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아니야, 아니라고! 나는 피해자 따위가 아니야, 피해자인 척은 죽어도 해서는 안 돼! 나는, 우리는 가해자이며 단죄를 받아야 하는 쪽이야! 나는 그때 임무를 수행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렇게 될 바에는 ...... 모든 것을 버리고 도망치는 게 나았을 거야! 존경하는 사람들이 아이들을 학살해 버리고! 눈물을, 흘리며 ......!"
한바탕 울분을 토해낸 후, 롭존 씨는 고개를 숙인 채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 아이들이 죽는 모습이, 머리에서 떠나지를 않아... 나는, 내가 이렇게 살아있음을 견딜 수 없어..."
답해줄 말이, 없다.
할 말을, 도무지, 찾을 수 없다.
"......읏."
하지만 내 안의 냉정한 부분은, 지금까지 잘도 살아왔다며 단도직입적으로 생각했다.
이 정도로 궁지에 몰리면 자살해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
그 점만이 유일한 의문으로 남아있을 때, 문득 고개를 든 롭존 씨가ㅡㅡ평소와 같은 표정으로ㅡㅡ입을 열었다.
"왜 자살하지 않았는지가 궁금하지?"
"......읏."
"신경 쓰지 마. 나도 너라면 그렇게 생각했겠지. 그, 전에...... 나는 완전적합자라고 말했었잖아?"
롭존 씨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나는 느끼지 못했지만, 린디는 보기만 해도 그가 이상하다며....... 잠깐만!
그 타이밍에, 그 순간에, 그냥 본 것만으로!? 그건 말도 안 돼, 그럼 이 사람은 일부러 '화해절명'을 발동시키며 나를 만나러 온 거잖아! 그럴 리가 없어, 그렇다고 한다면 ......!
"설마, 당신──!"
"역시, 예리해 ...... 지금 이 순간에도 화해절명은 발동하고 있다. 처음 발동시켰을 때부터 지금까지, 끊어지지 않고 계속. 몸 안에서 완벽하게 마력의 순환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재생에는 끝이 없는 거야"
"세상에......!"
완성된 불사의 병사라고? 그런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즉, 그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불사신이라는 뜻이 되는 것이다!
"뭐, 한가해진 후에 말이야. 여러 가지 잡일을 정리한 후, 수십 년이 지나도 상관없어. 이 마법을 해제하는 방법을 생각해 낸다면 ......."
갑자기 말을 끊고,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니, 미안. 네게 해달라고 할 수는 없겠지 ...... 가능하면 내가 스스로를 정리할 수 있는 형식이 좋겠어."
포기한 듯, 모든 목소리의 톤이 투박했다. 비를 맞으며 그는 평소처럼 옅은 미소를 지었다.
화가 났다.
많이 화가 났다.
"당신, 왜 살아 있는 거예요?"
"...... 죽지 못하기 때문이야."
나는 말없이 롭존 씨를 한 대 줘팼다.
"푸웁!?"
"재생할 테니까 한 대 정도는 괜찮아요. 일어나세요."
앉아있던 잔해에서 데굴데굴 굴러 진흙투성이가 된 롭존 씨가 눈을 깜빡인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앉아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이렇게까지 듣고서도 자각이 없는 건가요!? 그렇다면 당신은 자각해야 해요! 죽지 못한다 해도, 지금의 당신은 죽은 것처럼 계속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요!"
"...... 그런 일은."
"죽은 사람은 카페 같은 걸 열지 않아요!!"
고개를 홱 쳐든 롭존 씨의 눈에, 내 얼굴이 비친다.
그의 양 어깨에 손을 얹고, 나는 고개를 숙였다.
"정말 다 싫으면 바다 밑바닥에나 가라앉지 그래요! 그 정도는 생각했을 거잖아요! 하지만 당신은 다르죠, 다르잖아요!? 다 싫으면 왜 그 가게를 열려고 생각한 건가요!?"
"──그것, 은."
"당신이 말로 표현한 마음은 알겠지만, 당신의 행동이 말하는 당신의 마음은 아직 듣지 못했어요!"
핵심을 숨긴 채, 사실만으로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사실에 가치가 있는 게 아니라, 그 사실을 뒷받침하는 너의 마음이 가장 중요해!