임에도 불구하고 나와 아서가 도달한 영역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신앙심을 갖게 된 사건을 이 자의 삶에서 배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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