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가자. 여기 있으면 곤란해져."
사태가 진정된 것을 보고 료가 말을 건넸다.
사지타리우스가 사라진 공간을 바라보던 마리아는 그제야 제정신을 되찾았다.
"아, 네."
"...... 아니, 조금 늦었나?"
료의 시선 끝에는 완전무장한 기사단원들이 소리를 내며 다가오고 있었다.
당황하는 마리아의 옆에서, 료는 시선을 돌려 탈출 경로를 살핀다.
(쳇, 내가 저딴 놈들을 상대하게 되어버리다니)
아직 기사단에게 잡히지 않은 료는, 일단 도망칠 장소로 골목길을 눈여겨보았지만.
"이쪽으로 와."
"엥!? 아, 네!"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청년이 마리아의 팔을 잡아끌고는 료가 보고 있던 경로와 다른 방향으로 그녀를 데리고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뭐야,......!"
"너도 같이 와라."
청년의 말에 잠시 머뭇거렸지만, 료는 두 사람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뒤에서 기사단이 시민들에게 상황을 확인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이쪽을 알아차린 것 같지는 않았다.
한참을 달린 후, 세 사람은 추격자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멈춰 섰다.
"고, 고맙습니다"
"별일 아냐."
청년은 검은색 정장을 차려입은 긴 금발의 건장한 청년이었다.
차분히 앉아서 보면 그가 입고 있는 분위기의 기이함을 알 수 있다. 분명히 일반인이 아닌, 그 모습에는 단순한 기품 이상의, 말하자면 존재의 격이라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었다.
"당신은 설마......"
"여기서는 단순한 조력자 캐릭터. 지금 너희들이 기사단에게 잡혀가는 것은 나도 원치 않는 일이라서."
놀란 표정을 짓는 료에게, 청년은 검지 손가락을 입술에 대는 제스처로 답했다.
그런 다음 그는 얼굴을 옆으로 돌려 당황한 소녀의 얼굴을 황금빛 눈동자에 비추었다.
"몸에는 이상이 없나?"
"괘, 괜찮아요 ...... 그, 혹시 기억을 잃기 전의 저를 아시나요 ......?"
그 물음에, 청년은 몇 초간 침묵을 지켰다.
깊고 깊은 숨을 내쉬며 내면의 감정을 억누른 후, 그는 미소를 지었다.
"아니. 아는 사람을 닮았긴 하지만."
검은 정장의 청년은 마리아의 어깨에 손을 얹고 부드럽게 료에게로 밀었다.
"하지만 달랐던 모양이다."
"그, 그런가요."
"이쯤이면 강도단도 다 잡혔겠지. 지금이 기회다, 가자."
청년의 말에 료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조력자 캐릭터 그 자체네. 하지만 난 당신의 존재의의를 알고 있어. 왜 봐주는 거야?"
"...... 변덕이라고 치부해 둬. 나도 기대 자체는 하고 있으니까. 왕자들보다 더 급진적인 민주주의자들의 동향을 체크하고 있는데, 잘만 된다면 지원해도 좋을 정도지."
"흐음, 그렇구나. 좋은 이야기를 들었어."
"프레젠테이션은 언제든 할 수 있도록 준비해 주면 좋을 거다."
탐색적인 대화를 나눈 후, 료는 마리아의 어깨를 툭 쳤다.
"가자. 원래는 정면으로 갈 계획이 아니었지만, 여기서부터는 뒷길로 이동하기 쉬울 것 같아."
"아, 네. 저기 ...... 감사합니다! 정말로요!"
몇 번이고 고개를 숙이던 소녀는 료와 함께 떠났다.
그 광경을 청년은 웃으며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
두 사람이 떠난 뒤 골목길에서 금발 청년은 깊은 숨을 내쉬었다.
"...... 꽤 우울해지네. 친해졌다고 생각했던 상대에게 잊히다니."
혼잣말을 한 후, 그는 표정을 바꾸고 어느새 뒤에 있던 그림자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괜찮으십니까. 지금이라면 무조건 죽여버릴 수 있습니다만."
"내 앞에서 다시는 그러한 말을 입에 담지 마라"
"...... 실례했습니다."
단호하게 말한 후, 청년은 뒷골목에서 나와 두 사람이 향하는 곳, 즉 왕도 중심부의 성당을 바라보았다.
(애초에 신부들에게 발각될 가능성도 있지만, 그 소년은 꽤 능숙한 것 같으니 문제없겠지)
고개를 젓고서, 성당을 등진 정의의 편은 홀로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것도 하나의 결말일지도 모른다. 싸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라면, 그걸로, 나는 ......)
그 뒷모습을, 그를 보좌하는 역할에 불과했을 터인 그림자가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