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한 적도 없는 질문에, 료의 생각이 멈춰버렸다.
자신의 목적을 알고 있다. 이 잘못된 세상을 바로잡는 것이다.
"료 씨는 지금의 세상을 바꾼 뒤에는 어떻게 할 건가요? 자신을 세상을 바꾸기 위한 도구로 취급하고 싶을지도 모르지만 ...... 그것만으로는 안 돼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의 존재 이유가 너무 불쌍하잖아요."
마리아는 눈물까지 그렁거리며 말했다.
(이 여자, 왜, 나를, 이렇게 ......)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선생님 밑에서 모인 무기들 중, 가장 상태가 좋은 것은 자신이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가치가 있는 게 아닌, 오히려 사회적인 관점에서는 좋게 볼 수 없는 인재들뿐이었다.
그래서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는, 이 세상을 구성하는 사람들과는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했다.
하나의 목적을 위해 설계되고 활동하는 기능.
자신은 그렇게 믿고 있었으며, 보통의 행복 따위는 발생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 그럼 뭔데. 너를 엄마처럼 믿으면 되는 거냐고."
"저, 저 따위가, 지탱할 수 있다면요."
마리아의 대답을 듣고 료의 이성이 흔들렸다.
이 여자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맡기고 싶은 욕망이 내장에서 솟구쳐 올라왔다.
자신이 걸어온 운명의 레일이 모두 이 여자에게 짓밟히고 있다.
쉽게 마음속으로 들어와서 쉽게 내 의사를 간섭해 와서, 이제 더 이상 예전의 나는 없어지고 말았다.
"......딱히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뭐, 생각해 볼게."
료는 그 말만을 겨우 꺼냈다.
"그보다 이제 자자. 다른 녀석들이 깨어날지도 모르잖아."
자신의 가슴속 깊숙이 숨어 있는 미묘한 불꽃, 그 존재를 절대 들키고 싶지 않았던 료는 너무나 부자연스러운 타이밍에 화제를 돌렸다.
하지만 마리아는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죄송해요, 제가 연습한 탓에 깨워버렸네요. 의미 없는 짓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진 않아. 일단 집중해 봐."
"하, 하고 있었어요~"
"감각적으로 요령이 잡히지 않은 거겠지, 아까는 딱 보기에도 집중이 안 되었었고 ......그래. 시험 삼아 자기가 지금 가장 보고 싶지 않은 광경을 떠올리고, 그것을 뒤집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면 어때?"
너무 경솔한 발언이었다.
그 말을 들은 마리아는, 몇 초간 당황한 듯 고개를 끄덕이다가 잠시 눈을 감았다.
(지금 내가 가장 보고 싶지 않은 광경, 어쩌면 그것은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죽는 것일지도...)
마리아는 미래를 부정하고 싶다.
마리아는 미래를 부정할 수 있는 권능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마리아는 당연히 그 힘을 발동한다.
마리안느 피스라운드가 아닌, 마리아라는 이름의 소녀가 발현시킨 권능.
그 이름은 가정행성섭리(Nemesis hypothesis).
그 효과는 가설상의 존재에 지나지 않는,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을 관측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 구체적인 예는──부정되고 덮어씌워진 사건을 직시하는 것이었다.
◇.
대성당의 교황실.
호화로운 의자에 앉은 교황은 한 인물의 조사 결과 보고서를 바라보고 있었다.
(......거상의 집안에서 태어나 상인의 교육을 받은 후, 후계자가 되어 가업을 이어받아 장사를 확장해 상회로 발전시켰다는 내용인가)
그것은 국내에 거주하는 한 상인의 보고서였다.
교회와는 전혀 인연이 없는 존재다. 교황이 굳이 조사하게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지시를 받은 기밀부대도 당황했을 정도다.
하지만 교황은 그것을 확인해야 할 이유가 있었다.
(흠... ...... 교회와는 아무런 인연이 없는 삶을 살고 있군. 그것으로 충분하다, 안심했다. 모든 요소를 배제한 것만으로도 이렇게 되는 것이 가장 편한데 말이지)
본인만이 알 수 있는 것을 내심 생각하고 있던 그때였다.
"뭐하는 건가요 당시이이이이이인──────!!!!"
"무 무슨!?"
벽을 뚫고 전복시키며 뛰어 들어온 그림자.
뒤에서 신부들이 급히 쫓아오는 소리가 들린다.
그런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빨간 눈의 소녀는 검은 머리를 휘날리며 외친다.
"사람의 인과를 조작해서! 남의 인생을 위기에서 멀리하여! 그래서 뭘 하려는 건가요......!?"
온몸에 인지를 초월한 신비를 두르고.
천상에서 내려온 것 같은 발키리가, 눈앞에 강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