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6부-10 이어받은 희망(전편)(1)
    2023년 06월 19일 17시 12분 4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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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스트 트레일이 현현하였던 알현실에서 교황의 도움을 받아 탈출에 성공한 마리아와 료.

     두 사람은 성당을 무사히 빠져나와 자신들의 거점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저녁 식사 시간이었고, 식당을 대신하는 홀에 료 일행이 모여 있었다.

    "얼굴이 왜 그래, 마리아. 무슨 일 있었냐?"

     수프를 잔뜩 부은 접시를 한 손에 들고 앞치마를 두른 마리아에게 말을 건네는 남자가 있었다.

     이름은 덴도, 료 일파의 돌격대장 역할을 자처하는 남자다.

    "아, 아뇨 ...... 제가 료 씨에게 민폐를 끼쳐서요."
    "어이어이, 그건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저 녀석도 마리아한테 엄청 신세 지고 있으니까."

     대화를 들은 료의 이마에 핏줄이 떠올랐다.

     애초에 그는 마리아의 옆에 앉았으니 듣지 못할 리가 없었다.

    "마리아는 성격도 좋고, 미인이니까! 료 같은 애는 귀찮게 해서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거라고."
    "야, 나를 몇 살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매우 언짢다는 표정으로 료가 입을 열었다.

     서력 세계에서는 중학생 정도의 나이에 해당하는 료에게는, 그런 식의 소통이 오히려 경멸과 혐오의 대상이 된다.

    "오히려 덴도, 네 대화 방식이 더 문제인 것 같은데. 여자에게 호감을 얻고 싶다면 ......"
    "하하하! 나는 좀 더 풍만한 누님이 취향이라고!"
    "그래서 그런 부분이 문제라고 말한 거라고! 입 좀 다물어, 너무 바보 같아!"

     숟가락으로 지적해도, 덴도는 웃기만 하고 있다.

    "뭐 그런 거다, 2년 후나 3년 후를 기대해 볼게."
    "아하하......"

     심한 말투였지만, 일단 마리아는 미소로 대답했다.

     지금 이 여자는 몸매가 잘 드러나지 않는 옷을 입고 있을 뿐이라고 료는 내뱉을 뻔했지만ㅡㅡ그랬다가 덴도가 진지해져도 곤란하다는 것을 깨닫고 속으로 삭였다.

    "그건 그렇고, 역시 마리아는 신경 쓰면 더 빛날 것 같아."

     이어서 넋이 나간 표정으로 마리아의 어깨에 손을 얹은 자는, 근육질의 장신이 특징인 료의 동료, 하게스였다.

     얼굴에 화장을 한 하르게스는 남자로 태어났음에도 자신을 여성으로 정의하고 있다.

    "돈이 좀 더 있으면 화장품을 전용으로 구비해 줄 수 있었는데 ...... 미안해, 우리 집은 가난해서 공용품이 아니면 못 사줘주거든."
    "그, 그런 ......! 빌려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어머 정말 착한 아이네. 다른 이기적인 남자들도 본받았으면 좋겠는걸."

     뺨에 손을 얹고 미소를 짓던 하게스는 갑자기 료에게 시선을 돌렸다.

    "마리아한테는 료의 뒷바라지도 맡겨 놓았으니깐. 화장품 정도는 대가치고 너무 싼 거라 미안해."
    "뒷바라지라뇨, 오히려 제가 신세 지면서 밥을 먹고 있는 신세인데요 뭘......"

     수줍어하면서도, 마리아는 민첩한 움직임으로 빵과 수프의 리필을 내민 접시에 담아 간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소녀는 현재 도우미로서 료 일파의 생활에 녹아들었고, 이제는 식탁을 책임질 정도가 되었다.

    "좋아! 배도 불렀으니 한번 대련을 해보자고, 료!"
    "그게 식후에 할 일이냐......"

     힘차게 일어선 덴도가 자신의 손바닥을 주먹으로 쳤다.

     료는 어이없다는 소리를 내뱉으면서도 빈 그릇을 들고 일어섰다.

    "뭐, 조금만 기다려, 덴도. 오늘 설거지 당번은 나니까."

     료는 이 그룹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에이스다.

     지도자는 선생님이지만, 모두가 의지하는 리더는 바로 그다.

     그런 그가 의젓하게 설거지를 하러 가는 모습에, 마리아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

     

     

     

     식당을 대신하는 홀을 나와서 야외 광장으로.

     평소에는 전투원들의 훈련 장소로 쓰이는 그 공간에서 료와 덴도가 마주 보고 있다.

     서로 실내복 차림이지만, 어디든 전장이라는 것도 마음가짐의 하나로 갖고 있는 그들에게 옷차림은 전투력과 직결되지 않는다.

    "자신감이 넘치는데."
    "넌 마리아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겠지만, 그렇게는 안 될 거야"
    "누가 그래."

     실제로 식사를 마친 마리아도 관객으로 서 있다.

     하지만 그런 잡념이 있을 리가 없다.

     료는 화가 났지만, 덴도는 아랑곳하지 않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자, 덤벼봐!"
    "그걸 네가 말하는 거냐고."

     덴도의 자세를 보고 료는 한숨을 내쉬었다.

    (뭐, 꽤 실력을 올렸다고는 생각하지만 ......)

     그 자세는 무도류와 신비의 술식을 혼합한, 료 일파의 독자적인 전투술이다.

     교회식 전투술의 정수를 추출하면서도 무도류의 강점을 충분히 살린 하이브리드 전술 시스템.

    (그래도 아직 판단에 빈틈이 있네, 생각의 방향성을 읽기 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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