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6부-10 이어받은 희망(전편)(3)
    2023년 06월 19일 17시 14분 0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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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안, 방금 말은 동료에게 할 말이 아니었어."
    "신경 쓰지 마. 애초에 그 녀석이 어떤 상황인지 상상해 봐, 분명 무사할 거라고. 마음대로 하고 있지 않을까?"
    "그래, 그랬으면 좋겠지만."

     로이도 마리안느가 그렇게 쉽게 곤경에 빠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연락이 없다는 것, 그리고 확실히 자신들의 수색을 방해하는 세력이 있다는 것. 그것들을 종합해 보면 조바심만이 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지크프리트한테서 들었잖아. 아서 왕이 마리안느의 무사함을 보장하고 있다며."
    "...... 알아.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의 경계는 정해져 있어."

     심호흡을 했다.

     요즘은 움직이거나 책상에 앉아서 수색 장소를 파악하는 일만 하다 보니 몸 상태가 좋지 않다.

    "그럼 지금부터 예복을 보러 가자. 올해는 입학 후 처음 오는 크리스마스 파티니까, 새로 맞출래?"

     린디의 말은 자신을 배려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무시하는 것은 절박해서가 아닌, 단지 자신의 시야가 좁아진 것일 뿐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 그렇게 할게 ...... 요즘 유행하는 건 뭔데? 최근 그쪽을 전혀 찾아보지 못해서."
    "요즘은 촉수무늬 넥타이가 유행이래."
    "이 나라는 끝장난 거 아닐까?"

     

     

     

     ◇

     

     

     

     희미한 계단을 계속 내려간 그 끝에서.

     피부를 찌르는 듯한 장엄한 신비가 공간을 가득 채운, 대성당 바로 아래의 공간.

    "어이어이 ...... 그런 한가한 사람이 아닐 텐데, 차기 성녀 씨?"

     찾아온 손님을 보고, 그 공간의 주인인 전 성녀 린이 입을 열었다.

    "시간은 잘 지키고 있어요. 공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왔습니다."

     철창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상대는 자신과는 다른 진짜 성녀, 유이였다.

    "그러셔, 그거 다행이네. 그런데 얼굴색이 안 좋네 ...... 잠도 많이 못 자고, 밥도 제대로 못 먹은 것 같은데?"
    "...... 여러 가지 일이 있어서요."

     표정이 흐려지는 유이에 대해 린이 입술을 들어 올렸다.

    "아항. 그 미친 여자가 사라지자, 완전히 의기소침해졌다던가?"
    "......!? 어떻게 알고 계신 거죠!?"

     놀라서 눈을 크게 뜨는 유이의 앞에서ㅡㅡ(이 녀석 방금 미친년이라는 단어로 의미가 통했구나)라는 말을 삼키면서 ㅡㅡ린은 자신의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격진'의 힘을 조금 응용한 거야. 여러 가지를 시도해 봤는데, 이 녀석의 본질은 공기 중의 모든 진동에 대한 관찰과 간섭이라는 걸 알았어. 그래서 ...... 위층의 대화 같은 것도 알현실처럼 차단하지 않으면 다 들리게 되는 거라구. 너희들, 앞으로는 대화할 때 조심해야 한다?"

     "나~쁜 가짜 성녀한테 다 들려주는 거나 마찬가지니깐."하며 린이 조롱 섞인 미소를 지었다.

    "뭐, 그걸 악용할 수 있는 일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태지만. 그냥 심심풀이로 하고 있는 거지."
    "...... 그 정도 수준으로 금주를 발동할 수 있다면, 당신은 구속을 풀고 밖으로 나갈 수도 있지 않나요?"
    "그럴지도. 지금 해봐?"

     공간의 온도가 내려갔다. 전장의 예감이 바늘이 되어 유이의 피부를 찌르고 있다.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린은 입을 열었다.

    "......아니, 안 한다고. 나도 바보가 아냐. 너만 해도 상당히 절망적인데,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신부들을 상대하는 건 무리야 무리."

     손을 내저으며, 전 성녀는 다시 의자 깊숙이 고쳐 앉았다.

    "그래서 도대체 무슨 일인데. 대화를 들을뿐이라서, 그 여자가 어디 있는지는 모른다고."

     물론 린도 그 일로 자신을 찾아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유이는 자세를 바로잡고 숨을 들이마셨다.

    "당신에게 묻고 싶어요....... ...... 성녀의 자격이 무엇인지를요."
    "난 가지고 있지 않은데?"

     린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악마에 사로잡혔던 자신에게, 그것은 가장 먼 말이었다.

    "아니요, 당신은 ......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저 같은 사람보다 훨씬 더."
    "뭐......?"

     하지만 유이의 표정은 진지 그 자체였다.

     린은 그녀와 시선을 주고받으며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신의 위광에 불타버리는 쪽으로 전락하긴 했어도, 연하인 아이의 이야기를 무시할 정도로 자신을 내버린 건 아니니까...... 얘기해 봐."

     성당의 지하 깊은 곳, 성스러운 가호가 닿을지 불안한 최하층에서.

     차기 성녀와 전 성녀는 조용히 대화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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