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부-7 폭발하는 극점(1)2023년 06월 16일 17시 53분 4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눈을 떠보니, 그곳은 지옥이었다.
생명체의 존재를 용납하지 않는 업화의 불길이 시야를 가득 채우고 있다.
문명도, 활동도, 인류가 만들어낸 모든 것이 부정되는 세상.
"어 ............?"
그 속으로 던져진 소녀는 눈을 깜빡이지만, 이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판단조차 할 수 없다.
그런 소녀의 등 뒤로 낮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왔군."
겁에 질려 고개를 돌린 곳....... 그곳에는 절망이 있었다.
시야 가득히 펼쳐진 6쌍의 칠흑 같은 날개.
눈 밑으로 피눈물처럼 흐르는 붉은 선.
"히익......!"
보통 사람이라면 직시하는 것만으로도 영혼이 파괴될 것 같은, 신비와 장엄함이 가득한 이물.
악마의 정점일 뿐만 아니라, 지옥을 자신의 몸으로 구성하고 있는 초자연적이고 절대적이고 지극한 존재.
소녀가 미쳐버리지 않은 것은 단순히 상대가 존재의 스케일을 스스로 낮추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그녀가 가진 권능이 자동 발동하는 형태로 정신을 보호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다, 당신은 ......"
소녀의 물음에 어둠 자체가 엄숙하게 입을 열었다.
"운명을 잊었는가. 운명을 잃어버렸나. 하지만 그것도 하나의 재미, 힘도 의지도 없는 소녀야."
소녀는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내 지옥에 네 자리가 남는 것에 대해 한 치의 불안감도 없다. 너는 모든 것을 양분 삼아 나아가리라. 하지만 나는 어디로 나아갈지 정할 권리를 주지 않겠다...... 인간이 쓰는 말을 빌리자면 '네가 믿는 길로 나아가라', 정도랄까?"
"저, 저기......"
소녀의 당혹감을 뒤로하고, 위대하고도 최악의, 지고하고도 재앙의 존재는 노래하듯 말을 이어나간다.
"맺어진 인연에 거짓은 없지만, 그것은 기억이라는 모래 위의 누각에 기댄 것일뿐. 신경을 흐르는 전기 신호가 바뀌면 세상도 변할 터. 그러니 너는 나를 모르고, 나도 너를 알지 못한다. 나는 세상을 불태우는 불꽃이 아니라, 단지 네 꿈에 나타난 망령 같은 존재다."
그러자 눈앞의 존재는 무슨 재미있는 일이라도 있었던 것처럼 웃기 시작했다.
"큭큭...... 이 내가 망령을 자칭하다니. 정말 유쾌하구나."
"네 ......?"
"서력 세계에서 사람들이 나를 표현할 때는 망령이라 부르는 것들이 서식하는 곳, 즉 사후세계를 이분화할 때 너희들이 기피하는 영역의 주인이라고들 하지만...... 너 앞에서는 그저 하나의 망령에 불과해! 신선하다기엔 약간 추레한가?"
소녀는 어리둥절해하며 깨닫는다.
이것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눈앞의 대악마가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메시지라는 것을.
"지금의 나는 과거의 잔해 위에 서 있는 허울뿐인 그림자 법사에 지나지 않는다. 이 한순간을 기억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 눈동자에 다시 불꽃이 깃들게 될 것은 내 권능이 아닌 나의 의지로 확신한다."
그림자가, 세상의 적이 잠시 눈을 감더니 그대로 소녀에게 등을 돌린다.
"너는 반드시 내 앞에 서게 될 숙적이자 운명. 무한한 원환을 그리는 별의 궤도를 질주하는 원초적이고 최신의 광채. 내 시선을 사로잡고 내 마음을 속속들이 태워버리는 자이기에."
말에 거짓은 없다.
그는 항상 소녀의 내면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으며, 소녀가 나아갈 길을 보고 있다.
"꿈의 시간은 끝났다. 그리고 네가 일상의 시작에 섰을 때 이 만남을 기억하고 있다면 ...... 지금 네 곁에 서 있는 남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
◇
"그래서, 그건 료 씨를 가리킨다고 생각하지만요 ...... '파괴에 의한 창조는 자멸과 종이 한 장 차이, 물러설 때를 놓치지 마라'는 말이었어요. 아마, 그 악마 씨가 조언해 준 게 아닐까요?"
"잠깐, 잠깐, 잠깐."
마리아와 둘이 나란히 왕도의 길을 걷던 료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데이터로서 대악마 루시퍼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꿈에 나타나서 연락을 취할 정도로 소녀와 관계가 깊을 줄은 몰랐다.728x90'인터넷방송(인방) > TS악역영애신님전생선인추방인방RTA'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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