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 왜 아침에 말해주지 않았어?"
"죄, 죄송해요. 왠지 아침에 료 씨는 조금 고민이 있던 것 같아서 제 꿈 따위를 알려주면 ...... 안 될 것 같아서요."
"아니, 그건 무엇보다도 우선순위가 될 정도로 중요한 일이야. 앞으로는 내가 죽어가고 있어도 전해줘."
"그건 역시 치료가 우선이잖아요!?"
아니 뭐, 대단한 치료는 못 할 것 같지만요 ......라며 마리아는 목소리 톤을 낮추었다.
그리고는 시선을 땅에 떨어뜨린 채로, 어렴풋이 중얼거린다.
"그 악마는 저를 알고 있는 것 같았어요."
"...... 기억을 잃기 전에 알던 사이였다는 뜻이 되겠네."
어느 정도 사정 - 기억을 잃기 전의 그녀가 대악마의 인자를 가지고 있으며, 신들뿐만 아니라 지옥의 주인 측에서도 무녀에 가까운 존재였다는 것 - 을 료는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밝힐 이유는 없다.
"저는, 대체 무엇일까요 ......?"
"......글쎄."
금주 보유자이자 대악마 인자 보유자, 차기 성녀의 친구이자 미리온아크 가문의 적자의 약혼녀이자 왕자의 구애를 받고 있으며, 몇 번이나 국가 존망의 위기를 구하고 기사단 대장을 단독으로 쓰러뜨린 국내 최고 수준의 고수라고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뭐, 낙담하지 마. 기억은 우연한 기회에 되살아날 수도 있다고 선생님이 말씀하셨어. 조금씩 해나가면 돼. ......"
말을 쏟아낸 후, 료는 자신의 발언에 스스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 아니, 조금씩 해나간다고 해서 어쩔 셈이냐, 나는)
무릎이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애초에 상대는 기억을 잃었다고 해도 적대 진영의 중심인물이니, 이런 위로의 말을 건넬 명분은 없다.
"저기, 료 씨? 이쪽이 맞나요?"
"그, 그래...... 맞아, 이 길을 똑바로."
불안한 표정으로 왕도의 거리를 바라보는 마리아였던 반면, 료는 진행 방향을 확인하곳.
"......!"
몸이 반사적으로 움직인 료는 그녀를 밀어 넘어뜨렸다.
섬광이 번쩍이는 동시에, 마리아의 몸은 료에게 껴안기는 자세로 길바닥에 누워버렸다.
뒤늦게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꺄악! 무, 무슨!?"
"미안, 말할 타이밍이 아니었어."
마리아의 눈앞에는 자신을 덮고 있는 료의 옆모습이 보였다.
그는 긴장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피고 있는데, 마리아가 보기에는 어처구니없는 자세다. 갑자기 자신의 뺨에 열이 올랐다.
"앗! 저, 저기, 료 씨, 그 ......"
"알고 있어, 금방 비켜줄게."
그 말대로 료는 재빨리 일어서서 경계 태세를 취했다.
일어선 마리아는 옷에 묻은 모래를 털어낸 후 주위를 둘러보며 볼을 붉혔다.
"여기도 일단 왕도 맞죠 ......?"
"유감스럽게도 그래."
갑작스러운 폭발에 시민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고 있었다.
방심하지 않고 시선을 돌리던 료는, 폭음의 발원지가 대로변에 있는 은행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대낮에 대놓고 은행을 습격했구나. 하지만 기사가 도착하기 전에 퇴각할 수 있다는 계산을 했겠지 ...... 왕도의 치안은 지난번 불사의 병사들의 테러 이후 극적으로 악화되어 있어)
그루스타크가 일으킨, 왕도에서는 유례없는 피해를 일으킨 대규모 테러 사건.
이를 본 반사회적인 조직들은 자신들도 조직적으로 범죄를 일으키고 있다.
"우리도 도망치는 게 낫지 않을까요 ......"
"연쇄적인 폭발이 아니라서, 지금 도망쳐봐야.......응?"
그때 폭발음이 난 방향에서 마차 한 대가 달려왔다.
공공기관의 표식은 없다. 도망치는 것 같지만, 아무렇게나가 아닌 정해진 경로를 따라가는 것 같다.
아마도 은행을 습격한 일행을 태우고 있을 것이라고 료는 간파했다.
(역시 도주할 방법을 준비했었구나. 추격을 피하기 위한 계산도 해놓은 걸 보면, 마치 기사단을 놀리는 것 같아)
료가 냉정하게 분석하고 있을 때였다.
지나가려던 마차가 속도를 늦추며 료 일행 옆에 멈춰 섰다.
문을 열고 나온 것은 반다나로 입을 가린 몇 명의 남자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