뭇별을 비추는 투명한 붉은색. 태어나서 처음으로, 다른 모든 존재를 잊어버릴 정도로 충격을 받았던 그 반짝임.
진홍빛 눈동자가, 로이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강해지고 싶었다.
그렇다면, 무엇을 위하여.
로이 밀리언아크의 몸이 베기를 시도한다.
아서가 조용히 팔을 올렸다. 유이와 유트, 지크프리트도 방어용 실드를 부수고 무대로 뛰어들려고 했다. 제때에 도착할 리가 없다. 지금의 그를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다.
그녀 말고는 따라잡을 수 없다, 그래서.
[──── 웃어요, 로이]
정말로 그 말이 내 귀에 들리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시야 한구석, 주변 친구들이 무언가를 외치며 몸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홀로 의자에 깊숙이 앉은 채,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는 소녀가.
그렇게 중얼거린 것 같았다.
(...... 아)
뇌의 깊은 곳에서 스파크가 일어났다.
자신의 소원 따위는 잘 알고 있다. 힘의 탁류에 휩쓸릴 것 같아도, 사소한 계기면 떠오른다. 그것은 무엇에도 오염되지 않는 강한 빛을 발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배신해서는 안 된다.
로이 미리온아크는, 그날의 소년과 소녀를 배신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갑자기 세상이 맑아졌다.
시야의 모든 해상도가 높아졌다. 바람 하나하나를 피부로 느꼈다. 다시 태어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것은 로이가 무의식 중에 '칠성사'의 이중 각성에 따른 파괴 충동을 억지로 억누른 증거였다.
순간 ──── 쿵! 하며 강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베기를 취소한 로이가, 근거리에서 크라이스에게 머리박치기를 먹인 소리였다.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난 크라이스는 믿을 수 없는 눈으로 로이를 바라보았다. 왜 자신이 살아 있는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호오?"
"어......"
아서와 유이가 목소리를 내며 움직임을 멈췄다.
유트와 지크프리트도 눈을 크게 뜨고 경직되었다.
오직 한 명, 밤하늘의 머리를 한 소녀만이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
"하하핫."
치명타가 될 뻔한 공격을 멈추고, 로이는 웃었다.
"그래, 그래.......내가, 원했던 것............."
그날 로이는 누구를 상대로도 이길 수 있는 폭력을 원한 것이 아니었다.
시선의 끝에 있는 것은, 오직 한 사람뿐이었다.
그녀가 꿈꾸는 우주에, 자신도 도달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런 힘이 아니야. 내가 원했던 것은, 원하는 것은. 손에 넣어야만 하는 것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로이는 자신의 근원적인 소원을 말한다.
"그것은 날개다! 저 하늘로 향하기 위한, 날개다!"
변화는 극적이었다.
로이의 몸에서 무작위로 방출되던 무시무시한 번개가 멈춰버렸다.
대신 파직거리며 몸 표면에 아주 미세한 번개가 나타났다.
규모는 줄었지만, 밀도가, 안정감이 달랐다.
누가 봐도 알 수 있었다.
방금 전의 그는, 어쩌면 더 많은 상대를 죽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로이 밀리언아크가ㅡㅡ훨씬, 훨씬 더 강하다!
"......!"
"실례, 꼴사나운 모습을 보였군요. 경기를 계속해도 될까요?"
로이는 '천공'의 힘을 끌어내어 폭주 상태에 빠졌다가, 스스로 폭주를 제어할 수 있는 범위의 출력으로 좁히는 형태로 운용을 구축, 개시했다.
그 시간, 불과 십여 초 정도의 일이었다.
"......하하. 멋대로 변했다고 생각했더니, 반쯤 원상복귀해서는 계속하자며 재촉하다니...... 제멋대로라고. 너 인기가 없지?"
"당신보다는 아마 더 인기가 많을 겁니다.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열받았어!"
가볍게 웃으며, 크라이스는 왼팔에 새로운 불꽃을 입히며 한발 내디뎠다. 부서진 무기를 번개로 보충한 로이가 맞받아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