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한테는 불만이었나?"
"네. 가능성을 배제하여 희망을 엮다니...... 그것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해요."
교황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마리아는 의자를 걷어찰 기세로 일어섰다.
"당신은 그렇게! 항상 관찰자이자 심판자였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이렇게 그 행위를 탄핵당해도 아무렇지 않은 거죠! 자신을 너무 객관화시켜서 자신조차도 게임판의 한 조각으로 보고 있군요 ......!"
"그야말로 그렇다. 그래서 이 의자를 누군가에게 양보해야만 해. 이렇게 된 이상 나로서는 사람을 구할 자격이 없으니까."
"자격!? 자격이라니 뭐예요!? 당신이 잃은 것은 마음이잖아요!? 정말 모든 사람을 구하고 싶다면 혼자서만 짊어지고 있지 말고 다른 사람과 공유해서 그 힘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했으면 좋았잖아요!"
지금의 마리아는 그저 동네 아가씨에 가까운 느낌의 인물이다.
그녀 입장에서 보면, 설령 교회의 수장이 남모르게 세상의 운명을 걸고 싸우고 있다고 해도 감사하기는커녕 분노할 이유도 없다.
그런데도 속 깊은 곳에서 짜증이, 정확히 말하면 분노가 솟구쳐 오른다.
그녀라는 인격의 밑바닥에서, 인정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외치고 있다.
"무엇보다도 제가 화가 난 것은 ......! 그렇게 한다면, 당신만이라도 당신을 긍정해줘야 한다는 거에요!!"
"......!"
마리아는 앞으로 나아가 교황의 두 눈을 가까이서 들여다보았다.
"스스로의 힘으로 운명을 개척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제가 생각하는 ...... 승리해야 할 사람들!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요!?"
"......그래, 그렇지. 그런 사람이 시대를 개척하며, 나는 버림패에 가깝지."
"그렇게 자기 비하를 하는 사람이, 미래를 위한 싸움에 관여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당황하는 교황의 어깨를 마리아가 잡는다.
"버림패라고 한다면 ......! 당신은 자신의 말로에 자부심을 가졌어야죠! 안 그러면 아무도 당신을 칭찬해 줄 수가 없잖아요 ......!?"
세상의 끝처럼 맑은 진홍색 눈동자에서, 한 방울의 물방울이 떨어진다.
"......친하지도 않은 할아버지를 위해 울지 않아도 될 것을."
"그런 거 몰라요...... 마음대로 나온 거니까요 ......"
이렇게 자신을 위해 울어주는 사람이, 과연 있었을까.
(── 있었다. 하지만 내가 이 손으로 나와의 인연을 끊어 버렸다 ......)
그녀의 눈물을 보고 겨우 기억이 났다.
스스로 잘라내어 없었던 일로 치부해 버렸기 때문에, 잊은 척하며 가슴 깊숙이 묻어두고 있었다.
자신의 힘의 내용을 공유하며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동지가, 옛날에 있었다.
격렬한 전투와 끝이 보이지 않는 분쟁의 씨앗, 금주와 칠성사의 인과에 휘말려 절명하는 자들.
그 끝에서 교황은 모든 것을 홀로 짊어지기로 결심했다.
"세상은 당신이 지배하는 것이 아니에요 ......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저희는 약하지 않아요 ......!"
마리아의 말에 반박할 수 없다.
반박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이것이 답이기 때문임을 교황 자신도 알고 있다.
"...... 그런가. 이제 이 방식으로는, 안 되는 건가."
모든 것이 납득이 되었다며, 교황은 의자를 고쳐 앉는다.
어깨에서 손을 뗀 마리아는 그를 가까이에서 가만히 쳐다보았다.
"고맙다, 마리아라는 이름의 소녀. 보이지 않던 것 ...... 아니. 못 본 척하고 있던 것이 다시 보였다."
교황의 생각이 정해졌음을 마리아도 눈치챘다.
아마도 그의 마음속에서 아무도 믿지 않고 아무도 의지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굳어졌기 때문에, 남몰래 제2의 후보인 료를 찾아낸 것이리라.
(......나는 류 씨에게 나쁜 짓을 한 것일지도 모르겠어)
다음 교회 수장으로 뽑힐 사람이 더 이상 그가 아니게 되었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