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6부-9 무자비하고 순수한 저녁의 성광(후편)(2)
    2023년 06월 18일 19시 52분 3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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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눈앞에 나타난 것은 말 그대로 우주다.

     이미 자신은 제대로 입을 열지도 못하고, 그저 서 있는 것만으로도 버거워하고 있다.

    "그쪽은 무엇을 위해 힘을 휘두릅니까?"
    "...... 의지와 긍지다."
    "구체성이 결여된 답변이네요."
    "질문이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네만."

     어느새 의자에 앉아있던 노인은 비꼬는 말투로 대답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료가 눈을 휘둥그레 떴고, 더스트 트레일은 몇 초간 침묵을 지킨다.

    "...... 그대는 우리와 같은 존재를 상대해 본 적이 있습니까?"
    "아니. 하지만 언젠가는 상대하게 될 거라고 확신했었다 ...... 그 점이 다르겠지."
    "방금의 대답은, 감탄 혹은 찬사 혹은 공감의 반응을 표현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역시 교회의 정점에 군림하는 존재이시네요."
    "호오? 인류가 형성하고 있는 조직을 인식하고 있는 건가?"

     교황은 미소를 지었다.

     더스트 트레일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당연하죠. 우리는 최신 우주에 속한 방어기구인 만큼, 영하고 엠지한 말은 필수 ...... 아, 아니, 이건 전근대적인가요. 못해먹겠네!"
    "어? 뭐가?"
    "실례했습니다. 단어 선별에 관한 알고리즘이 미완성 상태인 것 같습니다."

     상당한 실언이었지만, 더스트 트레일은 분위기와 격으로 모든 것을 무마시켰다.

     어거지다.

    "그럼 다시 한번 그쪽의 의지와 긍지를 확인시켜 주시겠습니까?"
    "...... 흥."

     교황은 표정에서 감정의 색을 지우고 더스트 트레일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이 힘, 미래가 있는 아이들이 나아갈 길을 만드는 데만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그렇군요."
    "알고 있지? 이 세상에서 일어난 수많은 비극. 잃어버리는 생명들. 무의미하고 무질서한 투쟁. 이 모든 것을 종식시키고 싶었다.......그래서 입장은 복잡해졌고, 국가뿐만 아니라 세계도 모습을 계속 변화시켰다."

     교황은 계속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아서가 대관식을 할 때와 거의 동시에 교회에서 가장 큰 세력의 우두머리가 되었고, 그 후 얼마간의 시간을 두고 교황에 취임했다.

    "아서라는 멍청이는 아직도 뭔가 착각하고 있지만 ...... 그 녀석은 착각하고도 달려가 목표에 도달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겠지. 하지만 나처럼 어리석은 사람은 다르다네. 잘못된 길을 계속 달릴 수 있을 만큼 더 이상 시간이 남아 있지 않아. 그래서 더 이상 실수할 수 없다 ...... 이를 위해 여러 후보를 준비해 놓고 내 힘을 내어줄 곳을 고민하고 있는 게다."

     그 말이 자신을 향한 것임을, 료는 몇 초 늦게 깨달았다.

     더스트 트레일은 교황을 향해 몇 번 고개를 끄덕이며 무언가를 확인했다.

    "이해합니다. 주 인격이 모르고 있어도 우리는 이 세계의 역사를 모두 알고 있으며,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개개인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두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 말에 교황과 려씨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설마 ...... 『근원』에 직접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나? 아니 다른가, 우주 그 자체라고 한다면 ...... 그래, 그런 뜻인가 ......"

     눈을 크게 뜨면서도, 더스트 트레일, 엄밀히 말하면 마리안느의 본질의 일부를 이해한 교황은 숨을 깊게 내쉬었다.

     아마 두 사람만 있었다면, 그는 졌다고 말했을 것이다.

    (우열을 다투는 행위는 헛된 짓이로군. 다만 이 재앙의 기분을 거스르지 않고 조용히 물러나기를 기도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줄은 ......)

     지식과 경험이, 그의 행동을 옳은 방향으로 이끈다.

     하지만.

    "너는....... 우리가 뭘 하려는지 다 알고 있다는 거냐고!?"

     료의 목소리에 더스트 트레일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손에 든 은하의 검이 요사하게 꿈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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