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6부-8 무자비하고 순수한 저녁의 성광(전편)(2)
    2023년 06월 17일 19시 22분 4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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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부는 간단한 예배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성상에 햇빛을 비추는 스테인드글라스가 눈에 띈다.

     그 성상 앞에는 호화로운 의자가 놓여 있는데, 한 노인이 앉아 있었다.

     상대는 그저 앉아 있을 뿐인데도 마리아는 숨이 막히는 것을 느꼈다.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경외감이 넓은 방 전체를 한 치의 빈틈도 없이 가득 채우고 있다.

    "교황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음...... 모두 물러나게나. 방청결계도 쳐놓고."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던 신부는, 명령에 고개를 끄덕이며 부하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카삭코트를 입은 남자들이 조용히, 그리고 빠르게 방을 빠져나간다.

     그 뒷모습을 바라본 후, 료는 코웃음을 치며 의자에 앉은 교황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할배, 기운이 많이 없어 보이네. 드디어 뒈지는 거야?"
    "...... 요즘 너무 졸려서 말이지........"
    "데리러 오는 거라고, 그거. 얌전히 따라가지 그래."
    "그건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아."

     그 대화를 듣고.

     마리아는 몇 초간 멍하니 있다가 류의 머리를 세게 잡아당겼다.

    "무, 무, 무슨 소리하는 거예요 할아버지한테────!"
    "아얏!?"

     데굴데굴 구르는 료와, 무심코 손을 댄 것에 경직된 마리아를 보고.

     교황은 의자에 앉은 채 방 전체가 진동할 정도로 큰 폭소를 터뜨렸다.

     

     

     

     ◇

     

     

     

    "젠장...... 너무 웃잖아, 할배."
    "후후, 후후후후후...... 후우, 아니, 실례. 네가 이렇게 된 모습 처음 봤으니까."
    "정말 죄송합니다, 못난 모습을."

     준비된 의자에서 일어나 마리아는 깊이 고개를 숙였다.

     그 사과를, 교황은 손을 들어 제지했다.

    "그래, 괜찮네. 자, 차라도 한잔 하시게."
    "네."

     세 사람은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아 성상이 내려다보는 가운데, 꽤나 적적한 다과회를 시작했다.

     과연 이것이 료가 말한 중요한 용무가 맞을까 싶어 마리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확실히 상대는 국내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하는 초중요 인물이다. 이렇게 테이블을 둘러앉을 기회만 해도 목이 터져라 원하는 사람이 무수히 많을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홍차를 한 모금 마시며 고개를 끄덕인 후, 료가 입을 열었다.

    "그 누나의 '야마토'의 힘을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상태로 확인할 수 있었어. 역시 그 사람이 각성자 맞지?"
    "엄밀히 말하면 차기 각성자다. 지금은 아직 나지만."

     료의 물음에, 교황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주름이 가득한 얼굴이지만, 절대 방심이란 말을 꺼내면 안 되는 상대라는 것을 료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제 내가 권능을 빌리고 있는 듯한 꼴이긴 하지만."
    "그렇겠지. 가뜩이나 늙어빠진 당신이 최근 들어 더 늙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이렇게 돌직구로 말하는 놈이 있다니, 연장자를 공경하는 마음은 없는 게냐?"

     놀리는 듯한 목소리에, 료는 의도적으로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한다.

    "나는 얼굴 보러 온 손자가 아니야. '야마토'의 힘을 얼른 넘겨....... 나를 제2후보로 지목한 것도 그 때문이지? 내게 넘기면 편안한 노후를 보내게 해 줄게."
    "뭐? 죽이려는 게 아니고?"
    "농담하지 마, 불필요한 살생에 의미 같은 건 없어. 선생님의 가르침이라는 것과 ......"
    "무도류의 가르침을 전부 부정하고 싶은 건가. 아직 그 부분은 어리군."
    ".......아쉽게도 아직은 무술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

     두 사람은 친근한 관계인 듯 편히 말을 주고받았다.

     일부 과격한 말투가 튀어나오기도 했지만, 그것 또한 장난으로 성립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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