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골목의 출구, 대로에 접한 곳에서 그림자가 뻗어나가고 있었다.
어둠 속에 떠 있는 것은, 번개의 불꽃을 품은 푸른 눈동자였다.
나이트에덴은 지도를 접어서 주머니에 넣었다.
"...... 안녕. 꽤나 반갑게 인사하네, 로이 미리온아크."
"방해했던 건 너네들이었구나."
"이렇게까지 적대심을 숨기지 않는 형태로 상대하게 될 줄은ㅡㅡ"
말하던 도중.
나이트 에덴의 곁에 대기하고 있던 남자들이 소리도 없이 땅을 발로 찼다.
보통 사람이라면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속도.
"방해다."
권능을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로이는 검을 휘둘러 자신에게 달려드는 두 남자를 순식간에 무력화시켰다.
그것만으로 멈추지 않고, 이미 최고속도로 질주하고 있는 로이는 그 기세를 몰아 나이트에덴과의 간격을 좁혀 나간다.
골목길에 격렬한 돌파음이 울려 퍼진다.
"그만해. 적어도 그 힘은 나를 상대로는 쓰지 말아야지."
나이트에덴은 로이의 일격을 막고 있었다.
그 자세 그대로 그는 슬프다는 듯 눈을 감았다.
"원래는 자기편이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
"알고 있으면서도 이러기야?"
"심장을 깨뜨려 주마."
"선배한테는 경의를 표해야 한다는 예의범절을 가르쳐주지."
곧이어 신비와 신비가 격돌한다.
로이가 휘두른 검의 섬광이 공간을 단절시키자, 나이트에덴이 전개한 빛의 전선을 종이조각처럼 찢어 버렸다.
(생각보다 출력이 몇 단계 더 높아. 감정의 전압에 맞춰 증폭하는 것이겠지만 ...... 대단해. 각성한 지 아직 몇 달도 안 됐을 텐데, 혼자서 이렇게까지 다룰 수 있게 되었다니)
공격과 방어를 초스피드로 해내면서도 이 정도의 속도로 자신과 싸울 수 있는 로이의 솜씨에, 나이트에덴은 무심코 감탄사를 내뱉을 뻔했다.
순간 로이의 눈썹이 찡그리며 움직였다.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얼굴인데, 그거!"
"호오, 천공에게 독심술은 없었을 텐데?"
"안 됐지만ㅡㅡ그런 부분은 나와 똑같거든!"
나이트에덴이 경탄했던 출력은 여기서 몇 단계 더 올라갔다.
교차하는 공격이 돔 모양으로 주변을 깎아내며 단숨에 부풀어 오른다.
"빠르고, 강하고, 잘해! 그녀의 평가대로다......!"
"오, 그런 말을 해줐다니! 그거 기쁜데!"
빛의 속도로 전투에 끼어들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로이가 단번에 밀고 들어가, 나이트에덴을 대로에서 벗어나게 한다.
"마리안느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지!? 어디 있어!?"
"너에게 알려줄 이유가 없는데."
"네가 비밀을 알 수 있는 위치도 아닌 주제에 ......!"
지근거리에서, 한없는 분노를 품은 눈빛이 나이트에덴을 쏘아본다.
하지만 그 속 깊은 곳의 격렬한 분노를 그는 간파하고 있었다.
"...... 그만!"
눈앞에서 나이트에덴의 모습이 사라졌다.
휙 돌아보니, 어느새 집 위에 서 있는 금발의 남자는 함께 행동했던 두 남자를 안고 있었다.
"오늘은 이만 도망가볼까?"
"...... 다음번에는 놓치지 않겠다."
"오오 무서워. 다만 ...... 마리안느 피스라운드에 대해서는, 나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서 어쩔 수 없이 관망하고 있어."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와 주면 돼, 그게 자연스럽다."
약혼자의 말에 구세주는 몇 초간 침묵했다.
"...... 하지만 그곳은 끝없는 투쟁이 계속되는 장소지."
"............"
"지금의 그녀는 행복해 보였어."
"웃, 기지 마. 네가 무슨 권리로 그녀의 행복을......!"
그 말을 하는 도중, 나이트에덴의 모습은 소리도 없이 사라졌다.
골목길에 홀로 남겨진 로이는 이를 악물며 권능을 끄고 옆의 벽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
머리를 흔든 뒤, 로이는 크게 숨을 내쉬며 검을 칼집에 넣었다.
조바심은 날로 강해지며, 노력은 헛되고 있다.
계기가 되는 크리스마스 파티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