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아차! 말실수했다!
시비를 걸면 바로 죽는 거 아냐!? 이거 판정 괜찮아!?
"...... 정말 똑같네. 업보인지, 이레귤러의 정석인 건지."
마담은 작은 목소리로 무언가를 중얼거린 후,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기대하고 있을게."
아무래도 목숨은 건진 모양이다.
뭐? 목숨을 구한 게 아닌데? 이건 뭐 위협적인 승리로 판단해도 되겠네.
"근데 마리안느, 지금부터 결승전 아니니?"
"조금 볼일이 있어서요."
"바쁘겠네."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요. 그러고 보니 당신은 왜 여기 왔어요?"
무심코 물어보자, 마담은 내 뒤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곳은 로이와 크라이스가 격투를 벌였던 무대였다.
"그리운 기운이 강하게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뛰쳐나왔거든.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알던 것과는 다른 쪽으로 잘 극복한 것 같아."
"......?"
"알프레드 씨가 보면 뭐라고 말하려나.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그 힘도 많이 변질된 것 같고 ...... 유키 씨는 의도한 대로라고 말하겠지만, 알프레드 씨는 조금 충격을 받을 것 같아. 후훗......."
모르는 이름만 나오네.
시대적 스케일이 너무 커서 어떤 시대 사람들의 이름인지도 모르겠어. 그리고 내가 물어봐도 될지도 잘 모르겠고.
"그럼, 네 사명을 잘 수행하렴, 마리안느."
"저의 사명이요?"
"너 같은 애들은 항상 그렇단다. 연쇄를 끊으려고 하지. 하지만 그 자체로 하나의 큰 연쇄이기도 하지."
마담은 웃고 있었다.
그것은 확실히, 인간이 짓는 미소였다.
"이번에는 다 타지 말아야 한다?"
...... 나는 말없이 등을 돌렸다.
대답할 필요도 없는 어리석은 부탁이었기 때문이다.
나의 소망을 누구도 부정하게 두지 않겠다. 나는 완전히 불타는 순간을 위해 살고 있다. 그것은 단순한 사실이며, 뒤집힐 수 없는 진리인 것이다.
◇
일 년에 한 번 열리는 축제인 대항 운동회가 열리고 있어서, 경기장의 주변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그만큼 왕도의 중앙, 즉 왕성이 있는 구역은 평소보다 인기척이 없다.
왕족과 귀족들은 경기를 보러 갔으며, 제비뽑기에서 떨어진 기사들이 순찰을 돌고 있을 정도다.
"무, 무슨 일이 벌어진 거냐......!"
그 기사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바닥에 엎드려 고통스럽게 신음하고 있었다.
왕도에 대기하고 있던 모든 부대가 전투 불능 상태.
그들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마찬가지로 얼굴색이 변하여 웅크린 채 서 있기도 힘들어하고 있다.
"좋아, ...... 제대로 작동하는 것 같군."
시체가 쌓여있는 왕도의 거리를, 가죽 재킷을 입은 남자ㅡㅡ카트가 활보하고 있다.
혼자가 아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화해절명'을 발동한 인간들을 이끌고, 기사들을 발로 차면서 나아간다.
"하지만 우리 그루스타크 대장도 대단한 일을 생각해 냈구만."
카트의 말에, 동료들도 웃음을 터뜨린다.
신생 피스키퍼 부대가 한 일은 간단했다.
왕도로 반입되는 식량에 '화해 절명'을 걸었다. 그것은 지정된 타이밍에 발동하여, 섭취한 사람들의 몸속에서 팽창되어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태로 만들어 버렸다.
"대대장 클래스 녀석들도 왕의 경호 때문에 경기장에 있는 거잖아. 노릴 거면 지금이 딱이지."
당연히 별동대도 경기장으로 향하고 있으며, 밖에서 마력 포격을 퍼붓고 있을 때일 것이다.
제대로 부딪히면 전멸이 불가피하지만, 마력마저도 자가재생이 가능한 군대가 거리를 두고 포격전을 벌인다면 시간을 벌기는 쉽다. 꼭 이길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럼 왕성에 가서...... 받으러 갈까, 크리스탈이라는 것을."
시민들뿐만 아니라 기사들조차도 행동불능이 되어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왕성 내부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은 것이 눈에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